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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협 작가 개인전 '자연과 미술의 사이에서' 포스터. |
이번 전시는 오는 30일까지 이어지며 인간과 자연 그리고 예술과 삶의 경계를 '사이(in-between)'라는 개념을 통해 탐색한다.
이종협은 1980년대부터 자연미술 그룹 '야투(野投)'의 일원으로 활동하며 자연과 예술의 경계를 탐색해온 대표적인 자연미술 작가다. 이번 전시는 그가 수십 년간 깊이 있게 다뤄온 자연과 예술, 그리고 인간과 비인간 존재들이 교차하는 지점에 대한 사유를 집약적으로 담아낸 전시다. 회화, 설치, 사진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펼쳐진 작품들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자연과 예술, 물질과 감각의 관계를 재조명한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 가장 주목받는 작품은 송화가루가 묻은 검정 장화 200켤레로, 이 작품은 인간과 자연 사이에 존재하는 '사이(in-between)'의 공간에 대한 작가의 고민을 시각적으로 드러낸다. 자연을 단순히 재현하거나 찬미하는 대상으로 다루지 않고, 그 경계를 넘어 인간과 자연, 물질과 감각이 어떻게 순환하고 연결되는지에 대한 사유를 제시한다.
이종협 작가는 "자연과 예술, 인간과 비인간 존재는 끊임없이 연결되고 순환하는 생명의 구조를 이룬다"고 설명하며 이러한 생명력의 흐름을 작품을 통해 표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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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협 작가 개인전 '자연과 미술의 사이에서' 포스터. |
또한 여러 시점에서 촬영한 땔감용 나무토막 사진들은 하나의 통일된 시각으로는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관람자는 그 파편적 이미지 사이를 오가며 자연의 시점에 맞춰 자신의 위치를 조정해야 한다. 이는 자연을 단순한 객체가 아닌, 주체로서 인식하는 전시적 장치로 작용한다.
이 작품들은 물질의 감각을 예술로 옮기며 인간의 시선에 길들여지지 않은 자연의 복합성과 생명력을 환기시킨다.
전시장 한 켠에는 멕시코 시인 루이스 드 산도발 자파타의 시 '태초의 물질에게' 일부가 펠트 천에 펀칭 기법으로 옮겨져 있어 생명 순환과 물질의 역사성을 강조하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종협 작가는 "그대는 결코 죽지 않는다. 그렇게 많은 죽음을 겪고도 그대는 왜 철들지 않는가?"라는 구절을 인용해 자연과 생명의 순환에 대한 깊은 성찰을 펼친다.
최화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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