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화산업 살리기 나선 정부… 싸늘한 업계 반응

  • 경제/과학
  • 지역경제

석화산업 살리기 나선 정부… 싸늘한 업계 반응

정부 구조개편안, NCC 연간 370만톤 감축 골자
공장가동률 이미 최저치 결국 문닫는 기업 발생
대산산단 NCC기업 90%… 협력업체 직격탄 우려
충남도·서산시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 지정 요구

  • 승인 2025-08-24 12:44
  • 김흥수 기자김흥수 기자
clip20250824101359
충남 서산 대산석유화학단지 전경. /중도일보 DB
정부가 국내 3대 석유화학단지 구조개편을 통해 침체된 석유화학산업 살리기에 나섰지만, 업계의 반응은 싸늘하다. 정부의 '선(先) 자구노력, 후(後) 지원' 방침이 글로벌 공급과잉 위기 속에서 소극적인 처방이라는 지적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석유화학업계는 글로벌 공급 과잉으로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중국이 값싼 러시아산 원유를 대량 수입해 원가 경쟁력을 확보했고, 중동지역 산유국도 NCC(나프타 분해설비) 증설에 나서면서 글로벌 공급 과잉이 가속화됐다. 이로 인해 지난 2021년 최대 성과를 거둔 국내 석화업계의 실적은 곤두박질쳤다.



석화업계는 정부의 과감한 지원책을 기대했지만, 이번 대책이 사실상 생산량 감축과 구조조정을 전제로 하고 있어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공급 과잉 속에서 기업들이 구조조정에 나서야 정부에서 지원하겠다는 것은 앞뒤가 바뀐 처방"이라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의 경우 기업들이 (악재를) 예상할 수 있는 범위가 아니지 않냐"며 "정부 차원의 실질적인 지원대책이 마련됐어야 했다"고 불만을 표출했다.



GYH2025082000090004400_P4
정부는 국내 NCC생산량을 연간 1470만 톤에서 약 25% 줄인 1100만 톤 수준으로 감축하라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문제는 국내 NCC 기업들의 공장가동률이 이미 최저수준이라는 것이다. 손익분기점이 85% 수준으로 알려졌지만 현재 일부 기업은 60% 안팎으로 떨어진 실정이다. 이 이하로 낮출 경우, 설비 관리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더 큰 손실을 떠안아야 한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결국 어느 기업이 먼저 문을 닫을지가 관건이고, 결국 살아남는 기업이 시장을 독식하게 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공장가동률을 더 낮추기엔 이미 한계점에 와있고 결국 문을 닫는 기업이 생기게 될 것"이라며 "기업들 간에 합종연횡도 불가피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다만 "이번 정부의 가이드라인 발표로 불확실성이 일부 해소된 점은 긍정적"이라면서도 "기업별로 자구 방안 마련에 착수했으며, 인력 재배치 및 구조조정 등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말했다.

특히 충남 서산에 위치한 대산석유화학단지의 위기감이 크다. LG화학, 롯데케미칼, 한화토탈, HD현대케미칼 등 대기업을 포함해 91개 기업이 입주해 있는데, 이 가운데 90% 이상이 NCC 관련 업종이다. 그나마 대기업들은 버틸 체력이 있지만, 이들과 직·간접으로 연결된 포장·운송·납품 등 80여 개 협력업체가 생존 위기에 직면할 수 있어 지역경제 전반에 파장이 예상된다.

이에 따른 지자체 차원의 대응도 시작됐다. 충남도와 서산시는 지난 7월 정부에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 지정'을 신청서를 냈다. 대산산단의 공장 가동률이 74.3%로 국내 3대 석화단지 중 가장 낮고, 국세 납부액 역시 2022년 1조7700억 원에서 2024년 1600억 원으로 90% 이상 급감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앞서 지난 5월 위기 대응 지역으로 지정된 여수산단의 경우 세제 유예 및 고용유지지원금 확대, 업종 전환 투자보조금 등 혜택을 받고 있는 만큼, 대산산단도 동일한 지원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충남도 관계자는 "여수산단의 경우 신청 후 1개월 반 정도 걸려 지정된 만큼, 대산산단도 9월쯤이면 지정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면서 "대산산단에는 90%의 NCC관련 기업이 있고, 이 중 95%가량이 중소·중견기업으로 대기업이 무너지면 지역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흥수 기자 soooo0825@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충남경찰 인력난에 승진자도 저조… 치안공백 현실화
  2. 대전시와 5개구, '시민체감.소상공인 활성화' 위해 머리 맞대
  3. 세종시 '학교급식' 잔반 처리 한계...대안 없나
  4. [한성일이 만난 사람]여현덕 KAIST 기술경영전문대학원 인공지능(AI) 경영자과정 주임교수. KAIST-NYU 석좌교수
  5. 세종시 재정 역차별 악순환...보통교부세 개선 촉구
  1. 세종시 도담동 '구청 부지' 미래는 어디로?
  2. 더이상 세종시 '체육 인재' 유출 NO...특단의 대책은
  3. 세종시 '공동캠퍼스' 미래 불투명...행정수도와 원거리
  4. ‘대전의 밤은 낮보다 화려하다’
  5. 세종시 교통신호제어 시스템 방치, 시민 안전 위협

헤드라인 뉴스


전기 마련된 대전충남행정통합에 이재명 대통령 힘 실어줄까

전기 마련된 대전충남행정통합에 이재명 대통령 힘 실어줄까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으로 대전·충남 행정통합이 새로운 전기를 맞은 가운데 17일 행정안전부 업무보고에서 다시 한번 메시지가 나올지 관심이 높다. 관련 발언이 나온다면 좀 더 진일보된 내용이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역대 정부 최초로 전 국민에 실시간 생중계되고 있는 이재명 대통령의 2주 차 부처 업무보고가 16일 시작된 가운데 18일에는 행정안전부 업무보고가 진행된다. 대전과 충남은 이날 업무보고에서 이 대통령이 대전·충남 행정통합에 대한 추가 발언을 할지 관심을 두고 있다. 내년 6월 지방선거 이전에 대전·충남 행정통합을 하기 위해..

[기획시리즈] 2. 세종시 신도시의 마지막 퍼즐 `5·6생활권` 2026년은?
[기획시리즈] 2. 세종시 신도시의 마지막 퍼즐 '5·6생활권' 2026년은?

2026년 세종시 행복도시 신도시는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할 수 있을까.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이하 행복청)이 지난 12일 대통령 업무보고를 거치며, 내년 청사진을 그려냈다. 이에 본지는 시리즈 기사를 통해 앞으로 펼쳐질 변화를 각 생활권별로 담아내고자 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1. 행정수도 진원지 'S생활권', 2026년 지각변동 오나 2. 신도시 건설의 마지막 퍼즐 '5~6생활권' 변화 요소는 3. 정부세종청사 품은 '1~2생활권', 내년 무엇이 달라지나 4. 자족성장의 거점 '3~4생활권', 2026년 던져진 숙제..

‘의료 격차 해소·필수의료 확충’ 위한 지역의사제 국무회의 의결
‘의료 격차 해소·필수의료 확충’ 위한 지역의사제 국무회의 의결

의사가 부족한 지역에서 10년간 의무적으로 복무하는 소위, ‘지역의사제’ 시행을 위한 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출산과 보육비 비과세 한도 월 20만원에서 자녀 1인당 20만원으로 확대하고, 전자담배도 담배 범위에 포함해 규제하는 법안도 마찬가지다.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1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제54회 국무회의에서는 법률공포안 35건과 법률안 4건, 대통령령안 24건, 일반안건 3건, 보고안건 1건을 심의·의결했다. 우선 지역 격차 해소와 필수의료 확충, 공공의료 강화를 위한 ‘지역의사의 양성 및 지원 등에 관한 법률공포안’..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딸기의 계절 딸기의 계절

  • 보관시한 끝난 문서 파쇄 보관시한 끝난 문서 파쇄

  • `족보, 세계유산으로서의 첫 걸음` '족보, 세계유산으로서의 첫 걸음'

  • ‘대전의 밤은 낮보다 화려하다’ ‘대전의 밤은 낮보다 화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