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디세이] ‘서울대 10개 만들기’에 거는 기대

  • 오피니언
  • 시사오디세이

[시사오디세이] ‘서울대 10개 만들기’에 거는 기대

송복섭 한밭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 승인 2025-09-01 10:15
  • 신문게재 2025-09-02 18면
  • 심효준 기자심효준 기자
2023120401000190300005941
송복섭 교수
'서울대 10개 만들기'에 관한 사회적 관심이 크다. 캠페인 구호처럼 귀에 착 감기는 직관적인 문장이 궁금증과 기대감을 자아내지만 어떻게 추진할 것이라는 구체적인 정책에 대한 설명은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지난 대선에서 현 대통령의 공약으로 등장한 이 정책의 골자는 지역거점국립대를 중심으로 과감한 예산을 지원해 수도권 중심 대학 서열화를 완화하고 지역균형발전을 유도한다는 취지다. 교육부는 5년간 무려 4조원의 예산을 투입한다는 계획을 최근에 발표하면서 교육혁신을 지원하고 고가의 기자재와 연구환경을 지원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서울대 10개 만들기'는 김종영 경희대 교수가 최초로 제안한 정책이라고 하는데 1968년 프랑스에서 있었던 파리의 대학체제 개편을 참조했을 것으로 여겨진다. 당시 프랑스에서도 대학 간 서열화 문제가 사회적으로 큰 이슈였고 그해에 있었던 학생혁명이 전체적인 사회구조뿐만 아니라 대학 시스템도 바꿔놓고 말았다. 그 결과 대학 이름이 갖는 고유명사를 떼고 번호를 붙여 대학을 부르기 시작한 것이다. 오늘날 이 정책이 모두 성공했는지는 평가가 엇갈린다. 여전히 대학 이름 번호 뒤에 고유명사가 따라다니고 대학별 인기학과와 대학 간 차이를 어렵지 않게 알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대학 서열화를 완화했다는 데는 대체로 동의하는 분위기다.



'서울대 10개 만들기'는 이렇게 추진했으면 좋겠다. 우선, 짧은 기간을 정해 단기적인 성과에 집착하지 않았으면 한다. 정권마다 대학을 혁신하겠다고 엄한 기준을 정해 일률적으로 평가하다가 성과에 집착해 궁극적으로 도달해야 할 목표에 이르지 못하고 다시 다음 정권이 또 다른 정책으로 방향을 선회하는 사례를 여러 차례 보아왔기 때문이다. 대학 서열화는 대학만의 문제가 아니고 사회 전체에 팽배해있는 구조적인 모순들을 제거해야 해소가 가능한 일이기에 장기적인 안목으로 꾸준하게 추진해야 할 정책이다.

둘째, 혁신은 정부가 끌고 가는 것이 아니라 대학 스스로 목표를 정하고 주체적으로 발전 전략을 실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부는 예산과 정책으로 대학을 지원하는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그간 정부가 일률적인 평가지표를 들이대고 대학은 이에 맞추어 점수를 얻고자 무리한 목표를 설정한 후 결국 달성하지 못한 채 흐지부지되는 경우를 많이 보아왔기 때문이다. 정원감축과 통폐합이라는 지표 등에 집착하면 무리가 따르고 결국 목표를 달성하기도 어려워진다.



셋째, 지역 대학 간 상생방안도 함께 마련하여야 한다. 이미 RISE 사업으로 지방자치단체가 지역 발전과 연계해 대학을 지원하는 정책이 궤도에 오른 상태에서 지역거점국립대에만 편중하는 정책추진은 지역 균형발전을 후퇴시킬 수도 있다. 지역에 있는 대학들은 지역사회와 긴밀한 공생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대학이 망하면 지역사회 생태계도 같이 무너진다. 그렇다고 경쟁력 없는 대학을 억지로 살리자는 것은 아니다. 지역 대학들도 생존을 위해 여러 방면으로 애쓰고 있는데, 확보한 정체성과 강점을 가지고 지역사회와 상생하며 혁신할 수 있는 길을 터주어야 한다.

넷째, 지역에는 지역거점국립대만 있는 게 아니라 지역중심국립대도 있으므로 이를 위한 지원방안도 함께 마련하여야 한다. 꾸준히 거론되고 있는 '1도 1국립대' 방침으로 지역별로 국립대를 통합해 재편하는 정책을 가동하거나, 아니면 지역중심국립대가 가진 강점을 바탕으로 특성화를 지원하는 정책도 동시에 추진하여야 한다. 국립대학을 광역 거점으로 묶어 고등교육의 공공성을 강화하거나 특성화를 바탕으로 대학 혁신을 역동적으로 추진하는 길 중에서 선택해야 할 때가 되었다.

학령인구 감소와 AI로 대표되는 교육혁신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대학교가 변해야 하는 이 시점에서 '서울대 10개 만들기'는 큰 도전이자 기회임이 분명하다. 아랫돌을 빼서 윗돌을 막는 방식으로 대학을 지원하던 정책으로부터 방향을 전환해 전체적인 예산을 늘려서 대학의 변화를 지원하려는 정부의 노력은 응원하고 박수를 보낼만하다. 다만, 각론을 마련하고 구체적인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난 정부들이 성공하지 못한 우를 다시 범하지 않도록 자세히 살피고 대학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분위기가 마련되기를 바란다./송복섭 한밭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준비 안된 채 신입생만 받아"… 충남대 반도체 공동 연구소 건립 지연에 학생들 불편
  2. '복지부 이관' 국립대병원 일제히 반발…"역할부터 예산·인력충원 無계획"
  3. '수도권 대신 지방의료를 수술 대상으로' 국립대병원 복지부 이관 '우려'
  4. 설동호 대전교육감 "수험생 모두 최선의 환경에서 실력 발휘하도록"
  5. 대전시의회 교육위 행정사무감사…학폭 예방 교육 실효성·대학 사업 점검
  1. 2025 '도전! 세종 교육행정' 골든벨 퀴즈 대회 성료
  2. 세종교육청 '수능' 앞둔 수험생 유의사항 전달
  3. [대전유학생한마음대회] 유득원 행정부시장 "세계로 잇는 든든한 주인공 뒷받침 최선"
  4. [대전유학생한마음대회] 박태구 중도일보 편집국장 “문화·언어 달라도 마음이 통하면 우리는 하나”
  5. 세종교육청 2026년 살림살이, 1조 1817억 원 편성

헤드라인 뉴스


주가 고공행진에 충청권 상장기업 시총 174조원 돌파

주가 고공행진에 충청권 상장기업 시총 174조원 돌파

대외 불확실성이 완화되면서 코스피 지수가 사상 처음으로 4000선을 돌파하자 충청권 상장사들의 주가도 고공행진하고 있다. 특히 외국인 투자자의 대규모 매수세가 이어지면서 한 달 새 충청권 상장법인의 시가총액이 전월 대비 19조 4777억 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거래소 대전혁신성장센터가 11일 발표한 '대전·충청지역 상장사 증시 동향'에 따르면 10월 충청권 상장법인의 시가총액은 174조 5113억 원으로 전월(155조 336억 원) 보다 12.6% 늘었다. 10월 한 달 동안 충북 지역의 시총은 27.4% 상승률을 보였고,..

조선시대 해안 방어의 핵심 거점…`서천읍성` 국가유산 사적 지정
조선시대 해안 방어의 핵심 거점…'서천읍성' 국가유산 사적 지정

국가유산청은 충남 서천군에 위치한 '서천읍성(舒川邑城)'을 국가지정문화유산 사적으로 지정했다고 11일 밝혔다. 서천읍성은 조선 세종(1438~1450년) 무렵에 금강 하구를 통해 충청 내륙으로 침입하던 왜구를 막기 위해 쌓은 성으로, 둘레 1645m 규모에 이른다. 조선 초기 국가가 해안 요충지에 세운 방어용 읍성인 연해읍성 가운데 하나다. 산지 지형을 활용해 쌓은 점이 특징이며, 일제강점기 '조선읍성 훼철령(1910년)' 속에서도 성벽 대부분이 원형을 유지해 보존 상태가 우수하다. 현재 전체 둘레의 약 93.3%(1535.5m)가..

세종 청소년 인구 1위 무색… "예산도 인력도 부족해"
세종 청소년 인구 1위 무색… "예산도 인력도 부족해"

'청소년 인구 최다' 지표를 자랑하는 세종시가 정작 청소년 예산 지원은 물론 전담 인력조차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동에 이어 청소년 예산까지 감축된 흐름 속에 인력·자원의 재배치와 공공시설 확충을 통해 지역 미래 세대를 위한 전사적 지원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11일 세종시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아동청소년 인구(0~24세)는 11만 4000명(29.2%)이며, 이 중 청소년 인구(9~24세)는 7만 8000명으로, 전체 인구의 20%에 달하고 있다. 이는 전국 평균 15.1%를 크게 웃도는 규모로, 청소년 인구 비..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혼잡 없이 수능 시험장 찾아가세요’ ‘혼잡 없이 수능 시험장 찾아가세요’

  • 국제 육군 M&S 학술 컨퍼런스 및 전시회 국제 육군 M&S 학술 컨퍼런스 및 전시회

  • 2025년산 공공비축미곡 매입 시작 2025년산 공공비축미곡 매입 시작

  •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문답지 전국 배부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문답지 전국 배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