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면 비어있던 정자, 불 켜니 마을이 모였다

  • 전국
  • 부여군

밤이면 비어있던 정자, 불 켜니 마을이 모였다

어둠 속에 조용하던 동남4리 정자, 전기 불빛과 함께 웃음·이야기·마을의 온기 돌아와

  • 승인 2025-08-13 11:30
  • 수정 2025-08-13 12:20
  • 김기태 기자김기태 기자
KakaoTalk_20250813_103006896_03
동남4리 한 정자에 불이 밝혀지자 동네사람들이 모여 담소를 나누고 있다.
부여군 동남4리의 한 정자가 전기불 하나 덕분에 주민들의 사랑방으로 다시 태어났다. 낮에는 어르신들이 잠시 쉬어가는 공간이었지만, 밤이 되면 어두워 부녀회 모임도 식당이나 마을회관에서 서둘러 마치고 흩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전기불이 설치되면서, 이제는 회원들이 저녁에도 오래 머물 수 있는 새로운 사랑방이 생겼다.

이 변화를 이끈 것은 중도일보 부여본부와 한국전력공사 부여지사지회 홍호선 위원장의 손길이었다. 부여본부가 사무실 전기를 내어주었고, 홍 위원장이 직접 기능봉사에 나서 길 건너 정자까지 전기를 연결했다. LED 조명과 콘센트까지 갖춘 정자는 밤에도 환하게 빛나며 편리한 모임 공간으로 거듭났다.

8월 12일, 동남4리 부녀회는 한 식당에서 식사를 서둘러 마친 뒤 새로 불이 켜진 정자로 자리를 옮겨 2시간 넘게 웃음과 대화를 나눴다. 시원한 바람 속에서 못다 한 이야기를 풀어놓고, 마을 발전 방향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의견을 모았다.

정자가 환해졌다는 소식을 들은 장소미 의원이 가장 먼저 달려와 주민들의 목소리를 들었고, 이어 박순화 부의장과 민병희 의원도 합류해 생활 불편과 현안을 꼼꼼히 청취했다. 주민과 의원이 한자리에 모인 이 시간은 정자가 단순한 쉼터를 넘어 소통과 협력의 장으로 자리매김했음을 보여줬다.



김희순 부녀회장은 "이제 저녁에도 편하게 모일 수 있어 너무 좋다. 마을에 활기가 돈다"며 감사 인사를 전했고, 강석우 이장은 "정자가 주민 모두의 쉼터이자 사랑방으로 오래 쓰이길 바란다"고 말했다.

동남4리 정자 전기불 설치 사례는 작은 변화가 마을 공동체를 되살릴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시켜 준다. 단순히 공간을 밝히는 것을 넘어, 주민들이 저녁에도 모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며 소통과 화합의 기반을 마련했다.

특히 이번 사업은 부녀회의 의견 수렴부터 언론사, 공기업, 지방의회 의원이 힘을 모은 결과로, 민관협력의 성공 모델로 평가할 수 있다. 주민 생활의 작은 불편을 해결하는 데서 시작해, 마을의 활력 회복과 공동체 강화로 이어진 것은 다른 지역에서도 참고할 만한 사례다.


부여=김기태 기자 kkt0520@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학교 급식 파행 사태 초등학교까지 번지나…학부모 우려
  2. 길고 길었던 실종자 수색…76시간 만 극적 발견
  3. 대전변호사회, 경찰 형사사건 처리 업무평가 첫 시행
  4. 행정수도 완성 논의 본격화... "법적지위 부여 적극 추진"
  5. [인터뷰] '운동하고 연구하는' 정형외과 의사…유현진 전문의 "수술과 재활진료가 본질"
  1. 32사단, 대량살상무기 대응 통합훈련 실시
  2. 전문대, 내년 수시모집 15만명 선발… 충청권 1만 8081명
  3. 세종지역 초등 저학년 학교폭력 땐 '숙려기간' 준다
  4. 충남대병원 대전치매센터, 공공후견인 간담회 및 교육 열어
  5. 대전 전교조·인권단체 '대전판 리박스쿨' 청소년 기관 수탁 규탄

헤드라인 뉴스


특별법 국토소위 회부…행정수도 완성 열차 시동

특별법 국토소위 회부…행정수도 완성 열차 시동

국가균형발전 백년대계이자 560만 충청인의 염원인 행정수도특별법이 21일 입법화를 위한 첫 관문인 상임위원회 소위에 회부됐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고 이같이 결정했다. 우리나라 정부부처 3분의 2가 집적돼 있으며 대통령실과 국회 기능 이전이 예정된 세종시에 명실상부한 행정수도 법적 지위를 부여 하기 위한 입법화 여정이 개문발차한 것이다. 행정수도특별법은 대통령실과 국회를 세종시로 완전 이전하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한다. 이날 전체회의에는 더불어민주당 강준현 의원(세종을) 안(案)과 조국혁신당 황운하 의원(비례) 안..

한문희 코레일 사장 사의표명... 철도작업자 사망에 책임 통감
한문희 코레일 사장 사의표명... 철도작업자 사망에 책임 통감

한문희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사장이 19일 발생한 남성현~청도 작업자 사고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다. 21일 코레일은 공식 발표를 통해 한 사장은 "철도 작업자 사고 발생에 대해 유가족과 국민께 깊이 사과드리고, 무거운 책임을 통감한다"며 사고현장에서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사표는 아직 수리되지 않았다. 한 사장의 임기는 내년 7월 23일 임기가 끝난다. 19일 10시 50분쯤 경부선 남성현~청도역 간 운행하던 제1903호 무궁화호 열차가 수해지역 비탈면 안전 점검을 위해 이동 중이던 작업자와 접촉하는 사고가 발생해 2명이..

충남도 `호우 피해 지원금 현실화` 요구… 정부 "추가 지급 결정"
충남도 '호우 피해 지원금 현실화' 요구… 정부 "추가 지급 결정"

충남도가 지난달 기록적인 폭우에 따른 지원금을 정부에 지속 건의한 결과, 정부가 추가지원을 결정했다. 21일 도에 따르면 지난달 22일 폭우 피해 지원대책 기자회견에서 정부에 피해 지원금 현실화를 건의하겠다는 입장 발표를 시작으로, 정부부처의 현장점검 등에서 '호우 피해 지원금 현실화'를 요청해 왔다. 김태흠 지사도 1일 열린 대통령 주재 제1차 시도지사 간담회에서 분야별 지원금 현실화를 공식 건의한 바 있다. 당시 김 지사는 농업 분야와 관련해 정부의 지원기준인 복구비(대파대) 50%를 100%로 상향하고 농업시설 복구비도 기존..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드론테러를 막아라’ ‘드론테러를 막아라’

  • 폭염에도 가을은 온다 폭염에도 가을은 온다

  • 2025 을지훈련 시작…주먹밥과 고구마로 전쟁음식 체험 2025 을지훈련 시작…주먹밥과 고구마로 전쟁음식 체험

  • 송활섭 대전시의원 제명안 부결…시의회 거센 후폭풍 송활섭 대전시의원 제명안 부결…시의회 거센 후폭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