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행함이 없는 정치

  • 오피니언
  • 여론광장

[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행함이 없는 정치

양동길/시인, 수필가

  • 승인 2025-08-12 11:1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알고 있다고 모두가 생활에 반영되거나 활용되는 것은 아니다. 매순간 떠오르지도 않는다. 그런가 하면 생각 보다 행동이 앞서는 경우도 있다. 말이나 행동이 지성이나 이성과 다른 방향으로 향한다. 신중해야 하는 이유다. 신중은 이성으로 자신을 다스리고 훈련하는 능력이요, 보다 합리적인 선택을 위해 필요한 실용적 지혜이다.

우리의 삶은 선택의 연속이다. 대수롭지 않은 물건 하나 사는 것도 쉽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모양이나 색상 같은 외관은 물론 품질, 가격, 상태, 적합도, 관계 등 수없이 많은 조건이 있다. 취향이나 그 날의 감정에도 좌우된다. 만족하거나 행복감으로 이어지는 선택이란 참으로 어렵다.



집단의 통치행위도 마찬가지다. 다만 만족해야 하는 주체가 취사선택하는 사람이 아니라 조직원이란 차이만 있을 뿐이다.

국가나 지방정부의 인사를 들여다보면 가관이다. 최선의 선택이아니라 그저 측근으로 채운다. 그나마 지탱하고 있는 기간조직마저 무너져 가고 있는 실정이다. 일할 사람이 없다는 하소연도 들린다. 공허한 이야기 일 수 있으나, 결정권자와 무관하거나 최소화하는 정치 또는 인사법은 없을까?



심오한 철학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지만, 노자 도덕경의 몇 구절을 옮겨본다. 2장에는 미추, 선악, 빈부, 난이, 장단, 고저, 모든 일이 서로 상반되는 관계로 존재한다며 무위로서 일을 처리한다(無爲之事)고 말한다. 17장에는 이런 말이 나온다. "가장 훌륭한 지도자는 존재한다는 정도만 알려진다. 백성이 다정함을 느끼고 칭송하는 것은 그 다음이다. 그 아래는 두려워하는 것이고, 백성이 업신여기는 것은 가장 낮은 지도자다. 신의가 부족하면 불신이 따른다. 최선의 군주는 말을 아끼고 삼가기 때문에 할일을 다하여 공이 이루어져도 백성에게 자랑하지 아니하고 저절로 그렇게 되었다고 한다."

25장에는 "도는 스스로 그러함을 본받는다(道法自然)"고 하였다. 57장엔 "내가 행하는 것이 없으면 백성 스스로 감화되고, 내가 고요히 있는 것을 좋아하면 백성 스스로 바르게 되고, 내가 일하지 않으면 백성이 절로 풍족해 지고, 내가 욕심을 부리지 않으면 백성 스스로 통나무처럼 순박해진다"고 한다.

인위적으로 다스리지 않고, 자연의 이치에 따름으로써 모두 제자리로 돌아가게 하는 것이 이상적 정치란 주장이다. 즉, 무위이치(無爲而治)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능히 다스린다는 뜻으로, 다스림이 없으면서도 다스려지지 않음이 없는(無治而無不治) 경지이다.

청정무위(淸淨無爲)라고도 한다. 사심이 없는 깨끗함으로 움직이지 않는 것, 모두 자연에 맡기고 인위적 행함이 없는 것이다. 중국 전한이 천하평정 후 개공(蓋公)이란 인재에게 백성을 안정시키는 방법을 구하자, "국가를 다스리는 가장 좋은 방법은 청정무위(淸靜無爲)이며, 그렇게 하면 백성들은 저절로 안정된다." 답 한 것으로 사마천의 <사기>에 전한다.

<논어> 위령공편에도 "순리대로 다스린 사람(無爲而治者)은 순임금뿐이다. 무슨 일을 하였을까, 몸을 공손히 하여 임금 자리에 계실 따름이었다." 행함이 없다는 것은 순리에 따른다는 의미다. 세상과 다툼이 없는 경지이다.

무위라 함은 아무것도 아니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준비해놓고 지켜보는 것이다. 자연이 저마다 이치에 맞게 움직인다면, 사회에는 기간조직이란 시스템이 있다. 이치에 밝은 우수한 인재가 매사 책임지고 알아서 잘 해낸다. 정치인의 역할이 없다거나 쓸모없다는 말은 아니지만, 정치를 최소화해야 한다. 자연을 이기려는 데서 불행이 시작된다.

권력자가 군림하려 하며, 자연에게 일을 맡기지 않고 독식하려 하기 때문에 천하가 어지러워진다. 더구나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조차 모르는 자에게 일을 맡기면 혼란만 가중될 것은 불문가지다. 기간 조직 외의 임명직일지라도 최소한 자신의 직무에 대한 전문성과 사명감이 있어야 하고, 할 줄 알아야 하며, 경건하고 성실하게 수행하고 완성할 열정이 있어야 한다.

양동길/시인, 수필가

양동길-최종
양동길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충남 통합논의"…金총리-與 충청권 의원 전격회동
  2. 대전역 철도입체화, 국가계획 문턱 넘을까
  3. '물리적 충돌·노노갈등까지' 대전교육청 공무직 파업 장기화… 교육감 책임론
  4. 대전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간담회 열려
  5. [대전, 일류 문화도시의 현주소] 국립시설 '0개'·문화지표 최하위…민선8기 3년의 성적표
  1. 대전충남 행정통합 발걸음이 빨라진다
  2. 대전 동구, '어린이 눈썰매장'… 24일 본격 개장
  3. 이대통령의 우주청 분리구조 언급에 대전 연구중심 역할 커질까
  4. [기고] 한화이글스 불꽃쇼와 무기산업의 도시 대전
  5. 대전연구원 신임 원장에 최진혁 충남대 명예교수

헤드라인 뉴스


10·15부동산 대책 2개월째 지방은 여전히 침체… "지방 위한 정책 마련 필요" 목소리

10·15부동산 대책 2개월째 지방은 여전히 침체… "지방 위한 정책 마련 필요" 목소리

정부 10·15 정책이 발표된 지 두 달이 지난 가운데, 지방을 위한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 3단계가 내년 상반기까지 유예되는 등 긍정적 신호가 나오고 있지만, 지방 부동산 시장 침체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어서다. 15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누적 매매가격 변동률(12월 8일 기준)을 보면, 수도권은 2.91% 오른 반면, 지방은 1.21% 하락했다. 서울의 경우 8.06%로 꾸준히 상승곡선을 그린 반면, 대전은 2.15% 하락했다. 가장 하락세가 큰 곳은 대구(-3...

[대전, 일류 문화도시의 현주소] 제2문화예술복합단지대·국현 대전관… 대형 문화시설 `엇갈린 진척도`
[대전, 일류 문화도시의 현주소] 제2문화예술복합단지대·국현 대전관… 대형 문화시설 '엇갈린 진척도'

대전시는 오랜 기간 문화 인프라의 절대적 부족과 국립 시설 공백 속에서 '문화의 변방'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민선 8기 이장우 호(號)는 이 격차를 메우기 위해 대형 시설과 클러스터 조성 등 다양한 확충 사업을 펼쳤지만, 대부분은 장기 과제로 남아 있다. 이 때문에 민선 8기 종착점을 6개월 앞두고 문화분야 현안 사업의 점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대전시가 내세운 '일류 문화도시' 목표를 실질적으로 이루기 위해서는 단순한 인프라 확충보다는 향후 운영 구조와 사업화 방안을 어떻게 마련할는지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중도일..

내란특검, 윤석열·정진석·박종준·김성훈·문상호… 충청 대거 기소
내란특검, 윤석열·정진석·박종준·김성훈·문상호… 충청 대거 기소

12·3 비상계엄 사태에 적극 가담하거나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충청 출신 인사들이 대거 법원의 심판을 받게 됐다.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외환 의혹을 수사한 내란 특별검사팀(특별검사 조은석)은 180일간의 활동을 종료하면서 15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에 의한 내란·외환 행위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정진석·박종준·김성훈·문상호·노상원 등 충청 인사 기소=6월 18일 출범한 특검팀은 그동안 모두 249건의 사건을 접수해 215건을 처분하고 남은 34건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에 넘겼다. 우선 윤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의 밤은 낮보다 화려하다’ ‘대전의 밤은 낮보다 화려하다’

  • ‘헌혈이 필요해’ ‘헌혈이 필요해’

  • 까치밥 먹는 직박구리 까치밥 먹는 직박구리

  • ‘겨울엔 실내가 최고’…대전 곤충생태관 인기 ‘겨울엔 실내가 최고’…대전 곤충생태관 인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