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노동권익센터, 대전시 간호조무사 실태조사 결과보고 및 정책토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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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시노동권익센터, 대전시 간호조무사 실태조사 결과보고 및 정책토론회

간호조무사에 대한 낮은 사회적 인식으로 감정노동 피해 심각
저임금 구조, 열악한 노동환경 개선 필요

  • 승인 2025-09-18 00:04
  • 수정 2025-09-23 09:44
  • 한성일 기자한성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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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시노동권익센터(센터장 김호경)는 '대전시 근로자 복지증진 및 근로복지시설 설치·운영 조례' 및 '대전시 감정노동자 보호 조례'에 의거해 대전시 감정노동자 보호정책의 기본방향과 추진정책을 마련하고, 감정노동자 권익보호를 위해 활동하고 있다.

센터는 4월~6월 실태조사 결과에 따라 17일 ‘대전광역시 간호조무사 실태조사 결과보고 및 정책토론회’를 개최하고, 간호조무사의 감정노동 보호를 위한 정책 발굴과 대전시의 역할을 제고했다.

간호조무사는 동네 병의원부터 상급종합병원에 이르기까지 의사, 간호사 등과 더불어 의료 현장 일선에서 환자의 생명을 지키는 직업이다. 그러나 이들을 향한 낮은 사회적 인식은 감정노동을 심화시키고 있고 불안정한 고용구조와 열악한 임금 등의 문제는 직무에 대한 자긍심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

대전시노동권익센터는 간호조무사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개선하고 감정노동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대전시 차원의 제도 마련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제기했다.



조사에는 대전 지역에서 근무하는 간호조무사 9331명 중 기관 규모(병의원, 요양병원, 종합병원, 상급종합병원 등) 에 따라 표본 추출한 509명이 참여했다.

조사 결과에 의하면 '업무 수행 과정에 환자나 보호자에게 부정적 감정을 표현하지 않으려는 노력 여부'를 묻는 문항에 전체의 89.5%가 '그렇다'고 답했고, '소속기관으로부터 환자나 보호자에게 항상 친절하도록 요구받는지'를 묻는 문항에는 전체 78%가 '그렇다'고 답했다. 이는 간호조무사 업무가 매우 높은 강도의 감정노동을 요구받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 '환자 및 보호자를 응대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폭언 경험'을 묻는 문항에 47.5%가 '그렇다'고 답했고, '성희롱, 성추행을 당한 경험'에는 무려 19.3%가 '그렇다'고 답해 다른 감정노동 직군에 대비해도 매우 높은 수준의 결과를 보였다. 특히 24시간 입원환자를 돌보는 요양병원이나 간호·간병 통합병동의 경우에는 물리적 폭행을 포함하는 심각한 감정노동 피해 상황에도 빈번하게 노출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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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이러하지만 '감정노동 피해 발생 시 소속기관의 대응 매뉴얼이 있는가'라는 질문에는 전체의 67.4%가 '없거나 모른다.', '감정노동 피해 예방 교육'의 유무는 70.1%가 '없거나 모른다'라고 응답해 의료 현장의 감정노동 보호제도가 매우 미비한 수준임을 보여줬다.

이 밖에도 간호조무사의 감정노동을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불안정한 고용과 저임금 구조, 간호조무사에 대한 낮은 사회적 인식 등 열악한 노동환경을 확인할 수 있다.

FGI(심층그룹인터뷰) 분석 결과 정부의 무기계약직 전환 정책 이후 이를 회피하기 위해 많은 병원에서 반복 계약, 경력 불인정, 재입사 요구 등의 불안정 고용 형태가 구조화되고 있다. 특히 의원급 의료기관은 5인 미만 사업장이 많은 특성상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거나, 구두 계약에 의존하는 사례도 존재했다.

FGI에 참여한 간호조무사 A씨는 "근속연수나 경력이 임금에 반영되지 못하고, 이직할 때 기존 경력이 인정되지 않아 항상 최저시급을 기준으로 임금이 짜지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간호조무사 B씨는 "저희는 임금을 아직도 원장님이 직접 현금으로 주고, 급여명세서도 못 받고 있어요."라고 언급할 정도로 기본적인 노동법도 지켜지지 못하는 실정이다.

간호조무사 C씨는 낮은 사회적 인식의 심각성을 말하며, "오랫동안 환자의 생명을 일선에서 지켜 온 간호조무사로서 부끄럼 없이 살아왔지만, 몇 년을 일해도 임금은 최저시급 수준이고, '조무사스럽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우리를 낮은 눈으로만 보는 현실이 안타깝다. 국가와 지자체가 조금만 더 관심을 가져주고, 환자와 보호자들의 따뜻한 시선과 말 한마디만 있어도 많은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상의 결과를 바탕으로 실태조사 책임 연구원인 충남대학교 사회학과 최인이 교수는 "지자체 중심의 노동권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 마련이 중요하다"며, "개별 의원급 기관 대상 노동권 보호를 위한 관리·감독 실시, 사용자 대상 노사관계 관련 교육 의무화, 시민 대상 간호조무사 인식 개선 캠페인 실시" 등을 대전시의 정책으로 제안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유나리 전국보건의료노조 전략조직실장은 "대전지역 중소 병·의원 노동자들이 지역단위 교섭을 시도해 보자. 간호조무사협회를 비롯해 의료부문 직종 협회들과 연대하고 노조가 주체가 되어 대전시 의료노동자 기본권 보장 단체교섭을 요구해야 한다. 비록 현재는 제도적 한계가 있지만 결국 조직의 힘으로 극복해 보자"라고 주장했다.

김민숙 대전시의원은 ‘대전시 감정노동자 보호 조례의 실효성 확보’를 강조하며, "5인 미만 사업장의 의료기관은 여전히 법과 조례에 있어서 극심한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조례를 개정하여 소규모 의료기관에 대한 노동권 보호와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사용자(의사)를 대상으로 노동, 감정노동 교육을 의무화하여 간호조무사들의 노동환경을 실질적으로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호경 센터장은 "우리가 아파서 병원에 가면 첫 번째로 만나는 사람이 바로 간호조무사임에도 전문 간호인력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단순 보조업무만을 하는 노동자로 인식되고 있다. 이러한 사회 인식이 간호조무사의 저임금 구조와 열악한 노동환경을 더 악화시키고 있다"며, "실태조사 결과와 토론회에서 제기된 정책적 과제들이 대전시정에 반영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대전광역시 간호조무사 감정노동 실태조사 결과보고서>는 대전시노동권익센터 홈페이지(www.djiw.or.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성일 기자 hansung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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