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보기]제사주재자, 직계비속 중 최연장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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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보기]제사주재자, 직계비속 중 최연장자

송은석 변호사

  • 승인 2025-07-10 17:06
  • 신문게재 2025-07-11 19면
  • 이상문 기자이상문 기자
송은석 변호사
송은석 변호사
'제사 주재자'라는 말은 제사를 많이 지내지 않는 요즘 시대의 젊은이들에게는 아주 생소한 단어일 것이다. 민법 제1008조의3(분묘 등의 승계)에서는 '분묘에 속한 1정보 이내의 금양임야와 600평 이내의 묘토인 농지, 족보와 제구의 소유권은 제사를 주재하는 자가 이를 승계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을 보면 몇 몇 단어의 의미조차 생소하기까지 할 것이다.'정보'는 주로 논, 밭, 임야 등 농지의 넓이를 나타내는 전통적인 단위로 일본식 척관법에서 유래했다고 하는데, 1정보는 3000평을 의미한다고 한다. 금양임야는 함부로 나무나 풀을 베지 못하게 되어 있는 임야를 의미한다. '묘토'는 선조의 분묘와 인접해 있고, 묘를 관리하고 제사를 지내는 재원으로 농사를 짓는 농지를 의미한다.

이러한 제사 주재자는 이러한 권리뿐만 아니라 판례에 의해서 분묘를 수호·관리할 수 있는 권한, 분묘의 부속시설인 비석 등 제구를 설치·관리할 권한, 유체·유골에 대한 관리·처분권까지 갖는다. 이러한 권리들이 요즘 시대에 특별한 권리일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아직까지도 조상을 모시는 풍습은 우리나라의 전통이고 이러한 문제로 유족끼리도 법적 다툼을 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그렇다면 '과연 제사 주재자는 누가 되는 것일까'라는 의문이 생기는데, 과거에는 상속인들 간의 협의와 무관하게 우선적으로 적장자가 제사 주재자가 되는 것으로 봤다. 그런데 2008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서는 '제사주재자는 우선적으로 망인의 공동상속인들 사이의 협의에 의해 정하되,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 제사 주재자의 지위를 유지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지 않는 한 망인의 장남이 제사 주재자가 되고, 공동상속인들 중에 아들이 없는 경우에는 망인의 장녀가 제사 주재자가 된다.'라고 판시하여 우선적으로 상속인들이 협의해서 정하고 협의가 되지 않으면 장남이 제사 주재자가 된다는 것이 과거 대법원 판결이었다. 장남을 우선시하는 생각들이 만연해 있었던 시절을 기준으로 한다면 당연한 판결일 수도 있었다. 그런데 이 판결은 202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 의해 파기되었다.

2018다248626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서는 공동상속인 간에 협의를 통해 제자 주재자가 정해지지 않는다면 남녀를 불문하고 피상속인의 가장 가까운 직계비속 중 최연장자가 맡는다고 판단하여 종전의 대법원 판결을 파기하고 새로운 제자 주재자의 기준을 설정한 것이다. 이 판결에서는 과거 장남에게 제사 주재자의 지위를 인정하던 과거의 판결의 법리는 더 이상 조리에 부합한다고 보기 어려워 유지될 수 없다고 하면서 '공동상속인들 사이의 협의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에는 제사 주재자의 지위를 인정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지 않는 한 피상속인의 직계비속 중 남녀, 적서를 불문하고 최근친의 연장자가 제사 주재자로 우선한다고 봐야한다'라고 하면서 종전 전원합의체 판결을 변경한 것이다. 대법원은 '현대 사회의 제사에서 부계혈족인 남성 중심의 가계 계승 의미는 상당 부분 퇴색했고, 제사용 재산의 승계에서 남성 상속인과 여성 상속인을 차별하는 것은 정당화할 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없다.'라고 판시하였다. 과거에는 상속인들 사이에서 협의가 되면 협의에 의해 정한 사람을 제사 주재자가 되고, 그렇지 않으면 장남에게 제사 주재자의 지위를 주어 아들이 없는 경우가 아닌 이상에는 여성이 제사 주재자가 될 수 없었는데, 2023년도 대법원 판결에서는 기존과 동일하게 협의에 의해 제사 주재자를 정하되 협의가 되지 않으면 성별에 관계없이 최근친 연장자가 제사 주재자가 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판결은 남녀 평등에 대한 시대적 생각을 반영한 판결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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