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다문화] 계룡산의 산사, 갑사 가는 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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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다문화] 계룡산의 산사, 갑사 가는 길에서

  • 승인 2025-08-03 13:59
  • 신문게재 2024-11-03 2면
  • 충남다문화뉴스 기자충남다문화뉴스 기자
[7-7] 계룡산 갑사(사진 박진희)
대가를 지급하지 않고 사용하는 것들에게 고마움을 느끼기란 쉽지 않다. 공기나 물처럼 말이다. 고개만 들면 보이는 산과 이름난 산속에 자리 잡은 산사들도 한국에서 오랫동안 같은 대접을 받아왔다. 근래 외국인들이 한국 여행을 계획하면서 한국의 이름난 산이나 산사를 방문 코스에 넣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한다. 외국인들의 눈에 생경한 풍경과 낯선 체험을 할 수 있는 한국의 산과 산사는 매력적으로 다가오는가 보다.

며칠 전, 계룡산에 자리한 갑사(甲寺)에 다녀왔다. 계룡산은 주봉인 천황봉(天皇峯, 846.5m)에서 연천봉(連天峯, 739m)과 삼불봉(三佛峯, 775m)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흡사 닭 볏을 쓴 용의 모습과 닮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통일신라시대에는 오악(五嶽;우리나라에서 이름난 다섯 개의 산) 중 서악(西嶽)으로 제를 올려 왔다. 조선시대에는 묘향산의 상악단(上嶽壇), 지리산의 (下嶽壇)과 함께 중악단(中嶽壇)을 설치하고 국가에서 산신제를 모셨다. 이처럼 계룡산은 예로부터 국가의 중요한 명산으로 여겨왔다. 또한 계룡산은 1968년 12월 31일 자로 경주·한려해상과 함께 두 번째로,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이곳에 사는 동식물의 분포를 살피면 식물이 860종, 포유류가 25종이다. 곤충류는 1184종, 양서류와 파충류가 16종, 담수어(민물고기)가 25종 등으로 2100여 종의 동식물이 서식하는 것으로 나타난다고 한다.

국립공원 계룡산은 8종류의 천연기념물과 3곳(갑사, 신원사, 동학사)의 전통사찰이 있다. 그중 갑사는 계룡산 북서쪽 자락에 위치해 있는 명찰이다. 사찰의 이름은 계룡갑사, 갑사, 갑사사, 계룡사 등으로 불리며, 하늘과 땅과 사람 가운데서 가장 으뜸간다(甲)고 해서 갑사가 되었다고 전한다.



갑사는 백제 구이신왕 원년(420)에 고구려에서 온 아도화상이 창건했다고 한다. 조선시대 숭유억불(崇儒抑佛; 유교를 숭상하고 불교를 억제하는 정책)에서도 열외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왕실의 비호를 받아 '월인석보(月印釋譜)'를 판각하기도 한다. 월인석보는 석가모니의 생애를 다룬 일종의 불경으로, 조선의 세종대왕이 지은 《월인천강지곡》과 세조가 지은 《석보상절》을 증보해서 간행한 책이다.

갑사가 불자가 아닌 일반인들에게 사랑받는 이유 중 하나는 수려한 풍광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노송과 느티나무 숲이 우거져 있어 예로부터 '춘마곡추갑사(春麻谷秋甲寺;봄에는 마곡사의 풍경이 뛰어나고, 가을에는 갑사의 풍광이 훌륭하다)'라는 말이 전해질 만큼 아름다운 가을 단풍을 자랑한다. 시기를 살짝 놓쳐서 아쉬웠지만, 갑사는 전국 최고 규모를 자랑하는 황매화 군락지로도 이름난 곳이다. 조용히 사색하며 대자연을 품을 수 있는 계룡산과 갑사는 여름 여행지로도 그만이다.

지난해 12월부터 갑사지구 주변지역 내 관광시설 설치공사가 진행 중이다. 집라인, 네트 오르기, 야외 테이블, 등 벤치, 앉음벽 등의 시설물이 들어선다고 한다. 계룡산의 빼어난 풍광을 헤치는 것은 아닐지 심히 걱정스럽다. 다행히 느티나무, 황매화, 목수국, 환황수목 등도 이식할 예정이라고 하니, 색다른 즐길 거리를 제공할 것이라 믿어본다.
박진희 명예기자(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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