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트럼프에게 친구란

  • 오피니언
  • 편집국에서

[편집국에서] 트럼프에게 친구란

김흥수 경제부 차장

  • 승인 2025-07-15 10:32
  • 신문게재 2025-07-16 18면
  • 김흥수 기자김흥수 기자
KakaoTalk_20191013_171443825
김흥수 경제부 차장
'친구라며 동맹국들에 삥을 뜯는 그가, 친구라며 빵셔틀 시키는 학교 일진들과 뭐가 다른지 모르겠네요.'

최근 본 한 인터넷 댓글이 눈에 확 띄었다. 요즘 내 마음과 같아서다.



올해 글로벌 경제 최대 이슈는 미국의 관세 조치로 전 세계는 지금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에 주목하고 있다. 경제부 기자인 나 역시 자고 일어나면 말을 뒤집는 그의 관세정책에 피곤함을 느끼고 있다. 지역 경제계도 처음에는 그의 입에 촉각을 곤두세웠지만, 몇 개월째 계속되자 지쳤는지 무뎌진 분위기다. 당장 생존과 직결된 기업인들조차 "이젠 잘 모르겠다"며 혀를 내두를 정도다.

자유무역주의를 선도해왔던 미국이 이제 와 자국 보호무역주의를 내세우는 것도 아이러니하고, 동맹국을 비롯해 전 세계를 상대로 강도짓을 벌이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코미디가 따로 없다.



트럼프는 제조업 부흥과 무역적자 개선이라는 명분으로 관세부과를 정당화하고 있지만, 이는 국가 간 신뢰를 저버린 몰상식한 행태다. 단순한 힘의 논리로 우리나라와 체결한 한미 FTA(자유무역협정)도 한순간에 지워버렸다. 개인 간 약속인 계약을 넘어 국가 간 약속인 협정도 무의미한 시대가 찾아온 것이다. 신뢰를 쌓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신뢰를 무너뜨리는 건 한순간이라는 격언이 떠오르는 순간이다.

그동안 세계 평화를 수호하며 지구방위대를 자처한 미국은 트럼프 집권 이후 180도로 변했다. 상호관세를 유예하며 시간을 끌어온 트럼프가 8월 1일부터 한국 등 세계 교역국들에 고율의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서한을 보내와서다. 물론 그동안 'TACO(Trump Always Chicken Out·트럼프는 항상 꽁무니를 뺀다)'라는 조롱을 들을 정도로 말 뒤집기를 해왔던 그였기에 이번에도 번복할 수도 있지만, 최근 정세를 보면 끝까지 밀어붙일 것도 같아 보인다. 미국 내 반(反)트럼프 시위행진이 이어지고 있고, 지지율은 역대 최저 수준으로 추락했다는 외신 보도가 잇따라서다. 궁지에 몰린 트럼프가 지지층 결집을 위해 이번에는 관세 카드를 쓸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문가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현실적으로 단순 외교협상만으로 관세 면제 또는 인하를 기대하긴 어려워 보인다. 미국에 납작 엎드려 자국 언론으로부터 '굴욕외교'라는 비판을 받은 일본도 결국 우리와 같은 25% 관세율을 부과받아서다. 분단국가인 우리에게 한미동맹은 매우 중요한 가치지만, 영원한 우방인 줄 알았던 미국이 돌변한 현시점에 협상 타결만이 정답은 아닐 수도 있다. 어쩌면 EU 등 세계 각국과 연대해 대응하는 것도 나쁜 선택지가 아니라는 생각이다. 물론 정부의 산업 보호와 굳건한 국방 안보정책이 뒷받침 돼야겠지만.
/김흥수 경제부 차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충남 통합논의"…金총리-與 충청권 의원 전격회동
  2. '물리적 충돌·노노갈등까지' 대전교육청 공무직 파업 장기화… 교육감 책임론
  3. 대전역 철도입체화, 국가계획 문턱 넘을까
  4. 충남경찰 인력난에 승진자도 저조… 치안공백 현실화
  5. 대전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간담회 열려
  1. [대전, 일류 문화도시의 현주소] 국립시설 '0개'·문화지표 최하위…민선8기 3년의 성적표
  2. 대전 동구, '어린이 눈썰매장'… 24일 본격 개장
  3. 대전충남 행정통합 발걸음이 빨라진다
  4. 이대통령의 우주청 분리구조 언급에 대전 연구중심 역할 커질까
  5. [기고] 한화이글스 불꽃쇼와 무기산업의 도시 대전

헤드라인 뉴스


10·15부동산 대책 2개월째 지방은 여전히 침체… "지방 위한 정책 마련 필요" 목소리

10·15부동산 대책 2개월째 지방은 여전히 침체… "지방 위한 정책 마련 필요" 목소리

정부 10·15 정책이 발표된 지 두 달이 지난 가운데, 지방을 위한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 3단계가 내년 상반기까지 유예되는 등 긍정적 신호가 나오고 있지만, 지방 부동산 시장 침체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어서다. 15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누적 매매가격 변동률(12월 8일 기준)을 보면, 수도권은 2.91% 오른 반면, 지방은 1.21% 하락했다. 서울의 경우 8.06%로 꾸준히 상승곡선을 그린 반면, 대전은 2.15% 하락했다. 가장 하락세가 큰 곳은 대구(-3...

‘의료 격차 해소·필수의료 확충’ 위한 지역의사제 국무회의 의결
‘의료 격차 해소·필수의료 확충’ 위한 지역의사제 국무회의 의결

의사가 부족한 지역에서 10년간 의무적으로 복무하는 소위, ‘지역의사제’ 시행을 위한 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출산과 보육비 비과세 한도 월 20만원에서 자녀 1인당 20만원으로 확대하고, 전자담배도 담배 범위에 포함해 규제하는 법안도 마찬가지다.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1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제54회 국무회의에서는 법률공포안 35건과 법률안 4건, 대통령령안 24건, 일반안건 3건, 보고안건 1건을 심의·의결했다. 우선 지역 격차 해소와 필수의료 확충, 공공의료 강화를 위한 ‘지역의사의 양성 및 지원 등에 관한 법률공포안’..

[대전, 일류 문화도시의 현주소] 제2문화예술복합단지대·국현 대전관… 대형 문화시설 `엇갈린 진척도`
[대전, 일류 문화도시의 현주소] 제2문화예술복합단지대·국현 대전관… 대형 문화시설 '엇갈린 진척도'

대전시는 오랜 기간 문화 인프라의 절대적 부족과 국립 시설 공백 속에서 '문화의 변방'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민선 8기 이장우 호(號)는 이 격차를 메우기 위해 대형 시설과 클러스터 조성 등 다양한 확충 사업을 펼쳤지만, 대부분은 장기 과제로 남아 있다. 이 때문에 민선 8기 종착점을 6개월 앞두고 문화분야 현안 사업의 점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대전시가 내세운 '일류 문화도시' 목표를 실질적으로 이루기 위해서는 단순한 인프라 확충보다는 향후 운영 구조와 사업화 방안을 어떻게 마련할는지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중도일..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의 밤은 낮보다 화려하다’ ‘대전의 밤은 낮보다 화려하다’

  • ‘헌혈이 필요해’ ‘헌혈이 필요해’

  • 까치밥 먹는 직박구리 까치밥 먹는 직박구리

  • ‘겨울엔 실내가 최고’…대전 곤충생태관 인기 ‘겨울엔 실내가 최고’…대전 곤충생태관 인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