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속으로]함께하는 도시

  • 정치/행정
  • 대전

[세상속으로]함께하는 도시

김병윤 대전대 명예교수 건축가

  • 승인 2025-08-07 17:22
  • 신문게재 2025-08-08 19면
  • 이상문 기자이상문 기자
김병윤 전 대전대 디자인아트대학장
김병윤 대전대 명예교수 건축가
여러 도시가 어우러지고 문화가 혼합되며 세계가 동원되는 감동이 있는 '함께하는 모습'을 찾다가 'PFC'란 뜻밖에 생기있는 변화의 세상을 보게 되었다. 거리의 악사들이 '함께 부르며 만든 변화(Playing For Change, PFC)'는 얼핏 가벼운 즐거움으로 쉬워 보이기도 하나 서로 다른 문화를 지닌 사람들이 함께 노래하며 공동의 융합을 이루어야 하는 어려운 작업이다. 사람들이 많이 찾는 미국의 산타 모니카 해변에서 영상작가 마크 존슨이 창안한 'PFC'는 세계의 50개국 150명의 악사들을 한데 모이게 해 모두가 함께 노래하는 커다란 성취를 이루어 냈다. '당신이 누구이든 어디로 향해 있든 (No matter who you are, No matter where you go)'로 시작하는 PFC의 대표곡인 'stand by me'는 긴장을 풀며 흥겹고 편안하게, 세상 모두에게 다가가서 세계의 거리가 하나가 되는 감동의 변화를 이루어 낸 시작으로 세상이 '함께하는 도시'로 바뀐다.

이전의 건축 설계 작업은 어떠했을까? 모두 한데 모여 설계도를 만드는 크고 작은 작업실에서 건축설계는 이루어 졌고, 엘리트들의 일사불란한 작업 사무실은 마치 찰리 채플린의 영화 '모던타임즈'의 생산 현장을 떠 올리게도 했다. 80년대 초만 해도 외국 선진건축학교의 컴퓨터 설계 수업은 크게 관심을 끌지 못하는 시험적 시기였으나 본격적으로 90년대가 되며 그 분위기를 컴퓨터가 서서히 바꾸기 시작했고, 이제는 모두 모니터 앞에서 지우개질 대신 키보드를 누르고 있다. 그러니 이제는 회의하는 시간 외에는 모니터를 보며 각자의 자리에서 '노 매러 웨어 유아'의 시대가 된 것이다. 이런 부흥이 오면서 변화된 축제처럼 전 세계의 건축가들이 이를 함께 공동작업으로 진화시킨 시기가 초반에 있었다. 시차가 다른 나라의 건축인들이 이를 아주 반겼고 낮과 밤이 다른 것이 오히려 공동작업에 기회를 주었다. 내가 작업하고 잠들면 지구 반대편 나라의 동료가 깨어나 계속 작업을 이어가는 것으로 참으로 환상적인 공동 연출이었기에 모두 이 상황을 획기적인 협연으로 여겼던 것이다. 당시 이 공동의 작업은 상대의 작업에 대해서도 이해가 필요했지만 서로 많은 것을 공유하고 터득 해가는 매우 지혜로운 학습 방식의 작업이었다. 이 모두가 컴퓨터의 정보에 의해 이루어진 나름 진화가 아니었을까? 시간이 좀 지나고 잔치는 끝나 건축디자인이 지닌 독자적인 개성과 작가의 개별적 사고의 집합체로서 완성되는 건축의 고유한 특성 사고가 부풀어지면서 이 공동의 작업은 슬며시 사라진다. 국제간의 협력이 필요하거나 잘 알려진 건축가가 동원되는 사업인 경우 공공과제가 아니어도 건축 발주처의 성향에 따라 컨소시엄 방식이 자주 등장하지만 여전히 함께하는 공동작업방식이 아닌 과정의 상호개입만으로 이루어 진다. 아쉽게도 독립적인 작업방식의 업벽(業癖)이 큰 것이다.

건축 현상공모 방식은 예나 지금이나 과정은 불편하고 결과는 많은 불만이 따른다. 최소한 다르게 진화시켜 볼 필요가 있고, 특히 공공건축의 과제는 초기에 함께 디자인하고 함께 논의하던 시간을 상기하며 작업을 함께 하는 공동의 과제로 전환 할 필요를 절실하게 느낀다. 이제 건축은 독자성을 논하고 작품의 경향을 중시하면서도 한편 시대를 넘는 특히나 공공건축의 설계 과정에서는 획기적인 변화를 위한 '협동설계방식'의 도입이 요구된다. 건축설계정보의 집적으로 이제 AI가 디자이너로 등장하는 시대에서 설계업이 공존하기 위한 체제 변화가 필요한 시간이다. 영국의 건축가 노먼 포스터 역시 '좋은 건축이란 많은 대화 속에서 시작되며 다양한 목소리가 한데 모임으로 이견이 조율되는 과정을 필요로 한다' 라고 말한다. 과단한 공모전의 소모적 경쟁을 바꿔 보다 상생하며 상호 학습하고 서로의 지력을 모으는 성공적인 구축환경을 제공하는 기회를 통해 '함께하는 변화 Co-working for change'의 시대가 열리길 기대한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충남도, 1조 2059억 원 규모 제2회 추경예산안 도의회 제출
  2. "준비는 끝났다" 글로컬 대면심사 시작… 지역대 준비 만전
  3. 청주 필한방병원-시체육회, 상생발전 한뜻
  4. 청소년 자살률 1위 세종시, 고령층도 위태롭다
  5. [현장취재]백소회에서 조세현 공익법인 (사)대한민국브랜드협회 이사장 특강
  1. 대전 아파트 외벽작업 50대 근로자 추락해 숨져
  2. 에너지의 날 맞아 사랑의열매에 성금 기탁
  3. 투석환자 교통편의 제도정비 시급…지자체 무관심에 환자수 14년새 98%↑
  4. 한국타이어, 2023∼24년 근골격계 산재자 142명… 안전 외면 여전
  5. [현장취재]제24회 철우언론법상 시상식 및 기념 학술세미나

헤드라인 뉴스


투석환자 교통편의 제도정비 시급…지자체 무관심에 환자안전 사각

투석환자 교통편의 제도정비 시급…지자체 무관심에 환자안전 사각

<속보>20일 대전 한 병원에서 만난 조한영(49·가명)씨는 이틀에 한 번씩 인공신장실을 찾아 혈액 투석을 8년간 이어왔다. 월·수·금 오전 7시 병원에 도착해 4시간동안 투석을 받고 나면 체중은 많게는 3㎏까지 빠지고 어지럼증이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 당뇨 합병증으로 콩팥이 먼저 나빠졌고, 오른쪽 눈은 실명했으며, 발에도 질환이 생겨 깁스처럼 발 전체를 감싸고 목발을 짚어서야 겨우 걸음을 뗀다. 투석은 생명을 지키는 일인데 집과 병원을 오가는 병원의 교통편의 제공마저 앞으로 중단되면 혼자서 투석을 이어갈 수 있을지 그는 심각하게..

[날씨] 12호 태풍 `링링` 영향…폭염·열대야 강화
[날씨] 12호 태풍 '링링' 영향…폭염·열대야 강화

주말인 23~24일 폭염과 열대야 현상이 강화됨에 따라 무더위가 이어질 가운데 내륙 곳곳에 국지적 소나기가 내릴 전망이다. 21일 기상청에 따르면 제12호 태풍 '링링'이 동북 동진 중이다. 태풍은 북태평양고기압의 영향으로 일본 남동쪽 해상 가장자리를 따라 규슈를 통과할 예정이다. 이번 주말(23~24일)은 티베트고기압과 북태평양고기압이 결합해 한반도 고기압이 두터워지며 지금보다 온도가 1~2도 더 올라 폭염이 다소 강화된다. 또한, 내륙 중심에 5~40㎜의 국지적 소나기가 내리겠다. 특히 대전·세종·충남 전 지역에 폭염특보 발효에..

충남도 `호우 피해 지원금 현실화` 요구… 정부 "추가 지급 결정"
충남도 '호우 피해 지원금 현실화' 요구… 정부 "추가 지급 결정"

충남도가 지난달 기록적인 폭우에 따른 지원금을 정부에 지속 건의한 결과, 정부가 추가지원을 결정했다. 21일 도에 따르면 지난달 22일 폭우 피해 지원대책 기자회견에서 정부에 피해 지원금 현실화를 건의하겠다는 입장 발표를 시작으로, 정부부처의 현장점검 등에서 '호우 피해 지원금 현실화'를 요청해 왔다. 김태흠 지사도 1일 열린 대통령 주재 제1차 시도지사 간담회에서 분야별 지원금 현실화를 공식 건의한 바 있다. 당시 김 지사는 농업 분야와 관련해 정부의 지원기준인 복구비(대파대) 50%를 100%로 상향하고 농업시설 복구비도 기존..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드론테러를 막아라’ ‘드론테러를 막아라’

  • 폭염에도 가을은 온다 폭염에도 가을은 온다

  • 2025 을지훈련 시작…주먹밥과 고구마로 전쟁음식 체험 2025 을지훈련 시작…주먹밥과 고구마로 전쟁음식 체험

  • 송활섭 대전시의원 제명안 부결…시의회 거센 후폭풍 송활섭 대전시의원 제명안 부결…시의회 거센 후폭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