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칼럼]4세 고시 광풍, 이대로 두고 볼 것인가

  • 사람들
  • 뉴스

[독자칼럼]4세 고시 광풍, 이대로 두고 볼 것인가

맹수석(충남대학교 명예교수)

  • 승인 2025-07-28 01:48
  • 수정 2025-07-28 15:57
  • 신문게재 2025-07-29 18면
  • 한성일 기자한성일 기자
사진-칼럼_428256997648123001
'4세 고시 광풍'까지 불러온 조기 사교육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학원법 개정 움직임이 일고 있다. 강경숙 의원이 대표발의한 이른바 '영유방지법'은 학원법의 적용 대상에 영유아를 포함하고, 학습시간 제한과 무분별한 교습을 제재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즉, 36개월 미만의 영아를 대상으로는 영어를 포함한 입시·검정 및 교습과 국제화 목적을 결합한 학교교과를 교습하는 행위를 전면 금지하고, 36개월 이상의 유아를 대상으로는 이러한 교습을 하루 40분 이내로 제한하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위반할 경우 학원 등록 말소 또는 교습 정지를 명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언제부터인가 의대를 들어가기 위한 사교육 열풍으로, 7세 고시는 옛말이고, 4세 고시를 넘어 1세 고시까지 등장했다고 한다. 유명 영어유치원에 들어가기 위해 영유아에게 대입 수능급의 문제로 테스트한다 하니, 이것은 열풍이 아니라 광풍(狂風)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지난 봄 영유아의 인권에 관심을 가진 시민들을 중심으로 국회에서 '아동학대 7세고시 1만인 국민고발운동 선포 기자회견'을 열면서, 국가인권위원회에 7세 고시를 아동학대로 규정해야 한다고 진정했다. 필자도 그 심각성에 공감하고 이 대열에 동참하였지만, 일부 지역에 4세 고시반의 합격을 알리는 현수막이 걸리는 등 광풍이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영유아 조기교육에 대해 전문가들은 교육적 효과보다 자기주도성 저하 등 부정적인 영향을 주게 된다고 말한다. 사랑을 받으며 마음껏 뛰놀 나이에 무한경쟁의 전선에 내몰리다 보니 영유아의 심리상태가 온전할 리 만무하다. 유아 교육의 선구자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프뢰벨(Friedrich Frobel)은 "놀이는 아이의 영혼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문"이라고 했다. 그런데도 어른들은 사랑이라는 미명하에 아이의 소중한 그 문을 닫아 걸고, 무한경쟁의 학원으로 내몰고 있다. 과도한 조기교육은 영유아의 인지능력이나 정서발달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작년 9세 이하의 우울증·불안장애로 인한 건강보험 청구 건수가 3만 2천 6백여 건에 달할 정도라고 하니, 기가 막힐 일이다.

그리고 조기교육은 사회적인 문제도 야기하게 된다. 교육부가 통계청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영어유치원 월평균 교육비가 150만원을 넘는다고 한다. 이를 학기로 환산하면 1천만원에 가까워, 경제적 수준이 열악한 일반 가정은 그 대열에 끼어들 엄두조차 낼 수 없다. 결국 영유아간 교육 기회의 불균형은 물론, 부의 대물림이 교육의 대물림으로 이어져 상대적 박탈감과 사회적 갈등을 증폭시키게 될 것이다.



아이들은 부모의 욕망을 대리 만족시켜주는 장식품이 아니다. UN 아동권리협약 제31조는 모든 아동은 충분히 쉬고 그 나이에 맞게 놀 권리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 헌법 제31조는 누구나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고 있는데, 이는 그 단계에 맞는 교육이 차별 없이 이루어질 것을 전제로 하고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 특히 영유아도 헌법상의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와 행복추구권이라는 기본권의 주체임을 명심해야 한다.

따라서 이러한 권리를 침해하는 영유아 조기 사교육 광풍을 국가가 나서서 잠재워야 한다. 일각에서는 이번 개정안의 내용이 과도하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내고 있지만, 핀란드의 경우 8세 미만 취학 전 아동에 대한 문자교육을 법적으로 금지하고 있는데, 이러한 예에 비한다면 과도하다고 보기 어렵다.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국회는 '영유방지법'을 조속히 처리하고, 교육부는 개정 법률에 맞춰 하위 규정을 정비하여 조기 사교육 시장에 전면 적용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맹수석(충남대학교 명예교수)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역세권 재정비촉진계획변경 공청회 9월 4일 개최
  2. 장원토건 시공… 대전보건대 여자 기숙사 건립공사 1년 9개월 만에 재개
  3. 대전 아파트 신축 중 근로자 추락사 원·하청대표 각각 '실형'
  4. 코로나19 환자 증가세…재확산 조짐
  5. 與, 특별법 속도전? 로우키? 行首완성 의지 가늠
  1. [사건사고] 홍성 공장 근로자 기계 끼임사고·고속도로 연쇄추돌
  2. [홍석환의 3분 경영] 일할 맛
  3. 정부 R&D 예산 확대 시사에 대전시 '화색'
  4. 대전 바이오산업의 AI 융합 혁신 성장 전략 도출
  5. 2026년 R&D 예산 최대 증가에 과학기술계 "환영… 연구 생태계 정상화 시그널"

헤드라인 뉴스


세종시법 전면 재정비 필요성… 제주·전북·강원특별법과 대조

세종시법 전면 재정비 필요성… 제주·전북·강원특별법과 대조

국가균형발전을 선도하는 세종시의 특별법은 2011년 3월 국회 문턱을 넘어 현실과 이상에 맞게 잘 적용되고 있을까. 시 출범 후 13년을 보낸 2025년 이에 대한 전면 재정비 필요성이 시의회로부터 제기됐다. 이순열(어진·도담동) 시의원은 25일 제100회 시의회 임시회 본회의 5분 발언을 통해 "세종시 발전의 기둥인 세종시특별법의 중요성을 되짚어보고, 시대적 요구에 미치지 못하는 한계와 개정 필요성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한다"라고 밝혔다. 세종시가 법률적 토대 위에 건설되고 성장하고 있는 도시이고, 세종시법은 이의 주춧돌이나 행정수..

최교진 사회부총리겸 교육부 장관 후보 인사청문회 9월 2일
최교진 사회부총리겸 교육부 장관 후보 인사청문회 9월 2일

이재명 정부 초대 교육부 장관 후보인 충청 출신 최교진(53년생) 세종특별자치시 교육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9월 2일 열린다. 국회 교육위원회는 25일 오전 전체 회의를 열고 최교진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 인사청문요청안과 인사청문회 실시계획서, 자료제출 요구안, 증인·참고인 출석요구안을 여야 합의로 의결했다. 여야 교육위원들은 청문회를 위해 모두 43개 기관에 1075건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앞서 8월 19일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 교육 발전에 40여년 이상 헌신하며 오랜 교육 현장 경험과 폭넓은 행정 역량을 갖추고..

내달 대전·세종·충남 아파트 입주물량 0건… 전국도 한달 새 33% 감소
내달 대전·세종·충남 아파트 입주물량 0건… 전국도 한달 새 33% 감소

내달 대전과 세종, 충남지역에 입주 물량이 전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입주 물량도 전달보다 30% 이상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25일 부동산플랫폼 직방에 따르면, 9월 전국 아파트 입주 물량은 1만 1134세대로 집계됐다. 이는 이달 물량인 1만 6549세대 대비 33% 감소한 수치다. 내달 수도권 아파트 입주 물량은 5695세대로 전체 물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가운데, 이달(9655세대)과 견줘 약 41% 줄었다. 지방 입주 예정 물량은 5439세대로, 이달(6894세대)보다 약 21% 적은 수준이다. 지역별 입주 물..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학사모 하늘 높이…충남대 학위수여식 학사모 하늘 높이…충남대 학위수여식

  • 코로나19 환자 증가세…재확산 조짐 코로나19 환자 증가세…재확산 조짐

  • 대천해수욕장 폐장일에도…막바지 피서객 ‘북적’ 대천해수욕장 폐장일에도…막바지 피서객 ‘북적’

  • ‘드론테러를 막아라’ ‘드론테러를 막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