[시사오디세이] AI 시대, 가짜 공부의 시대를 끝내야 할 때!

  • 오피니언
  • 시사오디세이

[시사오디세이] AI 시대, 가짜 공부의 시대를 끝내야 할 때!

김정태 배재대학교 글로벌자율융합학부 교수

  • 승인 2025-09-29 14:12
  • 심효준 기자심효준 기자
2024010801000544400020711
김정태 교수
현재 우리는 챗GPT와 제미나이 등의 생성형 인공지능(AI)이 몰고 온 초불확실성 시대를 살고 있다. 교육 현장에도 AI 디지털 교과서와 각종 에듀테크 도구가 속속 도입되며 학생 개인의 수준과 학습 수준에 맞춘 맞춤형 학습이 가능하다고 홍보한다. 그러나 이러한 기술이 과연 오랫동안 이어져 온 양 중심의 공부 관행, 이른바 '가짜 공부'를 걷어낼 수 있을까?

그동안 한국 공교육은 공부의 질보다 양을 강조해 왔다. 최근 연세대 김재엽 교수 연구팀이 전국 중·고교생 1000명을 상대로 진행한 '2024 청소년 생활 실태조사'에 따르면, 청소년의 절반이 수면 문제를 겪고 있었고, 주중 수면시간은 5.8시간에 불과했다. 이는 OECD 국가들 중 최하위 수준이다. 여전히 "4시간 자면 붙고 5시간 자면 떨어진다"는 4당 5락 신화가 버젓이 통용된다. 학교에서 학원 숙제를 하고, 밤늦게까지 학원에서 수업을 듣고, 새벽에 집에 돌아와 겨우 4~5시간 잠을 잔 뒤 학교에 등교하는 생활은 청소년들의 체력과 정신을 소모시키지만 학습 성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이것이야말로 대표적인 가짜 공부다.

역사는 양을 앞세운 정책이 얼마나 큰 실패로 귀결되는지 이미 보여 주었다. 1958년 중국 공산당은 대약진 운동 기간 동안 '심경밀식'이라는 벼농사 기법으로 생산량을 늘리려고 했지만, 현실을 무시한 무리한 목표는 오히려 흉작과 기근을 불러왔다. 그 결과 약 2500만 명에 이르는 사상 최악의 아사자가 발생했다. 최근 우리 사회가 겪은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논란 역시 근거 없는 양적 확대가 어떤 위험을 낳을 수 있는지 경고한다. 비수도권 지역의 의료인력 부족을 타개한다는 명분이었지만, 교육의 질을 담보하지 못한 채 단기간 정원만을 대폭 늘린 일방적 결정은 엄청난 사회적 갈등을 초래하며 의대 교실 내 학습 환경 악화와 부실 교육을 초래했다.

교육도 마찬가지다. AI가 불러온 초불확실성의 시대에는 양보다 질이 핵심이다. 그럼에도 역대 정부가 수십 년간 '입시지옥 해소'를 외쳤음에도 변화를 이루지 못한 이유는 단순히 시험제도의 문제가 아니다. 대학 서열 체계와 이를 둘러싼 정치 경제적 이해관계가 뿌리 깊게 얽혀 있기 때문이다. 평가가 권력의 도구가 될 때 사회는 병들고, 결국 피해는 미래 세대에게 돌아온다는 것이다.



이제는 가짜 공부를 양산하는 입시 중심 교육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 단순한 시험 방식 개편을 넘어, 학습의 목표를 '얼마나 오래, 얼마나 많이'가 아니라 '얼마나 깊이, 얼마나 의미 있게'로 전환해야 한다. 물량 공세식 양적 수업을 줄이고, 학생이 스스로 생각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질적 학습으로 나아가야 한다.

해법의 실마리는 이미 제시돼 있다. 미국의 교육심리학자인 벤자민 블룸은 '2 시그마 문제' 연구에서 개인 튜터링이 집단 수업보다 두 표준편차나 높은 학습 효과를 낸다고 밝혔다. 과거에는 불가능했던 방식이 이제는 AI 에듀테크를 통해 구현이 가능해졌다. AI를 활용한 맞춤형 피드백과 실시간 학습 진단은 기존의 집합식 교육이 만들어 낸 비효율적 가짜 공부를 대체할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다.

물론 AI 에튜테크가 만능열쇠는 아니다. AI 시대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AI 기술을 비판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역량과 빠르게 변화를 받아들이는 적응력과 회복력이 필수적이다. 그리고 인간의 가치와 타인의 요구를 읽어내는 공감 능력이 함께 길러져야 한다. AI가 제공하는 풍부한 자료와 피드백에 과잉 의존하고 소비하는 데 그치지 말고, 이를 통해 스스로 학습 전략을 세우고 실행하는 자기주도력이 필요하다.

이제 정부와 학교, 학부모 모두가 발상의 전환을 해야 한다. 정부는 양적 지표 중심의 교육 정책을 과감히 버리고, AI와 인간 교사가 협력해 학습자의 질적 성장을 지원하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학교는 교사 주도의 일방향 수업을 줄이고 AI를 활용한 개별 피드백과 프로젝트 학습을 확대해야 한다. 학부모 또한 '몇 시간 공부했느냐'가 아니라 '어떤 질문으로 무엇을 배우고 어떤 변화를 이루었느냐'를 묻는 문화로 전환해야 한다.

AI는 인간의 창의성과 사고력을 대체할 수 없겠지만, 개인 맞춤형 학습을 제공하여 진짜 공부로 나아가는 길을 열어 준다. 가짜 공부를 걷어내고 진짜 공부를 실현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AI 시대를 살아갈 우리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가장 값진 선물이자 대한민국 교육이 추구해야 할 궁극적 혁신이다./김정태 배재대학교 글로벌자율융합학부 교수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내방] 구연희 세종시교육청 부교육감
  2.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2026년 장애예술 활성화 지원사업 공모 접수 시작
  3. ‘사랑 가득한 김장 나눠요’
  4. 재난위기가정 새출발… 희망브리지 전남 고흥에 첫 '세이프티하우스' 완공
  5. 수능 앞 간절한 기도
  1. [한 장, 두 장 그리고 성장] 책을 읽으며 사람을 잇고 미래를 열다
  2. 고물가에 대전권 대학 학식 가격도 인상 움직임…학생 식비부담 커질라
  3. 대전 2026학년도 수능 응시자 1만 6131명… 교육청 "수험생 유의사항 필독해야"
  4. "일본 전쟁유적에서 평화 찾아야죠" 대전 취재 나선 마이니치 기자
  5. 충남 청년농 전용 '임대형 스마트팜' 첫 오픈… "돈 되는 농업·농촌으로 구조 바꿀 것"

헤드라인 뉴스


"일본 전쟁유적에서 평화 찾아야죠" 대전 취재 나선 마이니치 기자

"일본 전쟁유적에서 평화 찾아야죠" 대전 취재 나선 마이니치 기자

"일본에서도 태평양전쟁을 겪은 세대가 저물고 있습니다. 80년이 지났고, 전쟁의 참상과 평화를 교육할 수 있는 수단은 이제 전쟁유적뿐이죠. 그래서 보문산 지하호가 일본군 총사령부의 것이었는지 규명하는 게 중요합니다."일본 마이니치 신문의 후쿠오카 시즈야(48) 서울지국장은 5일 대전 중구 보문산에 있는 동굴형 수족관 대전아쿠아리움을 찾아왔다. 그가 이곳을 방문한 것은 올해만 벌써 두 번째로 일제강점기 태평양전쟁의 종결을 앞두고 용산에 있던 일본군 총사령부를 대전에 있는 공원으로 옮길 수 있도록 지하호를 만들었다는 기록이 있는데, 그..

학생·학부모 10명 중 8명 "고교학점제 폐지 또는 축소해야"… 만족도 25% 미만
학생·학부모 10명 중 8명 "고교학점제 폐지 또는 축소해야"… 만족도 25% 미만

올해 고1 학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고교학점제에 대한 만족도가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제도 시행 첫 학기를 경험한 응답자 중 10명 중 8명 이상이 '제도를 폐지하거나 축소해야 한다'고 답했으며, 학생들은 진로 탐색보다 대학입시 유불리를 기준으로 과목을 선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종로학원은 10월 21일부터 23일까지 고1 학생과 학부모 47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75.5%가 '만족하지 않는다'고 답했다고 6일 밝혔다. 반면 '만족한다'는 응답은 4.3%, '매우 만족한다'는..

대전 갑천생태호수공원, 개장 한달만에 관광명소 급부상
대전 갑천생태호수공원, 개장 한달만에 관광명소 급부상

대전 갑천생태호수공원이 개장 한 달여 만에 누적 방문객 22만 명을 돌파하며 지역 관광명소로 주목받고 있다. 6일 대전시에 따르면 갑천생태호수공원은 9월 말 임시 개장 이후 하루 평균 7000명, 주말에는 최대 2만 명까지 방문하는 추세다. 전체 방문객 중 약 70%가 가족·연인 단위 방문객으로, 주말 나들이, 산책과 사진 촬영, 야간경관 감상의 목적으로 공원을 찾았다. 특히 추석 연휴 기간에는 10일간 12만 명이 방문해 주차장 만차와 진입로 혼잡이 이어졌으며, 연휴 마지막 날에는 1km 이상 차량 정체가 발생할 정도로 시민들의..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국민의힘 충청권 지역민생 예산정책협의회 국민의힘 충청권 지역민생 예산정책협의회

  • ‘야생동물 주의해 주세요’ ‘야생동물 주의해 주세요’

  • 모습 드러낸 대전 ‘힐링쉼터 시민애뜰’ 모습 드러낸 대전 ‘힐링쉼터 시민애뜰’

  • 돌아온 산불조심기간 돌아온 산불조심기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