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여행] 82-청주 무심천변 쇠전거리 '남주동선지해장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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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여행] 82-청주 무심천변 쇠전거리 '남주동선지해장국'

김영복 식생활연구가

  • 승인 2025-08-04 17:24
  • 신문게재 2025-08-05 10면
  • 김지윤 기자김지윤 기자
청주 남석교
청주 남석교. (사진= 김영복 연구가)
이번 맛있는 여행은 충청북도 도청소재지인 청주로 떠나 본다.

청주는 한남금북정맥(漢南錦北正脈)으로 연결되는 우암산(牛岩山338m), 상당산(上黨山419m), 것대산(484.0m), 선도산, 선두산, 백족산, 국사봉, 그리고 서쪽으로는 신봉동 고분군이 있는 명심산, 구룡산(九龍山 163.6m), 망월산, 문의 봉화봉이 포근하게 둘러싸 안고 있다.

청주를 동서로 양분하며 흐르는 무심천(無心川)은 청주시 청원구에서 발원해 월운천, 영운천(潁雲川), 명암천, 율량천, 발산천 등의 작은 내를 거느리고 남서쪽으로 흐른다.

무심천(無心川)이라는 지명 이외에도 '대교천(大橋川)', '심수(沁水)', '심천(沁川)' 등의 여러 명칭이 결부되어 있었다. 이 중에서 옛 문헌에 많이 나오는 지명은 대교천이다. '



『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輿地勝覽)』'을 비롯한 여러 지리지에 대교천이라는 명칭이 나온다. 대교천은 문헌에서 발견되는 무심천(無心川)에 대한 최초의 공식 명칭이다. 이 대교천이라는 명칭은 이곳에 대교 즉 '큰 다리'가 놓여 있었기 때문에 생겨난 것이며, '대교가 남석교(南石橋)로 전국적으로도 유명한 재래시장인 육거리시장 내의 도로 지하에 매몰돼 있는 돌다리로 80m 길이에 폭은 3.7m, 높이는 2m로 기록돼 있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조선시대 이전의 다리로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석교(石橋)로 알려져 있다.

옛 청주읍성의 중앙을 남북으로 관통하는 성안길에서 남쪽으로 이어지는 도로를 따라 가다 보면 무심천을 만나게 되는데, 이 다리는 무심천에 가설됐다.

쇠바위라 불리는 우암산(牛岩山)이 내려다 보이는 서문동과 남주동(南洲洞) 경계 무심천(無心川) 둑 아래에는 소를 매매하는 우시장이라 불리는 소를 팔고 사는 쇠전이 있었는데, 수심이 얕았던 무심천은 옛날에는 매년 여름이 되면 비만 오면 홍수로 하천이 범람하여 남문 일대까지 침수 피해를 보았다. 홍수로 인한 무심천의 센 물살은 하천의 지세에 따라 퇴적지를 형성하기도 하였다. 그렇게 생긴 대표적 지형이 무심천 변의 남주도면 일대이다. 특히 1906년의 대홍수로 인해 남문 밖 일대가 그대로 침수되면서 원래 석교동(石橋洞)에 있었던 쇠전이 지대가 안전한 남주동으로 이전한 이후 남주동(南洲洞)은 청주 우시장의 중심 지역이 되었다.

청주 남주동 우시장
청주 남주동 우시장. (사진= 김영복 연구가)
국수 등을 파는 좌판이 생겨나면서 쇠전거리가 형성되고, 이곳에 선술집, 해장국집 등이 줄줄히 들어서면서 1943년 고(故) 이승호 할머니가 해장국을 끓여 파는 선지 해장국집을 열었다.

장사 초기에는 떡국과 두부도 팔다가 나중에 해장국으로 메뉴를 통일하였다.

처음에는 간판도 걸지 않았는데 차츰 손님들이 '남주동 해장국집'이라고 부르던 것이 그대로 지금의 상호가 되었다고 한다.

어쩌면 현재 영업을 계속하고 있는 선지해장국집 중 서울 청진동 나무시장이 서던 청진동에 이간난 할머니가 1937년에 좌판에 솥을 걸고 무악재를 넘어온 나무꾼들을 상대로 당시 장국밥으로 불리던 선지해장국을 판 것이 처음이라 할 것이며, 그다음이 이승호 할머니가 시작한 청주의 남주동선지해장국이라 할 것이다.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이승호 할머니를 비롯한 가족들은 피난을 가면서 남주동해장국은 한동안 장사를 쉬었다.

전쟁이 멈추고 피난에서 돌아왔으나 남주동 일대는 전화(戰禍)를 입어 모두 불타 버려 폐허가 되어 있었다.

당시 남주동해장국은 양철집이었는데 이승호 할머니는 불에 탄 양철판을 주워 모아 얼기설기 엮어 다시 가게를 만들었다. 불에 타서 그을린 놋대접을 다시 닦고 해장국을 담아 10원에 팔기 시작하였다고 한다.

이때부터 딸 장경례 씨가 노모와 함께 선지 해장국집을 운영하였고, 모녀가 부지런히 선지해장국을 만들어 팔면서 이내 손님이 많아졌다. 장사가 잘되면서 돈이 벌리기 시작하자 남주동에 집도 사고 가게도 다시 지을 수 있었다.

1986년 이승호 할머니가 별세하자 장경례 씨가 노모의 뒤를 이어 2대 주인이 되었다. 이 무렵 김미숙 씨가 남주동해장국집의 며느리로 시집오면서 시어머니를 도와 가게 일을 돌보기 시작했다.

남주동해장국집은 장경례 씨가 주인을 맡았던 1980년대는 본격적으로 소문이 나면서 장사가 가장 잘 된 시기였다.

장날이면 가마솥에 소머리 두 개를 삶아도 모자랄 지경으로 날개 돋친 듯이 팔려나갔다고 한다. 그 많던 손님 중에 운보 김기창 화백은 장경례 씨에게 '운보 할아버지'로 기억되는 특별한 손님이다. 김기창 화백은 하루도 안 빠지고 와서 먹을 정도로 오랜 기간 남주동해장국의 단골이었다고 한다.

이후 장경례 할머니가 며느리 김미숙씨에게 대물림했는데, 술국 즉 해장국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새벽 일찍부터 문을 열어야 한다는 장경례 할머니의 지론에 따라 24시간 영업한다.

한우 사골과 잡뼈를 곤 국물에 양과 선지, 양지살 삶은 국물을 가미해 맛을 돋우고, 무와 대파가 푹 무르도록 뜸을 들인 진국에 밥을 한 차례 헹구어 말아 선지를 듬뿍 얹어 낸다.

청주 남주동 해장국집
청주 남주동 해장국집. (사진= 김영복 연구가)
일주일에 한 번 담가 완전히 익혀 낸다는 깍두기와 배추김치가 신선한 맛으로 국맛을 마무리해 준다.

며느리 김미숙 씨는 3대 주인이 되었다가 지금은 김미숙 씨의 장남 김정원 씨와 부인 한수정 씨 부부가 4대째 가업을 이어나가고 있다.

'선지'는 식혀서 굳힌 선지는 국이나 찌개의 재료로 사용하며, 사골국물에 소의 선지와 시래기를 넣어 선짓국을 끓이기도 한다. 돼지의 선지는 주로 순대의 재료가 된다.

선지해장국이라고 알려진 음식은 사골 국물에 우거지, 콩나물 등을 함께 넣고 고추기름 등을 넣어 얼큰하게 끓이는 것이 전국적으로 널리 퍼진 방법이다.

삼성그룹 창업자 이병철 회장의 비서를 지낸 전 한성대 대학원장 이태교 명예교수가 「매일경제」에 쓴 칼럼을 보면 고 이병철 회장의 아침 식단에 쌀밥에 선지해장국이 자주 등장했다고 한다.

호남 등 일부 지역에서는 뭇국에 쇠고기를 약간 넣고 만든 맑은 선짓국을 먹기도 한다고 한다. 다만 이런 지역에서도 해장국으로는 위의 사골국물 선짓국을 먹으며 맑은 선짓국은 가정식으로 해먹거나 일부 쇠고기 전문 고깃집에서 된장찌개 대신 곁들이 국물로 나오는 정도라서 선지해장국처럼 일반적으로 보기는 어렵다. 이 맑은 선짓국을 곁들여 내는 고깃집에서 점심 메뉴로 선지 국밥을 하는 경우에는 높은 확률로 맑은 선짓국에 밥을 말아 내온다. 맑게 끓이다보니 선지의 비린내가 더 도드라지기 쉬워 선지의 신선도가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신선한 선지의 수급이 맛을 좌우하는 관건이라고 한다. 깔끔하고 시원한 맛이 있어 좋아

하는 사람은 선지해장국보다 맑은 선짓국 쪽을 선호하기도 한다. 청양고추를 썰어넣어 칼칼한 맛을 더하기도 한다.

'선지국'요리에 대해 언론사의 최초 기록은 「동아일보(東亞日報)」1931, 10, 1일자 '선지국(牛血湯 우혈탕)'이다.

이 기사에는 "선지국은 토장국에 흔히 먹으나 젓국에 끓이는 것이 좋습니다. 처음에 고기와 곱창을 넣고 파와 후추가루를 치고, 새우젓을 한데 넣고 곱창이 물르도록 끓은 이후 두부를 번듯번듯하게 썰어 넣고 선지를 채반에 건져 피빠진 것을 한덩이 씩 들고 착착쳐서 넣습니다.

이것은 적고 얇게하여 넣어도 끓이면 커집니다. 여기에다 콩나물 꽁지를 따서 넣어야 좋습니다.

선지를 처음에 팔러 다니는 사람에게 사면 양념을 잘못하여 맛이 없고 끓이면 단단해서 못씁니다.

그러므로 관에 부탁하여 소 잡는 곳에서 그대로 가져오게 합니다. 먼저 냉수에 밀가루와 파, 마늘 고추 생강을 이겨 넣고 막걸리, 호초가루, 계피가루를 한데 버무린 후에 소잡는 곳에서 갓 받아 온 더운 선지를 넣고 끓여 먹으면 연하고 맛이 좋습니다.

청주 남주동해장국
청주 남주동해장국. (사진= 김영복 연구가)
냉수를 넣는 것은 선지가 연하라는 것이고 막걸리는 잘 부프르라는 것이며, 밀가루는 차지라고 넣는 것인데, 메밀가루를 많이 넣으면 너무 질겨서 좋지 못합니다.

선지에도 찰 선지와 메선지가 있으니 찰선지가 맛이 있습니다. 또는 선지에 아무것도 넣지 말고 체에 걸러 젓국을 치고 중탕을 하여 익힌 후에 잘게 썰어 국에 넣으면 맛도 좋고 깨끗합니다.

또한 모양을 내어 만들라면 선지를 굵은 체에 으깨가며 걸러 놓고 위에 말한 양념과 연한고기를 잘게 이겨 모두 주물로 놓고 큰 양푼에 기름을 바르고 선지를 중탕하여 익거든 집어내어 식거든 칼로 양푼에 담은 채로 썩썩 베어내어 무슨 국이거든 끓거든 다시 조그맣게 썰어 넣고 한소끔 끓인 후에 퍼서 먹으면 좋습니다.

요사이는 선지에 소다를 조금 넣고 국을 끓이면 막걸리를 안 넣고도 증편처럼 잘 부풀어나고 버석버석 합니다."라면 선지국 끓이는 방법이 나와 있다.

애초에 선지가 액체인 피를 굳혀서 만든 것이다 보니 급하게 온도를 높이면 내부에 기포가 생겨 벌집처럼 '구멍이 숭숭 뚫린 보기 흉한 모습'이 된다. 제대로 익히려면 천천히 익혀야 하는데, 이렇게 공들여서 익힌 선지는 단면을 잘라도 구멍이 거의 보이지 않으며 급하게 익힌 것보다 훨씬 부드럽다고 한다. 그 차이는 달걀찜과 비슷하다. 잘 끓인 좋은 선지는 겉은 붉은 기가 도는 갈색이고 잘라 보면 살짝 녹색이 도는 적회색이며, 부스러지지 않고 날카롭게 잘라지며 찰기가 있고 쇳내 같은 특유의 향이 있다.

남주동선지해장국
남주동선지해장국. (사진= 김영복 연구가)
집에서 끓일 때는 되도록 큰 솥에, 물도 많이 넣고 끓여야 온도가 서서히 올라 선지가 부드럽고 구멍이 적다. 선지해장국 전문점의 선지가 맛있는 건 다 이유가 있다. 일단 끓일 때 비릿한 냄새가 나는데 피비린내와는 또 다른 냄새로 잘 빠지지도 않는다. 양 같은 내장을 같이 넣어 끓이면 냄새는 몇 배로 강해진다. 또 신선한 생선지를 사오기도 어려운데, 큰 솥에 많이 끓여야 하는 등 불편한 점이 많아서, 식구가 많다면 몰라도 가정에서 만들어 먹기에 적당한 음식은 아니다.

경상도에서는 이 선지국을 '소피국'이라 한다.

선지해장국은 빈혈에 좋은 음식으로 흡수가 쉬운 철분이 많아 빈혈이나 어지럼증이 있는 분에게 좋으며, 특히 한 달에 한 번 생리를 하는 여성은 철분이 많은 음식을 섭취하는 것이 좋다. 선지국 한 그릇으로 피곤한 몸을 달랠 수 있다.

선지해장국을 끓일 때 무, 콩나물, 우거지 등 비타민, 무기질, 펙틴, 섬유소가 풍부한 채소를 많이 넣어 끓이기 때문에 숙취 해소 효과가 뛰어나다. 특히 콩나물에 풍부한 아스파라긴산은 간에서 알코올을 분해하는 효소를 생성하는 것을 돕기 때문에 숙취 해소 음식으로 유명하다. 콩나물 해장국에 선지가 더해져 효능이 더욱 좋아진 음식이다.

김영복 식생활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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