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홍철 칼럼] 127. 세계적인 학자들의 '불평등'에 대한 대담

  • 오피니언
  • 사외칼럼

[염홍철 칼럼] 127. 세계적인 학자들의 '불평등'에 대한 대담

염홍철 국립한밭대 명예총장

  • 승인 2025-07-10 12:00
  • 현옥란 기자현옥란 기자
염홍철칼럼
토마 피케티는 프랑스 파리경제대학교 교수로 '재분배와 글로벌 자본세'를 주장한 '21세기 자본'으로 세계적인 명사로 주목받은 경제학자입니다. 그래서 그는 '21세기의 마르크스'라는 별명을 가지게 되었지요. 마이클 샌델은 하버드대 정치철학과 교수로 우리나라에 많이 알려진 학자이지요. 그의 부동의 베스트셀러 '정의란 무엇인가'는 우리나라에서 약 200만 부의 판매량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존 롤스의 '정의론'을 비판한 논문을 발표한 후 일약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습니다.

이 두 사람은 작년 5월 20일 파리경제대학에서 '불평등' 문제에 대한 대담을 한 바 있는데, 그 대담 내용을 엮어 '기울어진 평등'(원제는 'Equality: What It Means and Why It Matters')라는 제목으로 출판되었습니다. 이들은 세계적으로 직면한 '불평등 문제'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그것을 철학적·경제학적으로 성찰을 시도하였는데, 이 책의 성격 자체가 '해답'보다는 '논의의 지평을 넓히는 데 초점'을 둔 대화집입니다.



이들의 핵심 주장을 요약한다면, 먼저 토마 피케티는 자본의 수익률이 경제성장률보다 지속적으로 높아 부의 집중이 심화된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그 해결책으로 부유층에 대한 누진세 강화, 최고 임금제 도입, 자산에 대한 글로벌 세금 등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궁극적으로는 경제·사회생활에서 교육, 보건, 교통, 에너지 등 공공서비스를 강화하는 방향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에 비해 마이클 샌델은 평등은 단순히 소득분배뿐만 아니라 사회적 상호작용 구조의 '평평한' 설계가 중요하다고 주장합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대학 입시 추첨제, 계층 간 네트워킹 공간 마련, 노동의 존엄성 회복을 위한 제도 개선을 제안하고 있지요. 예컨대 입시 추첨을 통해 특권층 자녀 위주의 입학을 지양할 것을 제안합니다. 부유층과 중산층 그리고 서민이 섞일 기회를 늘려 사회적 분리를 방지해야 한다고 역설합니다.

두 학자는 자본주의 구조가 '승자와 패자'를 양산하는 위계적 시스템이라는 데 공감하며 이 구조를 '평평하게' 바꿔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위에서도 얘기한 것처럼 피케티는 소득과 자본에 대한 누진세를 강화하거나 최고 임금 상한제를 도입하는 등 실질적인 방안을 제시하고 있으며, 샌델은 사회적 공간의 재구성과 노동자의 존엄 회복을 강조하면서 필수 노동자에게 더 많은 존중과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주장에도 불구하고 불평등을 완전히 해결할 방안을 제시하기는 어렵습니다. 그것은 불평등이 단일한 원인이 아닌 "복합적 구조"의 결과이기 때문입니다. 즉 불평등은 경제, 정치, 문화, 심지어는 심리구조까지 얽힌 종합적인 문제입니다. 따라서 단일한 해답으로는 결코 해결할 수 없습니다. 오히려 해결책 자체가 새로운 갈등을 낳기도 하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답을 계속 찾아야 합니다. 완전한 평등은 도달할 수 없는 이상이지만 그 이상을 향한 투쟁은 우리 사회를 덜 불의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논의 중에 저는 피케티의 공공서비스 강화와 마이클 샌델의 '부유층과 서민이 섞이는' 개념에 많이 공감합니다. 대전시정을 운영하면서도, 원도심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공공투자의 대폭 확대를 시도하였습니다. 예를 들면 복지만두레, 좋은동네만들기, 찾아가는 공연, 생활체육 및 청소년 시설 확대, 산책길 조성, 3대 하천 정비, 공원 같은 시설들을 고급화하여 삶의 질을 높이면, 자연히 '계층 혼합적(계층이 섞이는)' 공동체가 조성될 것이며, 이것을 사실상 불평등을 해소하는 방안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염홍철 국립한밭대 명예총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충남 통합논의"…金총리-與 충청권 의원 전격회동
  2. '물리적 충돌·노노갈등까지' 대전교육청 공무직 파업 장기화… 교육감 책임론
  3. 대전역 철도입체화, 국가계획 문턱 넘을까
  4. 충남경찰 인력난에 승진자도 저조… 치안공백 현실화
  5. 대전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간담회 열려
  1. [대전, 일류 문화도시의 현주소] 국립시설 '0개'·문화지표 최하위…민선8기 3년의 성적표
  2. 대전 동구, '어린이 눈썰매장'… 24일 본격 개장
  3. 대전충남 행정통합 발걸음이 빨라진다
  4. 이대통령의 우주청 분리구조 언급에 대전 연구중심 역할 커질까
  5. [기고] 한화이글스 불꽃쇼와 무기산업의 도시 대전

헤드라인 뉴스


10·15부동산 대책 2개월째 지방은 여전히 침체… "지방 위한 정책 마련 필요" 목소리

10·15부동산 대책 2개월째 지방은 여전히 침체… "지방 위한 정책 마련 필요" 목소리

정부 10·15 정책이 발표된 지 두 달이 지난 가운데, 지방을 위한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 3단계가 내년 상반기까지 유예되는 등 긍정적 신호가 나오고 있지만, 지방 부동산 시장 침체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어서다. 15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누적 매매가격 변동률(12월 8일 기준)을 보면, 수도권은 2.91% 오른 반면, 지방은 1.21% 하락했다. 서울의 경우 8.06%로 꾸준히 상승곡선을 그린 반면, 대전은 2.15% 하락했다. 가장 하락세가 큰 곳은 대구(-3...

‘의료 격차 해소·필수의료 확충’ 위한 지역의사제 국무회의 의결
‘의료 격차 해소·필수의료 확충’ 위한 지역의사제 국무회의 의결

의사가 부족한 지역에서 10년간 의무적으로 복무하는 소위, ‘지역의사제’ 시행을 위한 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출산과 보육비 비과세 한도 월 20만원에서 자녀 1인당 20만원으로 확대하고, 전자담배도 담배 범위에 포함해 규제하는 법안도 마찬가지다.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1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제54회 국무회의에서는 법률공포안 35건과 법률안 4건, 대통령령안 24건, 일반안건 3건, 보고안건 1건을 심의·의결했다. 우선 지역 격차 해소와 필수의료 확충, 공공의료 강화를 위한 ‘지역의사의 양성 및 지원 등에 관한 법률공포안’..

[대전, 일류 문화도시의 현주소] 제2문화예술복합단지대·국현 대전관… 대형 문화시설 `엇갈린 진척도`
[대전, 일류 문화도시의 현주소] 제2문화예술복합단지대·국현 대전관… 대형 문화시설 '엇갈린 진척도'

대전시는 오랜 기간 문화 인프라의 절대적 부족과 국립 시설 공백 속에서 '문화의 변방'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민선 8기 이장우 호(號)는 이 격차를 메우기 위해 대형 시설과 클러스터 조성 등 다양한 확충 사업을 펼쳤지만, 대부분은 장기 과제로 남아 있다. 이 때문에 민선 8기 종착점을 6개월 앞두고 문화분야 현안 사업의 점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대전시가 내세운 '일류 문화도시' 목표를 실질적으로 이루기 위해서는 단순한 인프라 확충보다는 향후 운영 구조와 사업화 방안을 어떻게 마련할는지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중도일..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의 밤은 낮보다 화려하다’ ‘대전의 밤은 낮보다 화려하다’

  • ‘헌혈이 필요해’ ‘헌혈이 필요해’

  • 까치밥 먹는 직박구리 까치밥 먹는 직박구리

  • ‘겨울엔 실내가 최고’…대전 곤충생태관 인기 ‘겨울엔 실내가 최고’…대전 곤충생태관 인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