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애교심이 만든 기적, 그 중심엔 '실천하는 총장'이 있었다"

  • 오피니언
  • 여론광장

[기고] "애교심이 만든 기적, 그 중심엔 '실천하는 총장'이 있었다"

유병주/충남대학교 제9대 명예교수회장, 충남대 발전위원회 위원장, 충남대 초대 대외협력위원장

  • 승인 2025-07-13 10:29
  • 수정 2025-07-13 10:55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KakaoTalk_20250712_230006451
유병주 충남대 제9대 명예교수회장
2020년 겨울, 어느 날, 당시 이진숙 충남대 총장은 충남대학교 발전위원장을 맡고 있는 나와 마주 앉은 자리에서, "위원장님, 저는 충남대 학생들이 지방대 출신이라는 이유로 가능성을 포기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굳이 서울로 가지 않아도, 바로 이곳 충청에서 세계로 나아갈 수 있다는 믿음을 심어주고 싶습니다." 그 말은 단순한 설명이나 요청이 아니라, 충남대 학생들의 가능성과 자존감을 깊이 신뢰하는 사람의 말이었고, 그 믿음을 현실로 만들겠다는 실천의 선언이기도 했다.

이 제안은 단순한 장학제도 신설이 아니라, 교육에 대한 철학과 지역인재에 대한 확고한 신념이 담긴 제안이라고 생각했다. 이후 나는 이 총장의 'CNU Honor Scholarship' 추진에 함께하게 되었다.



'CNU Honor Scholarship'은 입학에서부터 대학 생활, 해외 유학까지 책임지는, 국내에서도 유례없는 장학제도이다.

하지만 제도가 아무리 훌륭해도 실행할 재원이 없다면 무의미한 법. 당시 모두가 현실적 한계를 이야기할 때, 이진숙 총장은 주저하거나 망설이지 않았다. 본인의 사비 1억 원을 선뜻 기부하며 먼저 행동으로 보여주었고, 그것은 단순히 금액의 문제가 아니라 '말만 하는 총장'이 아니라는 강한 메시지였다. 그 진심은 기업과 동문, 지역사회에 깊은 울림을 주었고, 변화의 물결을 이끌어 내는 계기가 되었다.



그 진심 어린 시작은 곧 동문과 지역사회의 마음을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나는 그 과정을 지켜보며, "총장 한 사람의 진심이 어떻게 공동체를 움직이는가"를 생생히 체감한 바 있었다. 먼저 동문 기업인들이 "후배들의 세계 진출을 위한 일이라면 기꺼이 함께 하겠다"고 응답하였고, 지역 기업인들도 "우리도 함께 하겠다"고 힘을 보태기 시작했다.

이진숙 총장은 직접 이 지역기업체를 방문하여 기업인을 만나면서 겸손하게 자신의 교육철학을 설명하고, 지역인재를 키워야 기업과 지역사회가 살 수 있다는 논리를 열정적으로 설명했다. 이진숙 총장의 이러한 열정과 헌신은 충남대와 학생들의 미래를 진심으로 아끼는 사람만이 보여줄 수 있는 태도라고 생각했다. 이 총장의 이런 열정과 정성이 있었기에 오늘의 CNU Honor Scholarship이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이진숙 총장이 '지역인재를 적극적으로 육성하는 것이 지역발전의 핵심이고 지역이 발전해야만 국가가 균형발전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시작한지 1년도 되지 않아 20억이 넘는 장학금을 조성할 수 있었다. 이 성과는 특정인이 거액을 한 번에 기증한 것이 아니라, 이 총장의 뜻에 감동한 지역 기업인들이 십시일반으로 기부하여 이 금액에 도달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장학금을 조성하는 과정에서 많은 지역 기업인들과 지역 인사들이 이 총장의 열정에 감동했고, 지역인재 육성의 중요성에 대해서 공감했다는 것에 매우 큰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충남대를 선택한 지역인재들, 세계 곳곳으로 교환학생을 떠난 학생들, 유학의 꿈을 실현한 이들까지-이 장학제도는 실제로 수 많은 학생들의 삶을 바꾸는 전환점이 되었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장학금을 받은 학생들이 "내가 속한 지역을 세계에 알리는 대사가 되겠다"며 당당하게 꿈을 말하는 모습이었다. 이 제도는 금전적 지원을 넘어, 청년들의 시선을 넓히고 세계를 향한 자신감을 심어주는 통로가 되었다. 그 중심에, '실천으로 철학을 증명한 총장'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진숙 총장의 임기가 끝난 지금도 이 총장의 외침은 충남대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다. 일부 학과에서는 자체적으로 글로벌 장학기금을 조성하며 "후배에게 세상을 보여주자"는 릴레이가 시작되었다. 충남대는 점차 '지역에서 세계로' 나아가는 새로운 모델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대학의 변화는, 제도나 건물에서 시작되기 보다는 사람의 철학에서 시작되고, 그 철학을 실천하는 리더가 있을 때 비로소 실제적인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 총장은 바로 그런 리더였다. 그의 진심은 지금도 캠퍼스 곳곳에서 청년들의 꿈으로 살아 숨 쉬고 있다.

그리고 이제, 이진숙 총장은 우리나라 교육의 수장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되었다. 내가 충남대 발전위원장으로서 곁에서 지켜본 이진숙 총장은 단순한 대학 행정의 전문가라기 보다는, 지역과 대학, 학생을 향한 깊은 애정과 강한 추진력으로 지역 공동체를 움직여온 인물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충남대학교와 이 지역에 대한 그의 진심과 실행력은 국가 전체로 확장될 수 있다고 믿는다. 이진숙 총장은 우리나라 모든 학생들에게 자신감과 도전정신을 심어줄 수 있는 사람이며, 우리나라 교육계에 필요한 변화에 대한 공감대를 만들어낼 수 있는 인물이라고 생각한다.

(아울러, CNU Honor Scholarship에 따뜻한 마음을 모아주신 많은 지역 기업인 여러분과 동문 여러분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유병주/충남대학교 제9대 명예교수회장, 충남대 발전위원회 위원장, 충남대 초대 대외협력위원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충남 통합논의"…金총리-與 충청권 의원 전격회동
  2. '물리적 충돌·노노갈등까지' 대전교육청 공무직 파업 장기화… 교육감 책임론
  3. 대전역 철도입체화, 국가계획 문턱 넘을까
  4. 충남경찰 인력난에 승진자도 저조… 치안공백 현실화
  5. 대전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간담회 열려
  1. [대전, 일류 문화도시의 현주소] 국립시설 '0개'·문화지표 최하위…민선8기 3년의 성적표
  2. 대전 동구, '어린이 눈썰매장'… 24일 본격 개장
  3. 대전충남 행정통합 발걸음이 빨라진다
  4. 이대통령의 우주청 분리구조 언급에 대전 연구중심 역할 커질까
  5. [기고] 한화이글스 불꽃쇼와 무기산업의 도시 대전

헤드라인 뉴스


10·15부동산 대책 2개월째 지방은 여전히 침체… "지방 위한 정책 마련 필요" 목소리

10·15부동산 대책 2개월째 지방은 여전히 침체… "지방 위한 정책 마련 필요" 목소리

정부 10·15 정책이 발표된 지 두 달이 지난 가운데, 지방을 위한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 3단계가 내년 상반기까지 유예되는 등 긍정적 신호가 나오고 있지만, 지방 부동산 시장 침체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어서다. 15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누적 매매가격 변동률(12월 8일 기준)을 보면, 수도권은 2.91% 오른 반면, 지방은 1.21% 하락했다. 서울의 경우 8.06%로 꾸준히 상승곡선을 그린 반면, 대전은 2.15% 하락했다. 가장 하락세가 큰 곳은 대구(-3...

‘의료 격차 해소·필수의료 확충’ 위한 지역의사제 국무회의 의결
‘의료 격차 해소·필수의료 확충’ 위한 지역의사제 국무회의 의결

의사가 부족한 지역에서 10년간 의무적으로 복무하는 소위, ‘지역의사제’ 시행을 위한 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출산과 보육비 비과세 한도 월 20만원에서 자녀 1인당 20만원으로 확대하고, 전자담배도 담배 범위에 포함해 규제하는 법안도 마찬가지다.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1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제54회 국무회의에서는 법률공포안 35건과 법률안 4건, 대통령령안 24건, 일반안건 3건, 보고안건 1건을 심의·의결했다. 우선 지역 격차 해소와 필수의료 확충, 공공의료 강화를 위한 ‘지역의사의 양성 및 지원 등에 관한 법률공포안’..

[대전, 일류 문화도시의 현주소] 제2문화예술복합단지대·국현 대전관… 대형 문화시설 `엇갈린 진척도`
[대전, 일류 문화도시의 현주소] 제2문화예술복합단지대·국현 대전관… 대형 문화시설 '엇갈린 진척도'

대전시는 오랜 기간 문화 인프라의 절대적 부족과 국립 시설 공백 속에서 '문화의 변방'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민선 8기 이장우 호(號)는 이 격차를 메우기 위해 대형 시설과 클러스터 조성 등 다양한 확충 사업을 펼쳤지만, 대부분은 장기 과제로 남아 있다. 이 때문에 민선 8기 종착점을 6개월 앞두고 문화분야 현안 사업의 점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대전시가 내세운 '일류 문화도시' 목표를 실질적으로 이루기 위해서는 단순한 인프라 확충보다는 향후 운영 구조와 사업화 방안을 어떻게 마련할는지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중도일..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의 밤은 낮보다 화려하다’ ‘대전의 밤은 낮보다 화려하다’

  • ‘헌혈이 필요해’ ‘헌혈이 필요해’

  • 까치밥 먹는 직박구리 까치밥 먹는 직박구리

  • ‘겨울엔 실내가 최고’…대전 곤충생태관 인기 ‘겨울엔 실내가 최고’…대전 곤충생태관 인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