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민선 8기 남은 1년을 시작하며

  • 오피니언
  • 독자 칼럼

[기고] 민선 8기 남은 1년을 시작하며

정용래 대전 유성구청장

  • 승인 2025-06-29 16:31
  • 신문게재 2025-06-30 18면
  • 김지윤 기자김지윤 기자
noname01
정용래 유성구청장.
조선 최고의 개혁 군주로 꼽히는 정조는 누구보다 궁궐 밖 행차가 많았다. 아버지 사도세자를 모신 현륭원 참배가 주된 이유였다. 정조 19년(1795년)의 능행차는 특별했다. 모친 혜경궁 홍씨의 회갑 잔치를 수원화성에서 베풀었기 때문이다. 행차에는 왕실 가족과 대소 신료, 호위 군사, 궁녀 등 6,000여 명이 동행했다. 행렬 길이만 1km에 달했다고 한다. 한강을 건너기 위해 36척의 배를 띄우고 그 위에 널빤지를 얹어 임시교량을 설치했다. 이 배다리를 만든 주인공이 바로 다산 정약용이다.

능행차는 단순한 참배 행렬이나 퍼레이드가 아니었다. 정조는 행차 길에 양로연(養老宴)을 열어 노인과 가난한 백성에게 음식을 나눠주었다. 궁으로 돌아가는 길에는 백성의 민원을 직접 접수하기도 했다. 상언(上言)과 격쟁(擊錚)이다. 글자 그대로 상언은 글로 쓴 민원이고, 격쟁은 글 모르는 백성이 꽹과리를 두드려 억울함을 호소하는 일이다. 밑바닥 민심을 청취하고 백성들의 삶의 모습을 관찰했다. 일종의 민생 탐방이자 현장 방문이었던 셈이다. 정조의 능 행차는 재위 24년 동안 66회에 달했다.



브라질 룰라 대통령은 궁을 나와 현장에서 대중과 직접 만나는 걸 즐겼다. 대중 연설도 좋아했다. 이런 일화가 있다. 2003년 1월 어느 날, 브라질에서 가장 가난한 피아우이주(州)의 마을에 한 남자가 나타났다. 진흙과 오물 범벅의 길에서 수십 명의 주민들이 그에게 몰려들었다. 그들과 포옹하며 남자는 말했다. "하루 세 끼 밥을 먹게 해주겠다." 그는 열흘 전 취임한 룰라 대통령이었다. 이날 약속은 그의 역점 정책인 '기아 제로(Fome Zero)'로 이어졌다. 룰라는 임기 내내 이 약속과 정책을 실천하는 데 주력했다. 룰라 대통령은 2023년 재임에 성공했다.

오늘 6월 30일은 민선 8기가 시작된 지 꼭 3년 되는 날이다. 내일 7월 1일부터 남은 1년이 시작된다. 특별한 날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3년 차가 되었다고 그동안 추진했던 사업의 방향이 갑자기 바뀌거나 목표를 수정할 일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 다만, 마음가짐을 새롭게 할 수 있다면 다른 날과는 다른 각별한 의미를 둘 수도 있다. 그동안 추진했던 사업은 잘되고 있는지, 문제는 없는지, 문제가 있다면 어떻게 돌파해야 하는지 점검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



민선 8기 3년의 마무리와 남은 1년의 시작을 현장 방문으로 잡았다. 지난 24일 장대 1블럭 LH행복주택과 한국임업진흥원 신청사 건립지를 시작으로, 다음 달 21일 유성복합터미널 건설 현장까지 관내 13개 동의 주요 사업 현장을 방문한다. 지난 3년간 추진한 핵심 사업의 이행 상황을 점검하기 위해서다. 남은 1년을 책임감 있게 마무리해 행정의 연속성과 완성도를 높이고자 한다. 현장 방문지는 유성구의 미래 발전과 구민들의 삶과 직결된 곳이다. 담당자들에게 형식적인 행사를 배제하고 철저하게 실무 위주의 현장 점검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주문했다.

이달 초 새 정부가 출범했다. 핵심 과제 중 하나는 경제 회복이다. 이러한 상황을 반영하듯 이재명 대통령의 행정명령 1호는 민생경제 회복을 위한 비상경제점검 태스크포스(TF) 구성이었다. 유성구도 새 정부 출범과 국정과제 대응을 위한 TF를 구성했다. 민선 8기 사업을 차질 없이 마무리하는 동시에 새 정부의 국정과제 및 정책 방향에 대응할 전략을 준비·실행하는 것도 남은 1년의 중요한 임무다. 문제도, 답도 현장에 있다. 정조나 룰라는 누구보다 그 사실을 잘 알았다. '끝까지, 현장으로.' 민선 8기 남은 1년을 시작하는 다짐이다.

정용래 대전 유성구청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충남 통합논의"…金총리-與 충청권 의원 전격회동
  2. '물리적 충돌·노노갈등까지' 대전교육청 공무직 파업 장기화… 교육감 책임론
  3. 대전역 철도입체화, 국가계획 문턱 넘을까
  4. 충남경찰 인력난에 승진자도 저조… 치안공백 현실화
  5. 대전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간담회 열려
  1. [대전, 일류 문화도시의 현주소] 국립시설 '0개'·문화지표 최하위…민선8기 3년의 성적표
  2. 대전 동구, '어린이 눈썰매장'… 24일 본격 개장
  3. 대전충남 행정통합 발걸음이 빨라진다
  4. 이대통령의 우주청 분리구조 언급에 대전 연구중심 역할 커질까
  5. [기고] 한화이글스 불꽃쇼와 무기산업의 도시 대전

헤드라인 뉴스


10·15부동산 대책 2개월째 지방은 여전히 침체… "지방 위한 정책 마련 필요" 목소리

10·15부동산 대책 2개월째 지방은 여전히 침체… "지방 위한 정책 마련 필요" 목소리

정부 10·15 정책이 발표된 지 두 달이 지난 가운데, 지방을 위한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 3단계가 내년 상반기까지 유예되는 등 긍정적 신호가 나오고 있지만, 지방 부동산 시장 침체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어서다. 15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누적 매매가격 변동률(12월 8일 기준)을 보면, 수도권은 2.91% 오른 반면, 지방은 1.21% 하락했다. 서울의 경우 8.06%로 꾸준히 상승곡선을 그린 반면, 대전은 2.15% 하락했다. 가장 하락세가 큰 곳은 대구(-3...

‘의료 격차 해소·필수의료 확충’ 위한 지역의사제 국무회의 의결
‘의료 격차 해소·필수의료 확충’ 위한 지역의사제 국무회의 의결

의사가 부족한 지역에서 10년간 의무적으로 복무하는 소위, ‘지역의사제’ 시행을 위한 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출산과 보육비 비과세 한도 월 20만원에서 자녀 1인당 20만원으로 확대하고, 전자담배도 담배 범위에 포함해 규제하는 법안도 마찬가지다.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1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제54회 국무회의에서는 법률공포안 35건과 법률안 4건, 대통령령안 24건, 일반안건 3건, 보고안건 1건을 심의·의결했다. 우선 지역 격차 해소와 필수의료 확충, 공공의료 강화를 위한 ‘지역의사의 양성 및 지원 등에 관한 법률공포안’..

[대전, 일류 문화도시의 현주소] 제2문화예술복합단지대·국현 대전관… 대형 문화시설 `엇갈린 진척도`
[대전, 일류 문화도시의 현주소] 제2문화예술복합단지대·국현 대전관… 대형 문화시설 '엇갈린 진척도'

대전시는 오랜 기간 문화 인프라의 절대적 부족과 국립 시설 공백 속에서 '문화의 변방'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민선 8기 이장우 호(號)는 이 격차를 메우기 위해 대형 시설과 클러스터 조성 등 다양한 확충 사업을 펼쳤지만, 대부분은 장기 과제로 남아 있다. 이 때문에 민선 8기 종착점을 6개월 앞두고 문화분야 현안 사업의 점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대전시가 내세운 '일류 문화도시' 목표를 실질적으로 이루기 위해서는 단순한 인프라 확충보다는 향후 운영 구조와 사업화 방안을 어떻게 마련할는지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중도일..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의 밤은 낮보다 화려하다’ ‘대전의 밤은 낮보다 화려하다’

  • ‘헌혈이 필요해’ ‘헌혈이 필요해’

  • 까치밥 먹는 직박구리 까치밥 먹는 직박구리

  • ‘겨울엔 실내가 최고’…대전 곤충생태관 인기 ‘겨울엔 실내가 최고’…대전 곤충생태관 인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