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칼럼] AI 에이전트 시대의 새로운 화두: 컨텍스트 엔지니어링

  • 오피니언
  • 사이언스칼럼

[사이언스칼럼] AI 에이전트 시대의 새로운 화두: 컨텍스트 엔지니어링

황순욱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책임연구원

  • 승인 2025-07-31 17:27
  • 신문게재 2025-08-01 18면
  • 임효인 기자임효인 기자
clip20250731095840
황순욱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책임연구원
최근 거대언어모델(LLM) 의 진화 속도는 놀라울 정도다. 일상적인 글쓰기 보조부터 소프트웨어 개발, 데이터 분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우리의 일과 삶에 실질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이러한 LLM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방법으로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의 중요성이 주목받아 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스스로 복잡한 작업을 계획하고 실행하는 AI 에이전트가 등장하면서, 단순하고 정적인 프롬프팅을 넘어 '컨텍스트 엔지니어링'이라는 새로운 개념이 부상하고 있다.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이 AI에게 '질문을 잘 던지는 기술'에 집중했다면, 컨텍스트 엔지니어링은 그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간다. LLM이 단순한 지시 수행자에서 벗어나, 복잡한 상황 인식과 판단을 요구받는 'AI 에이전트'로 발전하면서, 단일 질문이나 명령과 같은 정적 프롬프트는 한계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AI 에이전트는 대화의 맥락, 사용자의 목표, 외부 지식, 과거 상호작용 등의 복합적 정보 조합 속에서 작동한다. 특히, 복잡한 문제 해결을 위해 여러 AI 에이전트가 협력하는 멀티 에이전트 시스템으로 발전함에 따라 이들 간의 원활한 정보 공유와 조정이 필수적이다. 컨텍스트 엔지니어링은 '동적 컨텍스트 검색 및 생성, 처리, 관리'를 가능하게 하는 핵심 개념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 용어의 등장과 확산 과정이 흥미롭다. 지난 6월 19일, 전자상거래 플랫폼 쇼피파이(Shopify)의 CEO 토비아스 뤼트케는 X(구 트위터)에 "나는 프롬프트 엔지니어링보다 컨텍스트 엔지니어링이라는 용어를 정말 좋아한다"고 언급하며 이 용어를 처음으로 대중에 소개했다. 그는 "이 개념이 핵심 기술을 더 정확히 설명한다"며 "LLM이 신뢰할 만한 수준으로 과제를 수행하도록 모든 문맥을 제공하는 예술"이라고 설명했다.

일주일 뒤인 6월 26일 오픈AI 공동 창업자이자 '바이브 코딩'이라는 개념으로 잘 알려진 안드레이 카파시도 자신의 X 계정에서 이에 동조하는 게시글을 올렸다. 그는 "컨텍스트 엔지니어링은 다음 단계를 위해 문맥 창(context window)을 올바른 정보로 채우는 섬세한 예술이자 과학"이라고 표현했다. 이들의 발언은 AI 연구·개발 커뮤니티에서 즉각적인 반향을 일으켰고 특히 AI 에이전트 연구 개발자들 사이에서 빠르게 확산됐다.



그렇다면 컨텍스트 엔지니어링은 기존의 프롬프트 엔지니어링과 무엇이 근본적으로 다를까? 핵심은 '동적 시스템'에 있다.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이 정적인 명령어 최적화에 초점을 맞췄다면, 컨텍스트 엔지니어링은 AI가 필요에 따라 동적으로 정보를 수집·활용할 수 있도록 맥락을 구성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단순히 많은 정보를 주입하는 것이 아니라 '관련성 있는 정보'를 '적절한 시점'에 '적절한 형식'으로 제공하는 데 있다.

예를 들어, 고객 상담 AI는 단순히 "친절하고 정확하게 응답하라"가 아니라 컨텍스트 엔지니어링 접근법에서는 고객의 과거 구매 이력, 현재 감정 상태, 문의 유형, 계절적 요인, 심지어 고객이 자주 사용하는 언어 패턴까지 실시간 동적으로 파악해 맞춤형 응답을 생성하도록 시스템을 설계한다.

AI 기술이 인간의 도우미를 넘어 협력자로 진화하고 있는 지금, 정적 프롬프트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세계가 열리고 있다. 단지 질문을 던지는 것을 넘어, LLM이 일의 맥락을 이해하고, 장기적인 목표와 상황의 변화를 고려하며 작동할 수 있도록 문맥을 설계하는 능력. 그것이 앞으로의 LLM 활용에서 핵심 경쟁력이 될 '컨텍스트 엔지니어링'이다.

앞으로 AI가 의료, 교육, 법률, 과학, 연구처럼 맥락이 복잡하고 인간의 판단이 중요한 영역으로 확장될수록 컨텍스트 엔지니어링의 역할은 더욱 커질 것이다. 단순히 정보를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AI가 문제를 올바르게 이해하고 신뢰할 수 있는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돕는 구조적 설계가 필요하다. 이는 인간 협력 AI 설계라는 관점에서도 중요한 전환점이며, 궁극적으로는 인간과 AI가 '문맥'을 공유하며 함께 일하는 시대를 여는 기반이 될 것이다. 이제는 AI가 잘 작동할 수 있는 컨텍스트를 이해하고 설계할 줄 아는 전문가를 필요로 하고 있다. 황순욱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책임연구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기고]대형복합화력 증설 멈추고 재생에너지 확대에 주력을
  2. 세종시의회 100회 임시회 "힘차게 나아갈 것"
  3. 대전시감염병관리지원단, 재가노인지원기관과 보건 업무협약
  4. 세종 리튬이온 배터리 화재 40건… "완충 후 즉시 분리"
  5. 이너사이드, 현대백화점 충청점서 '유얼거트' 팝업스토어 개최
  1. 유성선병원, 치유의 공간 김인홀서 '힐링 콘서트' 개최
  2. 장동혁 "새로운 투쟁과 혁신 이끌 것"… 당 대표 결선 진출 각오
  3. 장동혁, 국민의힘 당 대표 김문수와 결선… 26일 최종 승자 가린다
  4. [세종시 인사] 2025년 하반기 6급 이하 420명 발령
  5. 나태주 시인과 함께 하는 풀꽃문학관 체험활동

헤드라인 뉴스


투석환자 교통편의 제도정비 시급…지자체 무관심에 환자안전 사각

투석환자 교통편의 제도정비 시급…지자체 무관심에 환자안전 사각

<속보>20일 대전 한 병원에서 만난 조한영(49·가명)씨는 이틀에 한 번씩 인공신장실을 찾아 혈액 투석을 8년간 이어왔다. 월·수·금 오전 7시 병원에 도착해 4시간동안 투석을 받고 나면 체중은 많게는 3㎏까지 빠지고 어지럼증이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 당뇨 합병증으로 콩팥이 먼저 나빠졌고, 오른쪽 눈은 실명했으며, 발에도 질환이 생겨 깁스처럼 발 전체를 감싸고 목발을 짚어서야 겨우 걸음을 뗀다. 투석은 생명을 지키는 일인데 집과 병원을 오가는 병원의 교통편의 제공마저 앞으로 중단되면 혼자서 투석을 이어갈 수 있을지 그는 심각하게..

[날씨] 12호 태풍 `링링` 영향…폭염·열대야 강화
[날씨] 12호 태풍 '링링' 영향…폭염·열대야 강화

주말인 23~24일 폭염과 열대야 현상이 강화됨에 따라 무더위가 이어질 가운데 내륙 곳곳에 국지적 소나기가 내릴 전망이다. 21일 기상청에 따르면 제12호 태풍 '링링'이 동북 동진 중이다. 태풍은 북태평양고기압의 영향으로 일본 남동쪽 해상 가장자리를 따라 규슈를 통과할 예정이다. 이번 주말(23~24일)은 티베트고기압과 북태평양고기압이 결합해 한반도 고기압이 두터워지며 지금보다 온도가 1~2도 더 올라 폭염이 다소 강화된다. 또한, 내륙 중심에 5~40㎜의 국지적 소나기가 내리겠다. 특히 대전·세종·충남 전 지역에 폭염특보 발효에..

충남도 `호우 피해 지원금 현실화` 요구… 정부 "추가 지급 결정"
충남도 '호우 피해 지원금 현실화' 요구… 정부 "추가 지급 결정"

충남도가 지난달 기록적인 폭우에 따른 지원금을 정부에 지속 건의한 결과, 정부가 추가지원을 결정했다. 21일 도에 따르면 지난달 22일 폭우 피해 지원대책 기자회견에서 정부에 피해 지원금 현실화를 건의하겠다는 입장 발표를 시작으로, 정부부처의 현장점검 등에서 '호우 피해 지원금 현실화'를 요청해 왔다. 김태흠 지사도 1일 열린 대통령 주재 제1차 시도지사 간담회에서 분야별 지원금 현실화를 공식 건의한 바 있다. 당시 김 지사는 농업 분야와 관련해 정부의 지원기준인 복구비(대파대) 50%를 100%로 상향하고 농업시설 복구비도 기존..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드론테러를 막아라’ ‘드론테러를 막아라’

  • 폭염에도 가을은 온다 폭염에도 가을은 온다

  • 2025 을지훈련 시작…주먹밥과 고구마로 전쟁음식 체험 2025 을지훈련 시작…주먹밥과 고구마로 전쟁음식 체험

  • 송활섭 대전시의원 제명안 부결…시의회 거센 후폭풍 송활섭 대전시의원 제명안 부결…시의회 거센 후폭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