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다문화]나와 몰레의 추억, 멕시코의 맛을 기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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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다문화]나와 몰레의 추억, 멕시코의 맛을 기억하다

  • 승인 2025-08-13 15:03
  • 신문게재 2025-08-14 9면
  • 황미란 기자황미란 기자
4-1. 멕시코의 맛_몰레 사진
멕시코 음식에 자주 이용되는 '몰레 소스'
나는 미국에서 태어났지만, 부모님은 멕시코에서 이민 온 분들이다. 그래서 어릴 적부터 집 안에는 늘 구운 고추, 다양한 향신료, 콩, 토마토 라이스, 그리고 옥수수 가루의 향이 가득했다. 특히 기억에 남는 음식은 '몰레(Mole)'였다. 그중에서도 '도냐 마리아(Dona Maria)'라는 시판 브랜드의 몰레가 인상 깊었다.

이 몰레 소스는 반조리 상태로 판매되는데, 우리 어머니는 여기에 말린 고추, 강황, 토마토, 초콜릿, 씨앗 등을 추가해 깊은 풍미를 더했다. 완성된 몰레는 닭고기와 멕시코식 레드 라이스와 함께 내어졌다.

내가 마지막으로 몰레를 먹은 건 결혼식 때였다. 한국에 오신 엄마는 몰레 소스 한 병을 챙겨 오셨고, 우리는 함께 재료를 구입하러 마트에 갔다. 모든 재료를 다 구하진 못했지만, 엄마의 정성과 사랑 덕분에 여전히 진한 몰레 맛을 느낄 수 있었다.

남편은 처음 몰레를 맛보고 잠시 말이 없더니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견과류의 고소함과 초콜릿의 은은한 단맛, 그리고 살짝 매콤한 맛이 잘 어우러진다"며, "짜지도 달지도 않고, 마치 멕시코식 카레 같다"고 표현했다.



요즘 들어 그 몰레가 그리워졌다. 그래서 이 특별한 멕시코 요리에 대해 더 깊이 알아보기로 했다.

▲몰레란 무엇인가?='몰레(Mole)'는 멕시코 고대 언어인 나우아틀어(Nahuatl)의 몰리(Molli) 또는 *물리(Mulli)*에서 유래된 말로, 고추와 향신료를 섞은 소스를 의미한다. 조리법은 카레와 비슷하게 다양한 재료를 오랜 시간 끓여 만들지만, 몰레는 멕시코 고유의 풍미와 역사, 문화를 담고 있다.

전통적으로는 칠면조 고기와 함께 먹었지만, 현재는 닭고기와 자주 곁들여진다. 말린 고추, 향신료, 초콜릿, 씨앗, 말린 과일 등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진 소스는 그 자체로 멕시코 요리의 정수라 할 수 있다.

▲몰레의 역사와 전통=몰레는 원래 신에게 바치는 제사 음식이었다. 고대 멕시코의 상인들(포치테카, Pochtecas)은 장거리 교역을 마친 뒤, 불의 신 *시우테쿠틀리(Xiuhtecuhtli)*에게 몰레와 닭 머리를 바쳤다고 전해진다. 이 전통은 음식, 제사, 그리고 신성함이 하나로 연결되는 문화적 상징이었다.

▲다양한 몰레의 세계=몰레는 멕시코 미식문화의 진수를 대표하며, 수십 가지 이상의 버전이 존재한다. 대표적으로는 흰 몰레, 아몬드 몰레, 다크 몰레, 아보카도 몰레, 그리고 '식탁보에 얼룩 남기는 몰레(Manchamanteles)' 등이 있다.

각 지역과 가정마다 재료와 조리법이 다르기 때문에, 몰레는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렵지만 그 다양성만큼이나 깊은 문화적 의미를 지닌다.

오늘날 멕시코에서는 축제나 기념일뿐 아니라 일상 속 식사에서도 몰레를 즐긴다. 몰레는 단순한 소스를 넘어, 전통과 정체성, 그리고 가족의 추억을 담은 문화유산이다. 잇셀 나옐리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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