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립무용단 40년사 춤으로 엮다…전통무용의 집약과 확장

  • 문화
  • 공연/전시

대전시립무용단 40년사 춤으로 엮다…전통무용의 집약과 확장

6월 28일 대전시립연정국악원 큰마당서 공연
무용단 역대 예술감독 8인의 대표작 총망라
살풀이부터 소고춤까지 한국무용 확장 공연

  • 승인 2025-06-26 16:42
  • 신문게재 2025-06-27 10면
  • 최화진 기자최화진 기자
1. 포스터
공연 '천년의 춤 - 대전' 포스터./사진=대전시립무용단 제공
1985년의 어느 봄, 대전의 무대 위에 첫 발을 내디딘 이들이 있었다. 무용수도, 극장도, 시민들의 기대도 낯설기만 했던 그 시절 시작된 대전시립무용단이 어느덧 40년을 맞았다.

오는 6월 28일 토요일 오후 5시 대전시립연정국악원 큰마당에서는 대전시립무용단의 창단 4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 기획공연 '천년의 춤 - 대전'이 열린다.



이번 공연은 대전시립무용단의 정체성과 예술적 성과를 집대성하는 무대이자 한국무용의 전통과 시대정신을 아우르는 무용사적 자취를 돌아보는 무대다.

초대부터 현직까지 총 8인의 역대 예술감독이 남긴 대표작들을 한 자리에 모아 세대를 뛰어넘는 춤의 계보를 이어간다. 각 작품은 단순한 안무의 축적이 아니라 시대와 예술에 대한 고민의 흔적이며, 지역성과 예술성의 균형을 찾으려는 치열한 사유의 결과다.



▲ 8인의 시간, 8가지 춤으로 피어나다

이번 공연은 시립무용단의 초대부터 현재까지, 8인의 예술감독이 남긴 대표작들을 한 무대에 올리는 구성으로 마련됐다. 한국무용의 정수라 불리는 살풀이부터 남도 특유의 멋과 신명이 담긴 소고춤까지, 각각의 작품은 시대의 정서와 예술감독의 철학을 품고 있다.

공연의 문은 초대 예술감독 김란의 '살풀이'가 연다. 긴 명주 수건의 흐름을 따라 감정의 격류가 흘러간다. 절제된 몸짓 안에 억눌린 사연과 해방의 순간이 교차하며, 삶과 죽음, 그 사이를 오가는 한국무용 고유의 미학이 무대를 감싼다.

이어지는 채향순 감독의 '장구춤'은 장단 속에서 신명의 결을 엮는다. 느리게 시작한 흥은 점차 빠르게 휘몰아치며 관객을 몰입의 정점으로 이끈다. 리듬 위에서 자유롭게 춤추는 여인들의 몸짓은, 일상의 억압을 털어내는 해방의 제의처럼 느껴진다.

3대 예술감독 고 한상근이 재구성한 '부채춤'은 민족적 상징성과 예술미가 집약된 작품이다. 부채가 그려내는 곡선은 무궁화의 형상으로 완성되며, 전통의 미감과 공동체의 정서를 세심하게 담아낸다.

무대의 중반부로 접어들며 김매자 감독의 '춤, 그 신명'은 관객에게 묻는다. 우리는 왜 춤을 추는가. 삶과 죽음, 나아가 인간 존재의 근원에 대한 질문을 춤으로 던지며, 무대는 단순한 공연이 아닌 하나의 사유 공간으로 변모한다.

정은혜 감독의 '대전 양반춤'은 양반의 기품과 멋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다. 선비의 단아함과 한량의 풍류가 뒤섞인 이 춤은 전통적 몸짓 속에 깃든 유희의 미학을 오늘의 언어로 되살린다.

6대 김효분 감독의 '진도북춤'은 마치 민속 현장을 옮겨온 듯한 즉흥성과 생동감으로 무대를 가득 채운다. 무겁고 거친 북소리 사이로 날렵한 몸짓이 어우러지고, 춤꾼의 개성과 감정이 있는 그대로 살아 숨 쉰다.

7대 황재섭 감독의 '남무'는 무인의 기개와 인생의 관조를 아우른다. 춤추는 이는 무사가 아니라 무인(舞人)이다. 남도의 계면조 선율 위로 흐르는 중후한 동작은 춤이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오랜 수행의 결과임을 보여준다.

마지막 무대는 현 예술감독 김평호가 안무한 '남도소고춤'이 장식한다. 전라도 해안 지역의 벅구춤과 마당춤의 정서를 품은 이 작품은 호적 시나위 가락과 함께 흥과 멋, 신명의 극치를 향해 질주한다. 소고 하나로 완성되는 춤사위에는 40년의 시간이 녹아있다.

LDH_4422
대전시립무용단의 대전 양반춤 무대./사진=대전시립무용단 제공
▲ 지역에서 세계로, 시립무용단의 발자취

대전시립무용단은 지역 예술단체이면서도 국제적 무대를 누비는 대표적인 전통무용단이다. 1990년 말레이시아 아시아 민속축전을 시작으로, 프랑스 디종축제, 미국, 멕시코, 중국, 일본, 호주, 세르비아, 이탈리아 등 다양한 국가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사절단으로 공연을 펼쳐왔다.

2011년 한중 수교 20주년 기념 중국 서안과 항저우 공연은 중국 대륙에 한국 춤의 품격을 알리는 계기가 됐고, 2016년 스페인 수교 50주년에는 외교부의 주요 외교 문화행사로 참가하여 현지 외교인사와 일반 관객들로부터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2023년에는 한미 동맹 70주년을 맞아 미국에서 초청공연을 펼쳤고, 2024년에는 일본 삿포로 문화교류 공연을 통해 다시 한 번 전통춤의 위상을 확인했다.

단순한 외유성 순회가 아닌 한국 춤의 브랜드화를 위한 진지한 문화 교류였다.

지역에서는 연간 50회 이상 기획·정기공연을 펼치며 시민들에게 한국무용의 아름다움과 깊이를 알리고 있다. 공연의 관람 경험은 예술 향유를 넘어서 문화적 자긍심으로 이어지며, 대전시립무용단은 지역문화의 구심점이자 예술적 허브로 자리매김했다.

▲ 40년의 성과, 그리고 앞으로의 과제

대전시립무용단은 창단 이래 지역 예술인 양성과 한국무용 콘텐츠의 현대화에 힘써왔다.

주요 공연작들은 한국무용의 보존과 재창조라는 두 과제를 동시에 수행하며 전통춤의 미학을 현재화하는 실험들을 이어왔다. 특히 이번 40주년 기념공연은 각 시대의 예술감독들이 추구해온 예술철학을 집약해 보여주는 동시에 공연예술계 내 한국무용의 위상을 재조명하는 계기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번 '천년의 춤 - 대전'은 예술성과 공공성을 동시에 확보한 공연 모델로, 전국 지자체 산하 무용단에게도 하나의 선례가 될 수 있다. 한국무용의 정체성을 지키면서도 시대 변화에 부응하는 공연 전략이 지역 예술기관의 지속가능성을 가늠하는 지표가 될 수 있음을 이번 공연이 실증하고 있다.
최화진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2026년 부동산 제도 달라지는 것은?
  2. 李대통령 대전충남 與의원 18일 만난다…통합 로드맵 나오나
  3. 대전 교육공무직 파업에 공립유치원 현장도 업무공백 어려움
  4. 인도 위 위협받는 보행자… 충남 보행자 안전대책 '미흡'
  5. 대전에 고성능 AI GPU 거점센터 구축... 글로벌 AX 혁신도시 거듭
  1. "내년 대전교육감 선거 진보 단일후보 필요"… 대전 시민단체 한목소리
  2. 대전권 9개 대학 주최 공모전서 목원대 유학생들 수상 영예
  3. [인터뷰]"지역사회 상처 보듬은 대전성모병원, 건강한 영향력을 온누리에"
  4. 박정현 "기존 특별법, 죽도 밥도 안돼"… 여권 주도 '충청통합' 추진 의지
  5. "초고압 송전설로 신설 백지화를" 대전시민단체 기자회견서 요구

헤드라인 뉴스


"초고압 송전설로 신설 백지화를" 대전시민단체 기자회견서 요구

"초고압 송전설로 신설 백지화를" 대전시민단체 기자회견서 요구

전남을 시작해 충청권을 가로질러 수도권으로 향하는 초고압 송전망이 농경지와 주택가, 학교 일원을 경유해 건설될 것으로 예상돼 반발이 제기되고 있다. 수도권에 또다시 대규모 국가산업단지를 신설하고 입주 기업에 필요한 전력을 공급하려 지방에 대규모 송전선로를 건설할 때 환경권과 생활권 침해 피해는 지역에 돌아온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17일 오전 대전시청 북문 앞에서 앞으로 대전을 관통해 건설될 예정인 '신계룡-북천안 345㎸ 송전선로 시설 계획을 규탄하는 범 시민사회단체 기자회견이 개최됐다. 정부는 2022년부터 2036년까지 송변전설..

대전에 고성능 AI GPU 거점센터 구축... 글로벌 AX 혁신도시 거듭
대전에 고성능 AI GPU 거점센터 구축... 글로벌 AX 혁신도시 거듭

대전이 고성능 AI GPU 거점센터 구축을 통해 '글로벌 AX(인공지능 전환) 혁신도시'로 거듭난다. 대전시와 한남대,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 ㈜KT, 비케이비에너지(주), ㈜엠아르오디펜스는 17일 '한남대 AX 클러스터 및 고성능 AI GPU 거점센터'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은 전 세계적으로 AI 기술 경쟁이 격화됨에 따라 GPU 거점센터 구축을 통해 연구기관과 AI 전문기업을 지원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거점센터는 한남대 캠퍼스 부지 7457㎡ 규모에 2028년까지 건립될 예정이다. 이날 협약식에..

④ 대전 웹툰 클러스터 `왜 지금, 왜 대전인가?`
④ 대전 웹툰 클러스터 '왜 지금, 왜 대전인가?'

대전시는 오랜 기간 문화 인프라의 절대적 부족과 국립 시설 공백 속에서 '문화의 변방'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민선 8기 이장우 호(號)는 이 격차를 메우기 위해 대형 시설과 클러스터 조성 등 다양한 확충 사업을 펼쳤지만, 대부분은 장기 과제로 남아 있다. 이 때문에 민선 8기 종착점을 6개월 앞두고 문화분야 현안 사업의 점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대전시가 내세운 '일류 문화도시' 목표를 실질적으로 이루기 위해서는 단순한 인프라 확충보다는 향후 운영 구조와 사업화 방안을 어떻게 마련할는지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중도일..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성금으로 잇는 희망…유성구 주민들 ‘순회모금’ 동참 성금으로 잇는 희망…유성구 주민들 ‘순회모금’ 동참

  • 시니어 모델들의 우아한 워킹 시니어 모델들의 우아한 워킹

  • 딸기의 계절 딸기의 계절

  • 보관시한 끝난 문서 파쇄 보관시한 끝난 문서 파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