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민훈 연출 "연극 '불의 고리'로 말하고픈건 웃기지만 슬픈 현실들"…23일 대전예당서 재연

  • 문화
  • 공연/전시

윤민훈 연출 "연극 '불의 고리'로 말하고픈건 웃기지만 슬픈 현실들"…23일 대전예당서 재연

23일부터 이틀간 대전예술의전당에서 '불의 고리' 개막
윤민훈 연출, 고(故) 이성호 작가 유작 다시 무대에
도박 중독부터 미혼모까지…오늘날 현실을 꿰뚫는 시선
시그니터 대전 두번째 무대로 지역 예술 가능성 보여줘

  • 승인 2025-05-19 17:05
  • 최화진 기자최화진 기자
포스터 연극 불의 고리_최종
23일 개막하는 '시그니처 대전'의 두번째 공연 연극 '불의 고리' 포스터./사진=대전예술의전당 제공
대전예술의전당이 주최하는 예술 축제 '2025 시그니처 대전'이 오는 23일 연극 '불의 고리'로 두 번째 막을 올린다.

지난 4월 클래식 공연으로 포문을 연 '시그니처 대전'은 클래식·연극·뮤지컬·전통 등 장르의 경계를 넓히며 지역 예술인의 창작 무대를 발굴하고 있다.

이번 작품은 대전의 극단 '손수'의 수장 윤민훈 연출가가 맡았다. 그는 2015년 연출가로 데뷔한 이래 투견, 안나K, 취연 등 굵직한 작품을 선보이며 이름을 알렸다. 특히 연극 '투견'은 2022년 대전연극제 대상과 연출상을, 대한민국연극제에서는 대통령상을 수상한 수작이다.

'불의 고리'는 윤 연출가에게 유독 남다른 작품이다. 그의 데뷔작을 집필했던 고(故) 이성호 작가가 생전에 남긴 마지막 희곡이기 때문이다.



이 작가는 2022년 제14회 대전창작희곡 공모전에서 '불의 고리'로 최우수상을 수상한 후 지난해 세상을 떠났다. 지난해 12월 윤 연출가는 이 작품의 초연을 맡아 작가와의 마지막 인연을 무대에 새겼다.

02.연출_윤민훈
윤민훈 연출가.
윤 연출가는 "10여 년 전 이성호 작가님의 작품으로 연출가로 데뷔한 이후 지속적으로 연락을 이어왔다"며 "지난해 12월 초연을 준비하며 작품의 무대화를 함께 고민하던 중에 작가님이 별세하시면서 이 작품에 특별한 책임감을 갖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불의 고리'가 시그니처 대전의 공식 무대로 다시 오른다는 소식을 듣고서는 연출을 꼭 맡아야겠다는 사명감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이번 공연은 옴니버스 형식의 네 가지 에피소드로 구성된다. 도박 중독을 다룬 '거믄노다지'를 시작으로, 전세사기(침입자), 고독사와 데이트폭력(여인의 초상), 미혼모(노리터)까지 우리 사회 그늘을 담담히 풀어냈다. 원작 소설은 다섯 개의 이야기로 구성됐지만 각색 과정에서 네 편으로 정리됐다.

윤 연출가는 "작품의 각 에피소드는 서로 다른 주제를 다루지만, 현실의 고통이 끊어지지 않고 연결된다는 의미에서 전체적인 서사를 고리처럼 구성했다"며 "웃음을 유발하지만 이내 씁쓸함을 안기는 서사 속에 우리가 직면한 현실을 담담하게 비추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관객이 극장을 나설 때 마음속에 잔상이 남고 하루의 술안주가 될 만큼의 여운을 남겼으면 한다"고 말했다.

윤 연출가는 특히 미혼모의 현실을 그린 마지막 에피소드 '노리터'에 가장 많은 공을 들였다고 밝혔다. "미혼모의 삶을 형상화하기 위해 동네 놀이터의 길고양이 세계를 의인화해 은유적으로 풀어내고자 했다"며 "고양이의 위계질서를 통해 이야기를 구성했고, 표현하는 과정에서 영화 '나홀로 집에'의 비둘기 아줌마에서 모티브를 얻기도 했다"고 말했다.

윤 연출가는 대전 출신은 아니지만 오랜 시간 이 도시를 기반으로 활동해온 지역 예술인이다. 10여 년 전 대전예술의전당 스프링페스타 참여하며 대전과 인연을 맺었고, 이후 극단 손수를 창단하며 본격적으로 대전에 자리잡았다.

그러나 지역 예술 생태계는 결코 녹록지 않다. 그는 "작품 하나 제작하는 데 3000만~5000만 원은 기본"이라며 "자체 제작은 거의 불가능하고 대전에서는 지원 기회도 부족해 타지역 공연이 더 많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런 점에서 이번 공연은 윤 연출가에게 각별하다. 윤 연출가는 "대전예술의전당과의 협업을 통해 제작 여건이 좋아져 새로운 시도들을 충분히 반영할 수 있었고, 초연 때보다 완성도를 높일 수 있었다"고 밝혔다.

완벽주의 연출가로 통하는 그는 사소한 부분 하나도 허투루 넘기지 않는다. 그는 "연출가가 나태해지면 작품의 퀄리티가 떨어지기 때문에 매 순간 창피하지 않도록 스스로를 다잡는다"며 "이번 작품에도 최선을 다해 임했으니 기대해도 좋다"고 전했다.
최화진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학교 급식 파행 사태 초등학교까지 번지나…학부모 우려
  2. 행정수도특별법 드디어 국회 심사 돌입…충청 총력전 시급
  3. 국정과제 포함된 2차 공공기관 이전… 충남도 유치 재시동
  4. 수강 안한 의대생 위해 학칙 개정?… 개강 앞둔 지역 의대 구제 방안 고심
  5. 충남건설본부-전문건설업계 상생발전 방안 모색
  1. 최중증 발달장애인 통합돌봄서비스 개별1:1 지원서비스 제공지관 역량강화 특강
  2. "그린캠퍼스 조성"… 충남도-도내 7개 대학, 다회용기 사용 협약
  3. [2026 수시특집-우송정보대] 지역혁신 넘어 글로벌브랜드-K 선도… 전문기술인재 키운다
  4. '공연예술 특화도시' 세종시, 하반기에도 즐거움 가득
  5. 충남교육청 원문 공개율 87.4%… 전국 최고 수준

헤드라인 뉴스


의대생 유급 대신 특별학기?… 개강앞둔 지역대 구제방안 고심

의대생 유급 대신 특별학기?… 개강앞둔 지역대 구제방안 고심

2학기 개강을 앞두고 지역 의과대학들이 의대 정원확대 갈등 여파로 1학기를 수강하지 않았거나 시험을 치르지 않은 학생들에 대한 구제 방안을 고심 중이다. 당초 교육부는 미복귀 의대생에 대해 유급 처분을 지시했으나, 새 정부가 출범한 뒤 의대 정상화가 시급하다고 판단해 유급 대상자들의 2학기 복귀를 허용하면서다. 이에 따라 각 대학은 특별학기 개설이나 1학기 연장 등을 통해 정상 진급이 가능하도록 지원할 방침이지만, 학사 일정 조정은 물론 학칙 개정까지 필요해 골머리를 앓는 분위기다. 19일 중도일보 취재 결과, 최근 교육부의 기조에..

`아산 경찰병원` 예타 통과로 건립 본격화… 300병상 규모 건립
'아산 경찰병원' 예타 통과로 건립 본격화… 300병상 규모 건립

충남 아산 경찰병원 건립이 본격화된다.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하면서다. 충남도는 이번 예타 통과로 제2중앙경찰학교 유치에 긍정적 영향이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도는 20일 임기근 기획재정부 제2차관 주재로 연 '2025년 제8차 재정사업평가위원회'에서 아산 경찰병원 건립사업이 예비타당성조사를 최종 통과했다고 밝혔다. 전액 국비 사업인 아산 경찰병원은 총사업비 1724억원을 투입해 아산시 초사동 일원 경찰종합타운 내 8만 1118㎡ 부지에 심뇌혈관센터 등 6개 전문의료센터와 24개 진료과, 300병상 규모의 종합병원 수준으로 건립될 예..

충남도, 전국 최초 민간 참여 지역 모펀드 결성… 김태흠 "시너지 기대"
충남도, 전국 최초 민간 참여 지역 모펀드 결성… 김태흠 "시너지 기대"

충남도가 전국 최초 민간 참여 지역 모펀드를 결성했다. 도는 이를 통해 대한민국 미래 경제를 이끌 '유니콘'을 키운다는 계획이다. 도는 20일 소노벨 천안에서 김태흠 지사와 노용석 중소벤처기업부 차관, 이대희 한국벤처투자 대표이사, 김인태 IBK기업은행 부행장, 백남성 NH농협은행 부행장, 이동열 하나은행 부행장 등 5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충남 기업성장 벤처펀드' 결성식을 개최했다. 충남 기업성장 벤처펀드는 비수도권 벤처 투자 활성화를 위해 중기부가 실시한 모펀드 공모에 도가 선정됨에 따라 조성한다. 펀드 규모는 1011억..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드론테러를 막아라’ ‘드론테러를 막아라’

  • 폭염에도 가을은 온다 폭염에도 가을은 온다

  • 2025 을지훈련 시작…주먹밥과 고구마로 전쟁음식 체험 2025 을지훈련 시작…주먹밥과 고구마로 전쟁음식 체험

  • 송활섭 대전시의원 제명안 부결…시의회 거센 후폭풍 송활섭 대전시의원 제명안 부결…시의회 거센 후폭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