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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태 교수 |
만약 변화를 이해하지 못하고 낡은 가치관에 사로잡힌 지도자에게 권력이 주어진다면 너무도 위험한 일이 벌어질 수 있다. 현재 대한민국은 이런 위험이 현실화된 격변의 시기를 통과하고 있다. 전 대통령은 예전 군사독재 산업화 시대의 가치관에 사로잡혀 변화한 시대를 잘못 읽었다. 경제적으로는 무능했고, 검찰을 동원해 정적을 말살하려 시도했고, 의대 정원 2천 명 증원을 밀어붙여 의료체계 붕괴를 초래했으며, 급기야 군대를 국회로 보내 헌정질서를 유린하려는 시도를 했다. 군부독재 시대에나 볼 법한 친위 쿠데타를 21세기 인공지능시대에 목격하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1970~80년대를 살았던 아버지 세대는 고도성장의 시대를 살면서 좋은 대학에 입학하면 좋은 평생직장이 보장된다는 인식을 했다. 내가 어릴 때 부모님께 많이 들었던 것은 "너 잘되라고 공부하라는 거다"였다. 우리 세대는 공동체를 위해 개인을 희생했던 부모님 세대의 희생과 전폭적인 지원을 엎고 공부를 열심히 해서 대학교에 들어갔다.
90년대 초반에 대학교를 다닌 나는 좋은 대학을 가는 것이 출세를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경험을 했다. 대학교를 졸업하면서 단군 이래 최대의 호황이라는 경제호황 속에서 취업을 잘 했다가 갑작스러운 IMF 사태로 나라가 망한 경험을 했다. 그래도 우리는 김대중이라는 훌륭한 지도자의 등장과 온 국민이 일치단결한 희생과 헌신으로 1년 만에 나라 빚을 다 갚고 일어선 자랑스러운 공동체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
그런데 요즘 50~60대 부모들의 입에서 자녀들의 대학입시를 위해 은퇴자금을 끌어다 쓴 것을 후회하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리고 있다. 애들 사교육에 쓴 돈으로 땅을 사 주거나, 아니면 가게 하나 차려줄 걸 잘못했다고 후회하는 것이다. 중소기업이나 음식점을 차려서 잘 키워서 자식에게 물려주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많은 것 같다. 물론 자영업이 힘든 시대를 살고 있기는 하다.
우리는 가치관 변화의 시대를 살고 있다. 산업화 정보화시대를 거쳐서 이제 인공지능과 로봇 시대를 살아야 하는 현재와 미래 세대에게 부모들은 과거의 가치관을 강요하고 있는 것 같다. 내가 과거에 이런 방식으로 성공했으니 내 자식도 동일한 방식을 적용한다면 큰일 날 일이다. 시대가 서로 다른 것을 알아야 한다. 인공지능과 로봇이 바꾸어 놓을 세상은 우리의 기존 관념을 송두리째 파괴하고 있다.
기존의 사회체제가 성공적으로 정착해서 경제 발전을 이룰 때 구성원들은 도전정신을 잃어버리고 현실에 안주하기 시작한다고 한다. 이때 현실에 만족하면서 어려운 도전을 포기하고 단순화의 길을 걷는다고 한다. 이런 과거의 가치관이 지배하는 사회는 멸망의 길로 나아간다는 것을 이번 대통령 파면을 통해 배울 수 있었다. 더 이상 산업화시대의 정치, 경제, 사회체제로는 현재와 미래사회를 살아갈 수 없다. 이제는 과거의 산업화시대의 하드파워의 시대가 아니라 한류가 전 세계로 퍼져나가고 있는 소프트파워의 시대이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는 내부의 국론 분열과 구조적 약점이 노출된 시점에 외부의 강력한 공격이 맞물린 절체절명의 위기를 겪고 있다. 우리나라는 인공지능시대를 제대로 준비하지 못했고, 첨단기술이 중국에 추월당하면서 수출이 되지 않고 있다. 그런데 하필 국제적으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정책과 만나서 우리 경제의 앞날이 안개 속을 걷고 있는 형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우리 자신을 믿어야 한다. 우리 몸속에는 온갖 전쟁과 IMF라는 국난을 극복한 DNA가 흐르고 있다. 우리는 위기가 닥치면 일치단결하여 극복하는 공동체성이 내재되어 있다. 우리 다음 세대들이 자발적으로 현실에 만족하며 안주하는 가치관을 버리고 어려운 일에 도전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 주어야 한다. 이제는 과거의 성공으로 만족을 창조한 시대와 결별하고 도전과 혁신의 길로 나가야 할 때다.
/김정태 배재대학교 글로벌자율융합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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