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지역주택조합의 분담금 반환과 신의성실의 원칙

  • 오피니언
  • 월요논단

[월요논단] 지역주택조합의 분담금 반환과 신의성실의 원칙

한승환 법무법인 지원P&P 변호사

  • 승인 2025-07-13 16:59
  • 신문게재 2025-07-14 18면
  • 송익준 기자송익준 기자
12333
한승환 변호사
지역주택조합은 실패할 가능성이 높은 사업이다. 그래서 일부 지역주택조합들은 많은 조합원을 유치하고자 '사업의 일정 절차를 진행하지 못하거나 그로 인하여 사업이 중단 또는 실패할 경우에는 조합원이 납입한 분담금을 반환하겠다'는 내용의 환불보장약정을 조합가입계약과 함께 체결하였다.

민법 제276조 제1항은 총유물의 관리 및 처분은 사원총회의 결의에 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법원은 총회 결의를 거치지 않고 위와 같은 환불보장약정을 체결하였다면, 환불보장약정은 무효이고, 환불보장약정이 무효라면, 이와 함께 일체로 체결된 조합가입계약 역시 무효라고 일관되게 판시해 왔다. 이에 따라 조합원은 분담금을 반환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 대법원은 조합원들이 지역주택조합에게 환불보장약정이 무효이므로 납입한 분담금을 반환하라는 청구한 사건에 대하여 지금까지와는 다른 판단을 하였다.

대법원은 『환불보장약정을 체결하면서 총회의 결의를 거치지 않았다면, 환불보장약정은 총회 결의 없는 총유물의 처분행위에 해당하여 무효가 될 수 있고, 이는 함께 체결한 조합가입계약의 무효 또는 취소 원인이 될 수 있다.』라고 판시하여, 기존의 법리를 재확인 하면서도, 『그런데 환불보장약정이 무효가 되어 환불을 보장받을 수 없게 되었더라도, 조합가입계약의 목적인 신축 아파트 소유권 취득에는 지장이 없는 경우가 존재할 수 있다. 이때 조합원이 '환불보장약정에 따른 환불이 가능한지 여부와는 관계없이 조합가입계약을 유지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될 만한 선행행위를 하였다면, 이후 조합원이 환불보장약정의 무효를 이유로 조합가입계약의 무효 또는 취소를 주장하며 지역주택조합을 상대로 분담금 반환청구를 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모순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라고 밝히며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분담금 반환청구는 허용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대법원 2025. 5. 15. 선고 2024다239692 판결).



민법상의 신의성실의 원칙은, 법률관계의 당사자는 상대방의 이익을 배려하여 형평에 어긋나거나 신뢰를 저버리는 내용 또는 방법으로 권리를 행사하거나 의무를 이행하여서는 안된다는 추상적 규범을 의미한다.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그 권리행사를 부정하기 위하여는 상대방에게 신의를 공여하였다거나, 객관적으로 보아 상대방이 신의를 가짐이 정당한 상태에 이르러야 하고 이와 같은 상대방의 신의에 반하여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 정의관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없는 정도의 상태에 이르러야 한다(대법원 1991. 12. 10. 선고 91다3802 판결).

위 사례에서, 환불보장약정의 내용은 '토지 관련 문제로 조합설립인가 신청을 하지 못하여' 사업이 무산될 경우 원고들이 납입한 계약금과 업무추진용역비 전액을 반환할 것을 보증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해당 조합이 조합설립인가를 받아 환불보장약정의 조건은 성취되지 않을 것으로 확정되었다. 또한 분담금 반환청구를 한 조합원들은 이후에도 조합에 적지 않은 분담금을 추가로 지급하였다. 이에 따라 위 조합은 주택건설사업을 절차에 따라 진행하고 있었다.

즉, 대법원은 조합원들이 조합설립인가 이후 추가로 분담금을 지급하여, 조합으로서는 조합원들이 조합가입계약을 유지하기를 원한다고 신뢰하여 이를 바탕으로 사업을 추진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후 조합원들이 계약의 무효를 주장하며 분담금의 반환을 청구한 것은 기존의 분담금 납부 행위와는 모순되는 행동이므로, 선행행위로 인한 조합의 신뢰를 보호할 필요가 있고, 이에 반하는 조합원들의 분담금 반환청구를 허용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위 대법원 판례로 인하여 지역주택조합과의 소송은 보다 복잡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분담금을 반환받고자 한다면, 이와 모순된 행동을 하지 않도록 조심할 필요가 있다.

/한승환 법무법인 지원P&P 변호사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충남 통합논의"…金총리-與 충청권 의원 전격회동
  2. '물리적 충돌·노노갈등까지' 대전교육청 공무직 파업 장기화… 교육감 책임론
  3. 대전역 철도입체화, 국가계획 문턱 넘을까
  4. 충남경찰 인력난에 승진자도 저조… 치안공백 현실화
  5. 대전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간담회 열려
  1. [대전, 일류 문화도시의 현주소] 국립시설 '0개'·문화지표 최하위…민선8기 3년의 성적표
  2. 대전 동구, '어린이 눈썰매장'… 24일 본격 개장
  3. 대전충남 행정통합 발걸음이 빨라진다
  4. 이대통령의 우주청 분리구조 언급에 대전 연구중심 역할 커질까
  5. [기고] 한화이글스 불꽃쇼와 무기산업의 도시 대전

헤드라인 뉴스


10·15부동산 대책 2개월째 지방은 여전히 침체… "지방 위한 정책 마련 필요" 목소리

10·15부동산 대책 2개월째 지방은 여전히 침체… "지방 위한 정책 마련 필요" 목소리

정부 10·15 정책이 발표된 지 두 달이 지난 가운데, 지방을 위한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 3단계가 내년 상반기까지 유예되는 등 긍정적 신호가 나오고 있지만, 지방 부동산 시장 침체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어서다. 15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누적 매매가격 변동률(12월 8일 기준)을 보면, 수도권은 2.91% 오른 반면, 지방은 1.21% 하락했다. 서울의 경우 8.06%로 꾸준히 상승곡선을 그린 반면, 대전은 2.15% 하락했다. 가장 하락세가 큰 곳은 대구(-3...

‘의료 격차 해소·필수의료 확충’ 위한 지역의사제 국무회의 의결
‘의료 격차 해소·필수의료 확충’ 위한 지역의사제 국무회의 의결

의사가 부족한 지역에서 10년간 의무적으로 복무하는 소위, ‘지역의사제’ 시행을 위한 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출산과 보육비 비과세 한도 월 20만원에서 자녀 1인당 20만원으로 확대하고, 전자담배도 담배 범위에 포함해 규제하는 법안도 마찬가지다.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1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제54회 국무회의에서는 법률공포안 35건과 법률안 4건, 대통령령안 24건, 일반안건 3건, 보고안건 1건을 심의·의결했다. 우선 지역 격차 해소와 필수의료 확충, 공공의료 강화를 위한 ‘지역의사의 양성 및 지원 등에 관한 법률공포안’..

[대전, 일류 문화도시의 현주소] 제2문화예술복합단지대·국현 대전관… 대형 문화시설 `엇갈린 진척도`
[대전, 일류 문화도시의 현주소] 제2문화예술복합단지대·국현 대전관… 대형 문화시설 '엇갈린 진척도'

대전시는 오랜 기간 문화 인프라의 절대적 부족과 국립 시설 공백 속에서 '문화의 변방'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민선 8기 이장우 호(號)는 이 격차를 메우기 위해 대형 시설과 클러스터 조성 등 다양한 확충 사업을 펼쳤지만, 대부분은 장기 과제로 남아 있다. 이 때문에 민선 8기 종착점을 6개월 앞두고 문화분야 현안 사업의 점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대전시가 내세운 '일류 문화도시' 목표를 실질적으로 이루기 위해서는 단순한 인프라 확충보다는 향후 운영 구조와 사업화 방안을 어떻게 마련할는지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중도일..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의 밤은 낮보다 화려하다’ ‘대전의 밤은 낮보다 화려하다’

  • ‘헌혈이 필요해’ ‘헌혈이 필요해’

  • 까치밥 먹는 직박구리 까치밥 먹는 직박구리

  • ‘겨울엔 실내가 최고’…대전 곤충생태관 인기 ‘겨울엔 실내가 최고’…대전 곤충생태관 인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