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산다문화] 가이몬다케와 특공대 - 남규슈에 깃든 역사와 마음

  • 다문화신문
  • 서산

[서산다문화] 가이몬다케와 특공대 - 남규슈에 깃든 역사와 마음

  • 승인 2025-08-03 14:48
  • 신문게재 2024-11-03 6면
  • 충남다문화뉴스 기자충남다문화뉴스 기자
가이몬다케
가고시마현 남단,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우아하게 솟아 있는 가이몬다케(開聞岳, 해발 약 924m)는 그 완벽한 원추형의 모습으로 인해 '사쓰마 후지(薩摩富士)'라는 애칭으로 불립니다. 마치 후지산처럼 조용히 그러나 위엄 있게 서 있는 이 산은 오랜 세월 동안 지역 주민들에게는 신앙의 대상이자 항해의 이정표로 사랑받아 왔습니다.

그러나 이 아름다운 자연의 상징에는 태평양전쟁 말기의 비극적인 역사가 함께 깃들어 있습니다.

1945년, 전황이 급박하게 흐르던 시기. 일본은 가미카제(神風) 특공대라는 이름 아래 젊은 조종사들을 오키나와 전선에 투입하기 시작했습니다. 가지마(현재 가노야), 치란, 반도 등지의 비행장에서 출격한 이들은 대부분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의 나이였으며, 이들이 하늘로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바라본 풍경이 바로 이곳 가이몬다케였습니다.

고향과 가족, 그리고 남겨진 일상을 뒤로한 채 떠난 그들은 한 치 앞의 운명도 알 수 없는 전장을 향해 날아갔습니다. 수천 명에 달하는 젊은 생명이 돌아오지 못했고, 이들의 희생은 일본 근현대사의 가장 비극적인 장면 중 하나로 남았습니다.



오늘날 가이몬다케 일대에는 이러한 역사를 기억하기 위한 공간들이 조성되어 있습니다. 대표적인 곳이 치란 특공 평화회관입니다. 이곳에는 당시 특공대원들의 사진, 유품, 유서 등이 전시되어 있어, 방문객들에게 전쟁의 참혹함과 평화의 소중함을 깊이 일깨워줍니다. 가이몬다케 전망대에 올라 남쪽 바다를 내려다보면, 과거 이 하늘과 바다를 향해 날아간 젊은 영혼들의 마지막 시선을 마주하는 듯한 먹먹한 감동이 밀려옵니다.

가이몬다케 등반길은 비교적 완만하지만, 산길 사이로 이어진 검은 화산암 지형은 이 산이 화산이라는 본질을 일깨워 줍니다. 정상에 오르면 이케다 호수, 깅코 만, 동중국해가 한눈에 펼쳐지는 압도적인 파노라마가 기다리고 있으며,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역사적 의미가 더해져 그 감동은 배가됩니다.

가이몬다케는 단지 산이 아니라, 자연과 역사, 삶과 죽음, 전쟁과 평화가 교차하는 장소입니다. 남규슈를 찾는 여행자라면, 이 산에 깃든 기억을 따라 조용히 한 걸음 옮겨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그 길 끝에서 우리는, 다시는 반복되어서는 안 될 역사의 교훈과 함께, 오늘 우리가 누리고 있는 평화의 가치를 더욱 깊이 새기게 될 것입니다.
명예기자 마쯔자와 유끼꼬 (일본)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기고]대형복합화력 증설 멈추고 재생에너지 확대에 주력을
  2. 대전건설건축자재협회 'AI 전문가 초청강연' 개최
  3. 대전시감염병관리지원단, 재가노인지원기관과 보건 업무협약
  4. 세종시의회 100회 임시회 "힘차게 나아갈 것"
  5. 이너사이드, 현대백화점 충청점서 '유얼거트' 팝업스토어 개최
  1. 세종 리튬이온 배터리 화재 40건… "완충 후 즉시 분리"
  2. 유성선병원, 치유의 공간 김인홀서 '힐링 콘서트' 개최
  3. 대전대 펜싱팀, 대통령배 전국펜싱선수권대회 에뻬 단체전 3위
  4. 충남대-대전창조경제혁신센터, 중국서 그린바이오 인재 교육
  5. 폐교 예정 대전 성천초 주민 편의 복합시설 추진 협약

헤드라인 뉴스


투석환자 교통편의 제도정비 시급…지자체 무관심에 환자안전 사각

투석환자 교통편의 제도정비 시급…지자체 무관심에 환자안전 사각

<속보>20일 대전 한 병원에서 만난 조한영(49·가명)씨는 이틀에 한 번씩 인공신장실을 찾아 혈액 투석을 8년간 이어왔다. 월·수·금 오전 7시 병원에 도착해 4시간동안 투석을 받고 나면 체중은 많게는 3㎏까지 빠지고 어지럼증이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 당뇨 합병증으로 콩팥이 먼저 나빠졌고, 오른쪽 눈은 실명했으며, 발에도 질환이 생겨 깁스처럼 발 전체를 감싸고 목발을 짚어서야 겨우 걸음을 뗀다. 투석은 생명을 지키는 일인데 집과 병원을 오가는 병원의 교통편의 제공마저 앞으로 중단되면 혼자서 투석을 이어갈 수 있을지 그는 심각하게..

[날씨] 12호 태풍 `링링` 영향…폭염·열대야 강화
[날씨] 12호 태풍 '링링' 영향…폭염·열대야 강화

주말인 23~24일 폭염과 열대야 현상이 강화됨에 따라 무더위가 이어질 가운데 내륙 곳곳에 국지적 소나기가 내릴 전망이다. 21일 기상청에 따르면 제12호 태풍 '링링'이 동북 동진 중이다. 태풍은 북태평양고기압의 영향으로 일본 남동쪽 해상 가장자리를 따라 규슈를 통과할 예정이다. 이번 주말(23~24일)은 티베트고기압과 북태평양고기압이 결합해 한반도 고기압이 두터워지며 지금보다 온도가 1~2도 더 올라 폭염이 다소 강화된다. 또한, 내륙 중심에 5~40㎜의 국지적 소나기가 내리겠다. 특히 대전·세종·충남 전 지역에 폭염특보 발효에..

충남도 `호우 피해 지원금 현실화` 요구… 정부 "추가 지급 결정"
충남도 '호우 피해 지원금 현실화' 요구… 정부 "추가 지급 결정"

충남도가 지난달 기록적인 폭우에 따른 지원금을 정부에 지속 건의한 결과, 정부가 추가지원을 결정했다. 21일 도에 따르면 지난달 22일 폭우 피해 지원대책 기자회견에서 정부에 피해 지원금 현실화를 건의하겠다는 입장 발표를 시작으로, 정부부처의 현장점검 등에서 '호우 피해 지원금 현실화'를 요청해 왔다. 김태흠 지사도 1일 열린 대통령 주재 제1차 시도지사 간담회에서 분야별 지원금 현실화를 공식 건의한 바 있다. 당시 김 지사는 농업 분야와 관련해 정부의 지원기준인 복구비(대파대) 50%를 100%로 상향하고 농업시설 복구비도 기존..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드론테러를 막아라’ ‘드론테러를 막아라’

  • 폭염에도 가을은 온다 폭염에도 가을은 온다

  • 2025 을지훈련 시작…주먹밥과 고구마로 전쟁음식 체험 2025 을지훈련 시작…주먹밥과 고구마로 전쟁음식 체험

  • 송활섭 대전시의원 제명안 부결…시의회 거센 후폭풍 송활섭 대전시의원 제명안 부결…시의회 거센 후폭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