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39만' 벽에 갇힌 세종시… 해수부 이전 악재에 신음

  • 정치/행정
  • 세종

'인구 39만' 벽에 갇힌 세종시… 해수부 이전 악재에 신음

2023년 2월 39만 명 돌파 후 28개월째 '정체기' 지속
2040 계획 목표인구 대비 통계청 추산, 수십만명 '간극'
해수부 이전시 인구 감소 불가피...상응하는 조치 절실
수도권 기관·위원회 동반 이전 등 행정수도 정상화 숙제

  • 승인 2025-07-14 16:54
  • 수정 2025-07-14 18:48
  • 신문게재 2025-07-15 3면
  • 이은지 기자이은지 기자
1
세종시청에 설치된 인구 현황 안내판. /사진=이은지 기자
세종시가 인구 40만 벽을 허물지 못하고 있다. 다른 지역의 시선에서 볼 때 "(세종시가) 다가졌다"는 평가가 무색할 정도다. 행정수도로 나아가기는커녕 베드타운이자 자영업자의 무덤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진단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실제 2023년 2월 39만 명을 돌파한 이후 2년 4개월째 증가세 둔화로 정체 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2030년 완성기 기준 약 70만 명 목표 인구에 이르려면, 매달 1000여 명이 늘어야 하나 최근 추세는 월평균 316명으로 1/3에 그치고 있다.

최근 해양수산부 직원 850여 명을 포함한 최소 1000명 안팎의 대이동이 연말부터 시작되면, 39만 명 대 박스권은 3년 가까이 유지될 것이란 우려를 키우고 있다. 현재로선 악재만 있을 뿐, 추가적인 인구 유입 요인도 찾기 힘들다.

14일 세종시에 따르면 7월 11일 기준 인구는 39만 8617명(외국인 포함)으로 출범 당시 옛 연기군 9만여 명에서 30만 명 늘었다. 2012년 7월 10만 751명이던 인구는 불과 6년만인 2018년 5월 30만 명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중앙행정기관을 세종시와 대전시가) 다가졌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표현에 해당하는 중앙행정기관 이전(행복도시 건설 1단계)에 힘입은 효과다.



sj_peoAll_2024
세종시 인구는 수년새 박스권에 갇혔고, 수도권 과밀 해소 취지는 퇴색되고 있다. 사진=세종시 통계 갈무리.
하지만 2022년까지 자족성장기는 없었다. 국가가 약속한 종합운동장과 법원·검찰청, 국립자연사박물관, KTX 세종역, 대전~세종 광역철도, 국회 및 대통령 집무실 등 행정수도 필수 기능 설치가 차일피일 미뤄지거나 수면 아래에 가라앉으면서다. 문재인·윤석열 정부를 거치며 수도권 과밀 해소 취지에 부합하는 뒷받침은 이뤄지지 못했다. 2004년 행정수도 위헌 판결 이후 희망고문만 반복됐다.

2020년 수도권이 사상 처음으로 대한민국 인구의 절반을 확보할 사이 세종시는 뒷걸음질을 이어갔다. 연간 1만 명 대에서 다시 7000명, 3900명대로 가파른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급기야 2025년 6월 유입 인구는 12명에 그쳤다.

수도권은 2024년 개통한 광역급행철도(GTX)에 힘입어 남하 저지선을 더욱 확고히 구축할 사이, 세종시로 유입 노선은 수년간 엉뚱하게도 대전과 충남·북으로 향했다.

세종시가 출범 초기부터 완성기인 2030년까지 목표로 세운 80만은 차치하고, 65만 명도 버거운 상황이다. 2040년 78만여 명 도시 진입도 물음표를 달게 한다. 이 역시도 낮춰 잡은 수치다.

시의 장래 추계인구와 출산율을 고려하면, 이 수치도 장밋빛 미래에 가깝다. 통계청이 2022년 발표한 세종시의 장래 추계인구는 2030년 49만 7000명, 2040년 58만 5000명에 그쳐 시의 계획인구와 수십만 명의 간극을 보여준다.

평균연령 39.4세로 전국에서 가장 젊은 도시인 세종시의 출산율도 하향 그래프를 그리고 있다. 시의 합계출산율은 2015년(1.89명)까지 오름세를 보이다 2016년(1.82명)부터 반락해 지속 내림세다. 2012년 출범 이후 꾸준히 1%대를 유지하던 출산율은 2023년(0.97) 처음으로 1%선이 붕괴됐고, 2024년엔 1.03%으로 소폭 반등해 전남과 함께 전국 1위 수준이다.

세종시 표 작업
세종시 2040 도시기본계획에 게재된 연도별 인구 현황. /세종시 제공
전국 공통의 추세적 요인 외에도 신규 공동주택 입주 가뭄과 대선 후 행정수도 기대감이 줄어든 것도 부정적 영향을 끼치고 있다. 최근 논란이 된 '해수부 이전' 이슈까지 더해지며 행정수도는 허울 좋은 이상이 되고 있다.

수도권 과밀 해소를 위한 '윗돌' 대신 해수부 이전이란 '아랫돌' 빼가기는 결국 세종시의 인구 감소세를 더욱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지역 내 공동주택 입주 물량만 보더라도 2030년까지 20만 호 공급을 계획한 가운데, 현재 공급된 13만 5000호를 제외하면 남은 물량은 6만 5000호뿐이다. 하지만 올해와 내년 분양을 앞둔 아파트는 임대아파트거나 면지역 등 외곽 공급이 많아 2027년 이후 합강동 스마트시티 등의 공급 물량에만 기대야 하는 현실이다.

결국 인구 유입과 행정수도 건설의 정상화를 위한 특단의 대책이 시급한 상황이다. 무엇보다 여성가족부·법무부·감사원, 대통령 및 국무총리 직속 위원회 이전 등 해수부 이전에 상응하는 조치가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 21년간 미뤄진 행정수도의 꿈도 이제는 현실화해야 한다. 이를 통해 인구소멸 위기에 놓은 읍면지역 활성화 효과도 이끌어 내야 한다.

세종시 도시과 관계자는 "통계청의 장래인구 추산은 표준적 인구증가 추세를 고려한 것으로, 행정수도 계획도시의 지역적 특성이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라면서 "그간 행정수도 개발사업이 신도시를 중심으로 진행됐다면, 2030년 완성기를 앞두고 인구 10만 명의 읍·면 지역으로도 개발 수요가 확산되도록 국가산단 조성 등 다양한 정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세종=이은지 기자 lalaej27@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트램, 지하화 구간 착공 앞두고 캠페인 진행
  2. [편집국에서]금산 물놀이 사고현장에서
  3. 대전 보행자 교통사고 매년 1200건… 보행자 안전대책 시급
  4. '수업 전 기도' 평가 반영 충남 사립대에 인권위 "종교 자유 침해"
  5. 32사단, 불발화학탄 대응 통합훈련 실시
  1. 대전탄방초 용문분교장 개교 준비 이상 무… 교육감 현장 점검
  2. [춘하추동] 광복80년, 우리는 진정 국보를 환수하고자 하는가?
  3.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창립 20년, 대덕특구 딥테크 창업·사업화 중심지 자리매김
  4. '예비 수능' 9월 모평 사회탐구 응시 증가…'사탐런' 두드러져
  5. [홍석환의 3분 경영] 10년 후, 3년 후

헤드라인 뉴스


세종시 `국가상징구역` 구상 실행… 주변도 지각변동 온다

세종시 '국가상징구역' 구상 실행… 주변도 지각변동 온다

대통령 세종 집무실(최대 25만㎡)과 국회 세종의사당(최대 63만㎡), 시민 공간(최대 122만㎡)을 포함한 210만㎡로 조성되는 '국가상징구역'. 국가상징구역에 대한 마스터플랜 공모가 29일 본격화하면서, 이의 주변 지역에도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국가 최고 권력 기관이 들어서는 입지 인근인 데다 사무공간과 상업시설, 오피스텔 등의 주거 기능, 공원, 문화, 교육, 휴식 등이 어우러질 시민 공간(역사+정신+정체성 내포)이 새로운 콘셉트로 등장한 만큼, 세종동(S-1생활권)과 6생활권 중심으로 다양한 기능의 추가 도입과 세부 계..

[드림인대전] 초등생 윤여훈, 멀리뛰기 꿈을 향해 날다
[드림인대전] 초등생 윤여훈, 멀리뛰기 꿈을 향해 날다

멀리뛰기 국가대표를 꿈꾸는 윤여훈(용천초 6)은 교실보다 학교 밖 운동장이 더 친숙하고 즐거웠다. 축구를 가장 좋아했지만, 달리는 운동이라면 뭐든 가리지 않았다. 또래 아이들보다 몸이 유연하고 날렵했던 아이를 본 체육담당 교사가 운동을 권유했고 그렇게 육상선수 윤여훈의 꿈이 시작됐다. "처음에는 멀리뛰기라는 운동이 있는지도 몰랐어요. 달리기는 원래 잘했으니까 선생님이 지도해주신 그대로 뛰니까 기록이 나오더라고요." 윤여훈의 100m 기록은 12초 중반에 이른다. 전국대회 단거리 상위권에 버금가는 기록이다. 윤여훈은 멀리뛰기와 단거리..

한은 기준금리 연 2.5%로 유지… 가계대출 불씨될까 판단한 듯
한은 기준금리 연 2.5%로 유지… 가계대출 불씨될까 판단한 듯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28일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2.50%로 유지했다. 상반기에 달아오른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주택 구입)'이 '6·27 가계부채 대책' 등으로 다소 주춤하지만, 여전히 서울 집값 상승세가 강한 만큼 섣불리 금리를 낮췄다가 부동산과 가계대출 불씨만 되살릴 위험이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전문가들과 시장은 금통위가 10월께 인하에 나설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가계대출·집값 추이,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금리 결정 후 한·미 금리차, 추가경정예산(추경) 집행 효과, 미국..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상처 입은 백로, 자연으로 돌아가다’ ‘상처 입은 백로, 자연으로 돌아가다’

  • 대전 찾은 민주당 지도부 대전 찾은 민주당 지도부

  • 배롱나무와 어우러진 유회당…고즈넉한 풍경 배롱나무와 어우러진 유회당…고즈넉한 풍경

  • 다문화 사회 미래전략 방안 모색 정책토론회 다문화 사회 미래전략 방안 모색 정책토론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