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오늘 눈에 띈 제목이 있었나요?

  • 오피니언
  • 편집국에서

[편집국에서] 오늘 눈에 띈 제목이 있었나요?

안희연 편집부 기자

  • 승인 2025-08-04 10:07
  • 수정 2025-08-04 10:08
  • 신문게재 2025-08-04 18면
  • 안희연 기자안희연 기자
증명사진작은사진
하루에도 수많은 문장이 종이 위를 채우지만 그중 단 한 줄이라도 독자의 눈을 붙잡았다면 그 제목을 만든 누군가는 그걸로 충분히 보람을 느꼈을지 모릅니다.

신문 한 면을 만드는 데에는 많은 손이 닿습니다. 그중에서도 '제목'을 고민하는 편집기자의 손은 조용하지만 집요하게 움직입니다.



편집부에 입사한 지 1년 3개월. 저는 여전히 매일 배우고 있습니다.

처음엔 빈 화면 앞에 앉아 그날 발행된 신문을 그대로 따라 만들어보며 편집 프로그램을 익혔습니다. 아무것도 모른 채 'Ctrl+C'와 'Ctrl+V'만 반복하던 날들. 기사 제목과 사진을 배치한 뒤 저장하는 법조차 몰라 멈춰 선 적도 있었습니다.



지면을 직접 만들기 시작한 뒤에는 선배들이 툭 던진 말이나 흘린 단어 하나까지도 전부 노트에 받아 적었습니다. 낯선 단어와 한자가 많아 국어사전 사이트를 틈날 때마다 찾아보고 익혔고 그렇게 하나씩 익혀갈수록 이 일이 점점 재미있어졌습니다.

제가 만든 편집이 지면에 실리고 그 신문이 다음 날 독자의 손에 닿는다는 사실이 신기했습니다. 처음 쓴 제목이 그대로 반영된 날엔 하루 종일 기분이 좋았습니다. 그 지면을 부모님께 보여드리며 괜히 어깨를 으쓱했고 반대로 많이 바뀐 날엔 혼자 속상하기도 했습니다.

요즘은 제 제목이 제법 살아남습니다.

그럴 때마다 편집기자로서 조금은 '인정받고 있구나' 싶은 마음이 듭니다. 하지만 그런 순간일수록 스스로에게 다시 묻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나는 무엇을 더 배워야 할까?"

제목에는 정답이 없습니다. 누군가는 이 제목이 괜찮다고 하고 다른 누군가는 어색하거나 과하다고 말합니다. 같은 기사를 두고도 누구는 A를 누구는 B를 선택합니다.

결국 편집에는 정답이 없습니다. 독자만 있을 뿐입니다.

그래서 저는 매일 스스로 묻습니다. "이 제목, 초등학생도 이해할 수 있을까?", "기사를 읽지 않아도 이 문장이 무슨 뜻인지 알 수 있을까?" 물론 감정 소모도 있습니다. 제목이 반려되거나 이해하기 어려운 수정이 들어올 때면 마음이 뒤숭숭해집니다.

"이건 좀 어색해"라는 말을 들었을 때 제가 아는 단어와 감각으로 최선을 다해 만든 문장이 가볍게 느껴져 속상했던 적도 많습니다. 하지만 공부하면 할수록 단어 하나의 무게와 어휘가 주는 감각, 문장 배치의 미묘한 차이를 조금씩 알아가고 있습니다.

편집기자는 '언어의 마술사'라는 말도 있지요. 같은 뜻을 전해도 어떤 단어를 쓰느냐에 따라 전달되는 강도와 온도, 감정의 결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예를 들면 '시동', '탄력', '발돋움' 모두 '무언가를 시작한다'는 뜻이지만 '시동'은 정책적이고 선언적인 느낌, '탄력'은 추진력과 가속, '발돋움'은 조심스럽지만 위로 향한 기대를 담고 있습니다.

그 감각을 익히고 고르는 일이 저는 참 재미있습니다. 그래서 요즘도 여전히 단어를 붙잡고 고민합니다.

오늘도 저는 제목을 짓고 다듬습니다. 짧은 문장 한 줄로 독자가 '아'하고 고개를 끄덕였다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오늘 기억에 남는 제목이 있었다면 그건 어떤 편집기자의 하루가 조금은 당신에게 닿았다는 뜻일지도 모릅니다.

저는 그 '닿음'을 만들기 위해 오늘도 덜어내고 다시 다듬으며 배웁니다. 독자 한 사람의 시선과 마음에 닿기 위한 조용한 연습을 계속합니다.

안희연 편집부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충남 통합논의"…金총리-與 충청권 의원 전격회동
  2. 대전역 철도입체화, 국가계획 문턱 넘을까
  3. '물리적 충돌·노노갈등까지' 대전교육청 공무직 파업 장기화… 교육감 책임론
  4. 대전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간담회 열려
  5. [대전, 일류 문화도시의 현주소] 국립시설 '0개'·문화지표 최하위…민선8기 3년의 성적표
  1. 대전충남 행정통합 발걸음이 빨라진다
  2. 대전 동구, '어린이 눈썰매장'… 24일 본격 개장
  3. 이대통령의 우주청 분리구조 언급에 대전 연구중심 역할 커질까
  4. [기고] 한화이글스 불꽃쇼와 무기산업의 도시 대전
  5. 대전연구원 신임 원장에 최진혁 충남대 명예교수

헤드라인 뉴스


10·15부동산 대책 2개월째 지방은 여전히 침체… "지방 위한 정책 마련 필요" 목소리

10·15부동산 대책 2개월째 지방은 여전히 침체… "지방 위한 정책 마련 필요" 목소리

정부 10·15 정책이 발표된 지 두 달이 지난 가운데, 지방을 위한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 3단계가 내년 상반기까지 유예되는 등 긍정적 신호가 나오고 있지만, 지방 부동산 시장 침체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어서다. 15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누적 매매가격 변동률(12월 8일 기준)을 보면, 수도권은 2.91% 오른 반면, 지방은 1.21% 하락했다. 서울의 경우 8.06%로 꾸준히 상승곡선을 그린 반면, 대전은 2.15% 하락했다. 가장 하락세가 큰 곳은 대구(-3...

[대전, 일류 문화도시의 현주소] 제2문화예술복합단지대·국현 대전관… 대형 문화시설 `엇갈린 진척도`
[대전, 일류 문화도시의 현주소] 제2문화예술복합단지대·국현 대전관… 대형 문화시설 '엇갈린 진척도'

대전시는 오랜 기간 문화 인프라의 절대적 부족과 국립 시설 공백 속에서 '문화의 변방'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민선 8기 이장우 호(號)는 이 격차를 메우기 위해 대형 시설과 클러스터 조성 등 다양한 확충 사업을 펼쳤지만, 대부분은 장기 과제로 남아 있다. 이 때문에 민선 8기 종착점을 6개월 앞두고 문화분야 현안 사업의 점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대전시가 내세운 '일류 문화도시' 목표를 실질적으로 이루기 위해서는 단순한 인프라 확충보다는 향후 운영 구조와 사업화 방안을 어떻게 마련할는지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중도일..

내란특검, 윤석열·정진석·박종준·김성훈·문상호… 충청 대거 기소
내란특검, 윤석열·정진석·박종준·김성훈·문상호… 충청 대거 기소

12·3 비상계엄 사태에 적극 가담하거나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충청 출신 인사들이 대거 법원의 심판을 받게 됐다.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외환 의혹을 수사한 내란 특별검사팀(특별검사 조은석)은 180일간의 활동을 종료하면서 15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에 의한 내란·외환 행위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정진석·박종준·김성훈·문상호·노상원 등 충청 인사 기소=6월 18일 출범한 특검팀은 그동안 모두 249건의 사건을 접수해 215건을 처분하고 남은 34건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에 넘겼다. 우선 윤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의 밤은 낮보다 화려하다’ ‘대전의 밤은 낮보다 화려하다’

  • ‘헌혈이 필요해’ ‘헌혈이 필요해’

  • 까치밥 먹는 직박구리 까치밥 먹는 직박구리

  • ‘겨울엔 실내가 최고’…대전 곤충생태관 인기 ‘겨울엔 실내가 최고’…대전 곤충생태관 인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