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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자유주의는 최소한의 정부, 시장의 자유, 국가의 간섭 최소화, 정부의 역할은 법률과 질서 유지, 재산권 보호, 개인의 자유 보장으로 제한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새로운 자유주의는 정부 개입을 인정하고 빈곤·노동 조건 개선 등 사회적 문제 해결을 위한 제도적 또는 입법적 개입을 강조합니다. 도덕과 공공선에 대한 시각도 다른데, 옛 자유주의는 개인주의 성향이 강하고 개인의 권리·자유 중심인 데 반해, 사회적 관계나 도덕적 덕목, 공동체의 역할은 부차적으로 취급하였습니다. 이에 비해 새로운 자유주의는 사람들이 단순히 자유로운 개인이 아니라 사회적 존재라는 인식이 강하고, 도덕적 책임 또는 공동체적 가치를 강조하였으며 공공선과 시민의 의무 등이 자유주의 사상 속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보았습니다.
경제나 시장관(市場觀)에서도 차이가 있습니다. 옛 자유주의는 시장 중심, 경쟁과 자유무역 강조, 시장 메커니즘을 통해 부가 창출되고 국가 개입은 왜곡 가능성 때문에 최소화되어야 한다는 신념을 가졌습니다. 이에 비해 새로운 자유주의는 산업혁명 이후 노동자 계급의 조건 악화, 빈곤 증가 등의 현실을 목격하면서 시장만으로는 불충분하다는 인식을 하고 있으며, 노동 조건, 사회보험, 공교육, 보건위생, 주택 문제 등에 국가 개입의 필요성을 증대시키고 있습니다. 자유의 내용도 옛 자유주의는 소극적 자유를 주장하였으며 새로운 자유주의는 적극적 자유를 포함했습니다. 사회적 불평등과 빈곤에 대한 태도도 다르지요. 옛 자유주의는 빈곤이나 불평등은 개인의 책임으로 보았고 새로운 자유주의는 빈곤과 불평등이 자유주의의 정당성을 약화하는 문제로 보고, 사회복지, 노동법, 조세 정책 등 제도적 개혁을 강조합니다.
이러한 로젠블랫의 옛 자유주의와 새로운 자유주의의 구별을 한국적 맥락에서 살펴본다면 한국에서의 자유주의는 한동안 경제적 자유와 시장주의를 동일시하거나, '반공 이데올로기'와 결합되어 이해되었습니다. 로젠블랫의 구분을 적용하면 옛 자유주의의 특성을 가졌다고 볼 수 있지요. 한국은 여전히 경제적 불평등, 교육 격차, 주거 문제 등으로 인해 '형식적 자유'와 '실질적 자유' 사이의 간격이 큽니다. 로젠블랫의 정의를 적용하면 옛 자유주의식(式) 권리 보장만으로는 부족하고 새로운 자유주의적 정책 즉 복지, 사회 안전망, 공정한 기회 보장 등이 강화되어야 한다는 함의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한국의 자유주의 논리는 개인주의 대 집단주의 대립으로 단순화되지만, 로젠블랫은 자유주의 자체가 공공선, 시민적 덕성을 중시해 왔다고 말합니다.
한국 정치에서는 자유주의가 '보수'와 '진보' 양쪽에서 다르게 사용됩니다. 보수는 주로 옛 자유주의를 강조하고 진보는 새로운 자유주의를 강조합니다. 사실상 이러한 갈등은 서구 자유주의에서도 전통적 긴장으로 이어져 왔지요. 그래서 자유주의를 보수와 진보의 싸움으로 단순하게 볼 것이 아니라 역사적 맥락 속에서 다양하게 변화된 전통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염홍철 국립한밭대 명예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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