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속으로]유대인으로부터 배우는 성인식의 의미

  • 오피니언
  • 세상속으로

[세상속으로]유대인으로부터 배우는 성인식의 의미

전재용 (사)부패방지국민운동총연합 전국여성중앙회장

  • 승인 2025-09-01 16:50
  • 신문게재 2025-09-02 18면
  • 이상문 기자이상문 기자
전재용 총재
전재용 (사)부패방지국민운동총연합 전국여성중앙회장
세계를 움직이는 파워맨 중에 유대인이 많다는 사실은 많은 이들이 알고 있다. 특히 초강대국 미국에선 금융계를 비롯해 각 분야를 쥐락펴락하는 사람들이다. 유대인의 어떤 힘이 현재의 모습을 만들어 줬을 까.

인류의 역사 속에서 성인식은 단순한 통과의례가 아니었다. 그것은 한 아이가 더 이상 부모의 보호 아래만 머무르는 존재가 아니라, 사회와 공동체 앞에 책임을 지는 성인으로 인정받는 출발점이었다. 특히 유대인의 성인식, 바 미쯔바(Bar Mitzvah)는 그 대표적인 사례다. 히브리어로 '율법의 아들'이라는 뜻을 지닌 이 의식은 만 13세가 된 소년에게 주어지는 새로운 삶의 선언이다. 이 순간부터 자녀 교육의 주체는 부모가 아니라 하나님이며, 아이는 율법을 스스로 지키고 공동체의 일원으로 책임을 다해야 한다. 따라서 바 미쯔바는 단순히 한 번의 축제가 아니라, '책임 있는 인간'으로 전환하는 중요한 교육적 장치인 것이다.



유대인들은 왜 이토록 성인식을 중시할까. 유대인들에게 자녀는 단순히 내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잠시 맡기신 선물이다. 그러므로 교육의 목표는 조기 학습이나 성취 경쟁이 아니다. 아이를 '온전한 유대인'으로 길러내는 것이 목적이다. 온전한 유대인이란 성숙한 성인의 판단력을 갖추고, '나'보다 '우리'를 우선하며, 약자를 돌보는 정의와 평등을 실천하는 사람이다. 유대교의 황금률, 곧 "네가 싫어하는 일을 타인에게 행하지 말라"는 가르침은 바로 이 성인식이 지향하는 정신을 가장 잘 드러낸다.

성인식은 하루아침에 완성되지 않는다. 유대 가정은 아이가 어릴 때부터 '엄마의 암송교육', '아빠의 밥상머리 교육', 그리고 아이와 함께 규칙을 세우는 훈련을 통해 성인식을 준비한다. 또한 성인식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유대인 부모가 특별히 강조하는 덕목은 '신뢰'와 '언어 사용'이다.



사실 우리 민족에게도 이러한 성인식 전통이 있었다. 조선시대의 남자의 관례, 여자의 계례가 바로 그것이다. 관례는 성인이 되었음을 인정받고 이름을 새로 받으며 사회적 책임을 다짐하는 절차였고, 계례는 여성이 어른으로서 품위와 책임을 갖추었음을 공적으로 인정받는 예식이었다. 그러나 산업화와 근대화 과정을 거치면서 이 같은 성인례는 점차 사라졌다. 대신 졸업식, 입학식 같은 단편적인 의례만 남았을 뿐, 청소년이 어른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사회적 책임과 윤리적 의무를 성찰할 기회는 현저히 줄어들었다.

오늘날 한국 사회의 청소년들은 치열한 입시 경쟁 속에서 많은 지식을 쌓아가지만, 정작 인성·예절·공동체 정신은 상대적으로 소홀해지고 있다. 더구나 경제적 자립 능력에 대한 체계적 교육이 부족하여 성인이 된 후에도 시행착오를 반복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에 우리에게 절실히 필요한 것은 단순한 기념식이 아니라, 시대에 맞는 '현대적 성인식'이다. 이 현대적 성인식은 몇 가지 중요한 가치를 담아야 한다. 첫째는 인성 교육이다. 타인을 배려하고 공동체를 우선하는 마음을 길러야 한다. 둘째는 예절 교육이다. 부모와 어른에 대한 존중, 사회적 규범을 이해하고 실천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셋째는 경제 교육이다. 돈의 소중함을 인식하고 현명하게 사용하는 법, 그리고 자선의 의미와 자립심을 체득해야 한다. 넷째는 윤리 교육이다. 책임 있는 언행, 신뢰와 성실의 가치를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어야 한다.

유대인의 성인식은 단순히 "어른이 되었음을 알리는 행사"가 아니다. 그것은 이제부터 스스로 삶의 주체로 서고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책임과 권리를 짊어진다는 '인생의 선언문'이다. 한국 사회 역시 성인식을 단순히 전통 복원에 그칠 것이 아니라, 청소년에게 올바른 가치관과 경제적 자립심을 심어주는 교육적 기회로 삼아야 한다. 성인식은 우리 사회가 다음 세대를 성숙한 시민으로 길러내는 중요한 교육의 장이 될 수 있다. 그렇게 될 때 비로소 우리의 청소년은 진정한 의미에서 성숙한 성인으로 성장하고, 우리 사회의 미래는 더 단단해질 것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준비 안된 채 신입생만 받아"… 충남대 반도체 공동 연구소 건립 지연에 학생들 불편
  2. '복지부 이관' 국립대병원 일제히 반발…"역할부터 예산·인력충원 無계획"
  3. '수도권 대신 지방의료를 수술 대상으로' 국립대병원 복지부 이관 '우려'
  4. 설동호 대전교육감 "수험생 모두 최선의 환경에서 실력 발휘하도록"
  5. 대전시의회 교육위 행정사무감사…학폭 예방 교육 실효성·대학 사업 점검
  1. 2025 '도전! 세종 교육행정' 골든벨 퀴즈 대회 성료
  2. 세종교육청 '수능' 앞둔 수험생 유의사항 전달
  3. [대전유학생한마음대회] 유득원 행정부시장 "세계로 잇는 든든한 주인공 뒷받침 최선"
  4. [대전유학생한마음대회] 박태구 중도일보 편집국장 “문화·언어 달라도 마음이 통하면 우리는 하나”
  5. 세종교육청 2026년 살림살이, 1조 1817억 원 편성

헤드라인 뉴스


주가 고공행진에 충청권 상장기업 시총 174조원 돌파

주가 고공행진에 충청권 상장기업 시총 174조원 돌파

대외 불확실성이 완화되면서 코스피 지수가 사상 처음으로 4000선을 돌파하자 충청권 상장사들의 주가도 고공행진하고 있다. 특히 외국인 투자자의 대규모 매수세가 이어지면서 한 달 새 충청권 상장법인의 시가총액이 전월 대비 19조 4777억 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거래소 대전혁신성장센터가 11일 발표한 '대전·충청지역 상장사 증시 동향'에 따르면 10월 충청권 상장법인의 시가총액은 174조 5113억 원으로 전월(155조 336억 원) 보다 12.6% 늘었다. 10월 한 달 동안 충북 지역의 시총은 27.4% 상승률을 보였고,..

조선시대 해안 방어의 핵심 거점…`서천읍성` 국가유산 사적 지정
조선시대 해안 방어의 핵심 거점…'서천읍성' 국가유산 사적 지정

국가유산청은 충남 서천군에 위치한 '서천읍성(舒川邑城)'을 국가지정문화유산 사적으로 지정했다고 11일 밝혔다. 서천읍성은 조선 세종(1438~1450년) 무렵에 금강 하구를 통해 충청 내륙으로 침입하던 왜구를 막기 위해 쌓은 성으로, 둘레 1645m 규모에 이른다. 조선 초기 국가가 해안 요충지에 세운 방어용 읍성인 연해읍성 가운데 하나다. 산지 지형을 활용해 쌓은 점이 특징이며, 일제강점기 '조선읍성 훼철령(1910년)' 속에서도 성벽 대부분이 원형을 유지해 보존 상태가 우수하다. 현재 전체 둘레의 약 93.3%(1535.5m)가..

세종 청소년 인구 1위 무색… "예산도 인력도 부족해"
세종 청소년 인구 1위 무색… "예산도 인력도 부족해"

'청소년 인구 최다' 지표를 자랑하는 세종시가 정작 청소년 예산 지원은 물론 전담 인력조차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동에 이어 청소년 예산까지 감축된 흐름 속에 인력·자원의 재배치와 공공시설 확충을 통해 지역 미래 세대를 위한 전사적 지원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11일 세종시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아동청소년 인구(0~24세)는 11만 4000명(29.2%)이며, 이 중 청소년 인구(9~24세)는 7만 8000명으로, 전체 인구의 20%에 달하고 있다. 이는 전국 평균 15.1%를 크게 웃도는 규모로, 청소년 인구 비..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혼잡 없이 수능 시험장 찾아가세요’ ‘혼잡 없이 수능 시험장 찾아가세요’

  • 국제 육군 M&S 학술 컨퍼런스 및 전시회 국제 육군 M&S 학술 컨퍼런스 및 전시회

  • 2025년산 공공비축미곡 매입 시작 2025년산 공공비축미곡 매입 시작

  •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문답지 전국 배부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문답지 전국 배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