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폭우 계절인데 피할곳 없는 '다리밑 노숙인'…"기관간 협력체계를"

  • 사회/교육
  • 사건/사고

[현장]폭우 계절인데 피할곳 없는 '다리밑 노숙인'…"기관간 협력체계를"

폭염 피해 교량 밑서 지내 폭우 시에 위험
안전계도·행정대집행 외 대책 없어 어려움
호우시 관계기관 협력체계 만들어 점검 목소리

  • 승인 2025-08-05 17:49
  • 신문게재 2025-08-06 4면
  • 정바름 기자정바름 기자
문창교
4일 유등천의 한 다리 밑에서 지내는 노숙인들은 전날 밤 많은 비가 내리자, 급히 인근 정자로 피신했다. 이들은 수개월째 다리 밑에서 지내며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은 현장 모습 (사진=정바름 기자)
최근 극한 호우가 잦아지면서 다리 밑에서 생활하는 노숙인의 안전관리에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주거 취약계층이면서 대부분 경찰과 지자체의 구호 조치와 생활개입에 동의하지 않아 사실상 위험기상 발생 때마다 찾아가 대피를 안내하는 방법 외에는 대안이 나오지 않고 있다.

지난 4일 오전 11시께 대전 중구 문창교 다리 아래서 지내는 노숙인 2명은 높은 지대에 있는 인근 정자에 몸을 피신한 상태였다. 이들은 수개월째 다리 밑에 가재도구와 마실 물, 폐지를 쌓아놓고 지내는 중으로 대전천이 불어날 때마다 자칫 사고로 이어질 위험성이 큰 상황이다. 최근에는 폭우 때 다리 밑 침수로 이들 2명이 고립돼 경찰이 긴급히 대피를 돕기도 했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노숙인 A(70대)씨는 부사동에 집이 있지만, 3개월째 문창교 다리 밑에서 노숙 중이라고 자신을 설명했다. A씨는 "대전에 자녀가 살고 있지만, 성격 차이로 같이 살지는 않는다"며 "자녀도 내가 바깥에서 지내는 걸 알고 있다"라고 털어놨다. A씨는 전날 밤 많은 비가 내리면서 필요한 가재도구 몇 가지만 챙겨 근처에 전통시장 안으로 피신했다. 노숙을 시작하기 전 부사동 주택에서 지낸 A씨는 현재는 주민등록상 거주지가 없다 보니 주거급여도 받지 못하는 상황으로 파악됐다. 노숙인 B씨 역시 정자로 피신해 거리에서 모아온 폐지를 정리하는 모습이었다. 두 노숙인에게 노숙인 쉼터 등 안전한 곳으로 갈 의향은 없냐고 묻자 "갈 생각은 없다"라고 답했다.

두 노숙인 외에도 호우 특보를 앞뒀던 지난 3일 대전시노숙인종합지원센터가 위험에 노출된 교량 밑 노숙인들을 조사한 결과 삼성교, 목척교, 대흥교 등에서 총 9명이 파악됐다. 7월 17일 대전 하천관리사업소에서 파악한 교량 밑 노숙인은 7명으로 이 중 4명에 대한 행정대집행이 이뤄졌으나, 이후 노숙인들이 자리를 떠나지 못하거나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노숙인들은 지자체와 노숙인종합지원센터가 제공하는 응급잠자리 및 노숙인쉼터에서 지내기를 거부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모르는 이와 같은 공간에 있어야 한다는 것에 대한 부담을 느끼기 때문이다. 단기적으로 월세를 지원하거나 주거 취약계층에게 거주공간을 제공하는 지원 역시 기초생활수급대상자는 대상이 아니어서 한계가 있다.

때문에 호우 특보 시라도 관계기관이 협력 체계를 만들어 의무적으로 주기적 순찰·점검, 대피 안내·지원을 하는 방침이 필요하단 목소리도 나온다. 대전시노숙인종합지원센터 관계자는 "민원이 들어온다고 노숙인들의 짐을 강제적으로 정리하는 행정대집행을 하는 것은 오히려 이분에게 더 힘들게 할 수 있다"라며 "각 기관이 적극적으로 나서 안전 조치를 취하고, 교량 밑을 살펴 이분들이 안전한 곳으로 대피할 수 있도록 설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정바름 기자 niya15@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충남 통합논의"…金총리-與 충청권 의원 전격회동
  2. 대전역 철도입체화, 국가계획 문턱 넘을까
  3. '물리적 충돌·노노갈등까지' 대전교육청 공무직 파업 장기화… 교육감 책임론
  4. 대전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간담회 열려
  5. [대전, 일류 문화도시의 현주소] 국립시설 '0개'·문화지표 최하위…민선8기 3년의 성적표
  1. 대전충남 행정통합 발걸음이 빨라진다
  2. 이대통령의 우주청 분리구조 언급에 대전 연구중심 역할 커질까
  3. 대전 동구, '어린이 눈썰매장'… 24일 본격 개장
  4. [기고] 한화이글스 불꽃쇼와 무기산업의 도시 대전
  5. 대전연구원 신임 원장에 최진혁 충남대 명예교수

헤드라인 뉴스


10·15부동산 대책 2개월째 지방은 여전히 침체… "지방 위한 정책 마련 필요" 목소리

10·15부동산 대책 2개월째 지방은 여전히 침체… "지방 위한 정책 마련 필요" 목소리

정부 10·15 정책이 발표된 지 두 달이 지난 가운데, 지방을 위한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 3단계가 내년 상반기까지 유예되는 등 긍정적 신호가 나오고 있지만, 지방 부동산 시장 침체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어서다. 15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누적 매매가격 변동률(12월 8일 기준)을 보면, 수도권은 2.91% 오른 반면, 지방은 1.21% 하락했다. 서울의 경우 8.06%로 꾸준히 상승곡선을 그린 반면, 대전은 2.15% 하락했다. 가장 하락세가 큰 곳은 대구(-3...

[대전, 일류 문화도시의 현주소] 제2문화예술복합단지대·국현 대전관… 대형 문화시설 `엇갈린 진척도`
[대전, 일류 문화도시의 현주소] 제2문화예술복합단지대·국현 대전관… 대형 문화시설 '엇갈린 진척도'

대전시는 오랜 기간 문화 인프라의 절대적 부족과 국립 시설 공백 속에서 '문화의 변방'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민선 8기 이장우 호(號)는 이 격차를 메우기 위해 대형 시설과 클러스터 조성 등 다양한 확충 사업을 펼쳤지만, 대부분은 장기 과제로 남아 있다. 이 때문에 민선 8기 종착점을 6개월 앞두고 문화분야 현안 사업의 점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대전시가 내세운 '일류 문화도시' 목표를 실질적으로 이루기 위해서는 단순한 인프라 확충보다는 향후 운영 구조와 사업화 방안을 어떻게 마련할는지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중도일..

내란특검, 윤석열·정진석·박종준·김성훈·문상호… 충청 대거 기소
내란특검, 윤석열·정진석·박종준·김성훈·문상호… 충청 대거 기소

12·3 비상계엄 사태에 적극 가담하거나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충청 출신 인사들이 대거 법원의 심판을 받게 됐다.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외환 의혹을 수사한 내란 특별검사팀(특별검사 조은석)은 180일간의 활동을 종료하면서 15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에 의한 내란·외환 행위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정진석·박종준·김성훈·문상호·노상원 등 충청 인사 기소=6월 18일 출범한 특검팀은 그동안 모두 249건의 사건을 접수해 215건을 처분하고 남은 34건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에 넘겼다. 우선 윤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의 밤은 낮보다 화려하다’ ‘대전의 밤은 낮보다 화려하다’

  • ‘헌혈이 필요해’ ‘헌혈이 필요해’

  • 까치밥 먹는 직박구리 까치밥 먹는 직박구리

  • ‘겨울엔 실내가 최고’…대전 곤충생태관 인기 ‘겨울엔 실내가 최고’…대전 곤충생태관 인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