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다문화] 무더운 여름, 연길냉면이 그리운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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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다문화] 무더운 여름, 연길냉면이 그리운 이유

  • 승인 2025-08-17 13:08
  • 신문게재 2024-11-03 12면
  • 충남다문화뉴스 기자충남다문화뉴스 기자
요즘처럼 찌는 듯한 무더위가 이어질 때면 시원한 연길냉면이 생각난다. 연변냉면이라고 불리기도 하며, 중국 길림성 연변조선족자치주의 대표적인 향토 음식이다.

한국에도 함흥냉면, 평양냉면 등 다양한 냉면이 있지만, 특별히 연길냉면이 생각나는 이유가 있다. 연길냉면은 면의 색깔, 식감, 육수의 맛, 그리고 국수 위에 올려지는 고명까지 모두 독특해, 어느 지역에서도 쉽게 흉내 내기 어려운 비주얼과 맛을 자랑한다.

먼저 연길냉면의 면발은 검은색에 가까운 진한 갈색을 띤다. 입에 넣고 씹으면 메밀 특유의 고소함과 면발의 쫄깃한 식감에 젓가락질을 멈출 수 없다.

다음은 냉면의 핵심이라고 과언이 아닌 육수다. 연변 황소를 푹 고아서 기름기를 걷어낸 뒤, 차갑게 식혀 살얼음을 띄워준다. 연변 사람들은 냉면을 받으면 먼저 육수부터 마신다. 육수를 떠먹기 좋게 작은 국자를 제공하는 것도 특이하다. 이가 시리도록 시원하고 구수한 냉면 육수는 무더위에 지친 몸과 입맛을 단번에 깨운다. 연변 황소는 농번기에 실제로 농사일에 동원되기 때문에 육질이 단단하며 더 구수한 맛을 낼 수 있다. 육수를 낼 때 연변 황소고기를 고집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연변 냉면의 꽃이자 다른 냉면과 차별화되는 고명이다. 고명에는 소고기 편육과 삶은 달걀이 기본이고, 양배추김치, 꿩이나 닭고기완자, 연변 사과배, 오이채, 양념장 등 푸짐하고 다채로운 고명이 가득 올려진다. 고명은 그 자체로 하나의 음식 메뉴가 되기도 한다. '렁미엔마오(冷面帽, 냉면모자)'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고명만 따로 술안주로 판매될 정도다. 이 정도면 연길냉면의 고명이 얼마나 매력이 있는지 알 수 있지 않는가?

여기에서 끝이 아니다. 연길냉면을 더 고급스럽게, 더 현지인답게 먹는 방법이 있다. 연길냉면과 찰떡궁합을 자랑하는 '궈바오로우(锅包肉)'를 곁들이는 것이다. 냉면 육수의 달콤한 맛을 새콤한 '궈바오로우'가 잡아주고, '궈바오로우'의 기름진 맛은 시원한 냉면이 잡아준다. 이 조합은 연변에 다녀온 한국인들 사이에서도 "여름철 최고의 조합"으로 통한다.

연길냉면은 면 요리에 자부심이 대단한 중국에서도 '10대 면 요리'에 꼽힐 정도로 유명하다. 2007년에는 '중국길림성무형문화유산' 목록에도 이름을 올렸다. 최근 몇 년간 연변이 여행명소로 유명해지면서 연길냉면은 중국 전 지역의 여행객들에게 사랑을 받는 음식이 되었다.

연길에는 냉면 전문점이 여럿 있다. 그중에서도 '진달래냉면', '삼천리냉면', '복무대로냉면'은 오랜 세월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온 대표적인 맛집이다.

한국으로 떠나오기 전, 같은 학교 친구가 연길냉면을 사줬던 기억이 난다. 폭염으로 지치는 이번 여름, 시원했던 그 기억을 떠올리며 잘 버텨내 보련다.
박연선 명예기자(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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