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인칼럼] 노란봉투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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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인칼럼] 노란봉투법

이승현 산군(山君) 법률사무소 변호사

  • 승인 2025-08-31 10:38
  • 신문게재 2025-09-01 18면
  • 박병주 기자박병주 기자
변호사이승현증명사진
이승현 산군(山君) 법률사무소 변호사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약칭 : 노동조합법) 제2조 및 제3조에 대한 개정안이 이른바 노란봉투법이다. 노란봉투법이라는 별칭은 2009년 쌍용 자동차 파업 노동자들이 거액의 손해배상 판결을 받게 되자 시민들이 이를 돕기 위해 노란봉투(과거 노란봉투에 담긴 월급을 받은 추억)에 성금을 보낸 것에서 유래됐다. 당시 쌍용 자동차 측은 많은 직원들을 해고하려 했고, 노동자들은 이에 반대해 77일 동안 파업을 했다. 이에 대해 회사는 노동자들에게 손해배상 청구를 하였고, 법원은 노동자들에게 약 47억 원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이러한 쌍용 자동차 파업 사태가 촉매가 된 노란봉투법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현행 노동조합법 제2조 제2호는 「"사용자"라 함은 사업주, 사업의 경영담당자 또는 그 사업의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동하는 자를 말한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노란봉투법은 "근로계약 체결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도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사용자의 개념을 확대하는 것이다. 위 노란봉투법이 가지는 의미는 하청·도급업체 소속 근로자에 대해서도 원청이 단체교섭 의무를 지게 될 수 있다.



현행 노동조합법 제2조 제4호 라목은 근로자가 아닌자의 가입을 허용하는 경우 노동조합이 아니라고 규정하고 있는 반면, 노란봉투법은 위 규정을 삭제해 노동조합의 결격요건을 완화했다.

현행 노동조합법 제2조 제5호는 「"노동쟁의"라 함은 노동조합과 사용자 또는 사용자단체 간에 임금·근로시간·복지·해고 기타 대우 등 근로조건의 결정에 관한 주장의 불일치로 인하여 발생한 분쟁을 말한다. 이 경우 주장의 불일치라 함은 당사자 간에 합의를 위한 노력을 계속하여도 더 이상 자주적 교섭에 의한 합의의 여지가 없는 경우를 말한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노란봉투법은 해고·근로자의 지위 기타 대우 등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경영상의 결정에 관한 주장의 불일치라고 하여 노동쟁의의 개념을 확장하였다. 위 노란봉투법이 가지는 의미는 합병, 분할 등 사업 재편이나 조직부서의 조정 내지 통폐합 등 조직 개편에 관한 경영상의 결정도 쟁의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정리해고, 구조조정, 합병 등 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경영상 조치는 노동쟁의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종전 판례의 입장을 법률로 개편한 것일 수 있다.



현행 노동조합법 제3조는 「사용자는 이 법에 의한 단체교섭 또는 쟁의행위로 인하여 손해를 입은 경우에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에 대하여 그 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노란봉투법은 이를 보다 상세하게 규정하여 사용자의 불법행위에 대항해 부득이 손해를 가한 경우 근로자의 책임을 면제하거나 노동조합과 근로자에게 책임이 인정되더라도 감면을 청구할 수 있고, 사용자가 노동조합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거나 활동을 방해할 목적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을 금지하도록 정하고 있다.

노란봉투법에 대한 노동계와 경영계의 입장은 극명하다. 노동계는 하청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하고, 이른바 노동자 길들이기 소송을 방지하는 노란봉투법에 찬성하는 입장이며, 경영계는 원청에 대해 과도하게 책임을 전가되고, 합법적인 파업과 불법적인 파업의 경계가 불분명하게 하여 기업의 경영을 위축시키는 노란봉투법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필자는 아직 경험과 식견이 부족하여서인지 노란봉투법에 관한 노동계의 입장과 경영계의 입장 중 어느 입장이 더 비교우위에 있는 것인지 가늠이 되지 않는다. 어쨌건 노란봉투법은 2025년 8월 2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여 입법이 되었다. 이제는 노란봉투법이 찬반 내지 호오의 문제를 넘어 노동자와 경영자 간에 지속적이고 긴밀한 대화를 위한 노력이 중요한 때로 접어들었다. /이승현 산군(山君) 법률사무소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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