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여행] 65-대청호오백리길 드라이브하며 즐기는 맛있는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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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여행] 65-대청호오백리길 드라이브하며 즐기는 맛있는 여행

김영복 식생활문화연구가

  • 승인 2025-03-10 17:21
  • 신문게재 2025-03-11 10면
  • 김지윤 기자김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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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청호. (사진= 김영복 연구가)
이번 맛있는 여행은 산과 호수의 색이 잘 어우러져 풍광의 아름다움에 빠져들게 하는 대청호 오백리길로 향했다.

필자는 벚꽃이 피기 전 이곳을 방문했지만 4월 초에 방문한다면 자연의 고요함 속에 빠져들게 하는 겨울 여행과 달리 봄날의 아찔한 유혹에 젖어 들기에 충분한 드라이브 코스다.

대청호를 중심으로 해발200m~300m의 산과 수목들이 빙 둘러 서있는 경관과 대청호 오백리길은 (대전 동구, 대덕구)와 충북(청원, 옥천, 보은)_에 걸쳐 571번 지방도 220km 도보길이며, 대청호 주변 자연부락과 소하천, 등산길, 임도, 옛길을 포함하고 있다.

이 중 대전 동구에 속하는 대전 구간인 '오동선' 벚꽃길에는 화려한 꽃비가 내린다. 이 길을 따라 늘어선 '오동선'벚꽃길이 무려 26㎞나 펼쳐진다. 몽환적인 꽃잎들이 유혹하는 이 긴 벚꽃 터널을 드라이브하다 보면 연애 초 서먹했던 관계도 어느새 정(情)이 들어 사랑의 관계로 접어들게 하는 코스가 바로 이곳이다.



특히 대청호오백리길 5구간 흥진마을에는 억새와 노을을 편하게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평지로 되어 있는 억새와 갈대숲을 따라 걷다 보면 흥진마을의 산 뒤로 넘어가는 노을을 감상할 수가 있다.

대청호 주변을 드라이브하다 보면 민물매운탕집들이 자주 눈에 띄게 된다. 그런데 메뉴가 주로 장어, 쏘가리, 새우매운탕 등이다.

대청호 주변의 매운탕 중 대표적인 것은 쏘가리매운탕인 것 같다. 사실 쏘가리는 매운탕도 매운탕이지만 민물고기 회중에 제일 맛있기로 유명하다.

오죽하면 백윤하, 이상현 著, '은은한 색채의 미학, 우리 민물고기' 中에서 '사육자의 눈을 홀리고, 낚시꾼의 손을 홀리고, 미식가의 입을 홀리는 진정한 민물고기의 퀸'이라고 표현을 했다.

그래서 그런지 대청호 주변의 지자체에서는 대청호나 지천에'쏘가리' 치어를 자주 방류하기도 한다.

'쏘가리'라는 어명은 '쏘는 물고기'라는 뜻에서 유래한 듯한데, 살맛이 돼지고기처럼 좋다고 수돈(水豚)이라 불리기도 하고, 맛 잉어라는 별칭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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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청호 갈대밭. (사진= 김영복 연구가)
중국 황제에게 진상되었다고 하여 천자어(天子魚)로도 불린다. 이는 조선중기 문장가인 교산(蛟山) 허균(許筠, 1569-1618)의 『도문대작(屠門大嚼)』에 쏘가리의 원래 이름이 '천자어(天子魚)'였는데, 동규봉(董圭峯)이 맛이 좋다며 이름을 묻자 통

역관이 급히 '금린어(錦鱗魚)'라고 대답한 이후에 금린어가 되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여기에 나오는 규봉 동월(董越)은 이덕무(李德懋1741-1793)의 『청장관전서(靑莊館全書)』에 따르면 1492년(성종 23)에 조선에 온 명나라 사신이었다. 그에게 중국황제를 뜻하는 '천자'가 조선의 하찮은 물고기 이름에 붙었다고 차마 말할 수 없었던 통역관이 임기응변한 결과가 바로 '금린어'라는 명칭이라는 것이다. 이덕무는 또한 『청장관전서』에서 평양감사로서 동규봉을 접대한 성현(成俔: 1439-1504)의 이야기도 소개하였다. 이때 성현은 동규봉과 다른 사신 한 사람과 같이 강을 따라 내려갔는데, 어부가 그물을 쳐서 잡은 고기를 바치자 동이 안에 넣고 구경하다가 쏘가리 회(膾)를 치게 하였다.

그런데 이 쏘가리 회를 먹은 동규봉은 생선회 치고 이것보다 더 나은 게 없다며 칭찬하였다는 이야기이다.

조선 순조 24년(1824년)에 한글 학자 유희(柳僖, 1773~1837)가 쓴 어휘사전인『물명고(物名考)』에 '소가리'로 나놔 있는데, 한자로는 궐, '계어', '석계(石桂)', '금린(錦鱗)', '추', '보', '율'이라고도 나와 있다.

19세기 경에 쓴 백과사전식 유서인『광재물보(廣才物譜)』에서는 '魚'(등어), 조선 후기 때에 심노순(沈老淳)의 외할아버지 이공(李公)이 후학들을 인도하기 위하여 편찬한 유서(類書)『사류박해(事類博解)』에서는 '鰲魚'(오어), '婢魚'(비어) 등을 더 확인할 수 있다. 이 가운데 가장 많이 쓰이는 이름은 '쏘가리', '금린어', '궐어'였다. 이 가운데 '궐어'라는 이름은 대궐(大闕)의 '궐'자와 발음이 같은 데다 쏘가리의 모양과 문양이 아름다워 조선시대의 회화나 도자기 등에서는 쏘가리를 자주 볼 수 있다. 최한기(崔漢綺: 1803-1877)의『농정회요(農政會要)』에 보면 쏘가리는 구이나 회로 만들기에 가장 좋고, 국을 끓여도 맛있다고 하였다. 구이나 회는 쏘가리를 잡아 그 자리에서도 바로 해 먹을 수 있는 음식이다.

그리고 쏘가리로 회를 뜨고 남은 머리나 뼈로 매운탕을 끓여 먹는다. 이용기(李用基: 1870-1933)는『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朝鮮無雙新式料理製法)』(1936)에서 쏘가리로 만든 지짐이의 맛이 최고라고 손꼽았다. 잉어, 은어 등 여러 가지 다른 생선으로도 지짐이를 많이 만들지만 쏘가리지짐이의 맛은 특별하며, 특히 4월 무렵의 쏘가리가 가장 맛있다는 것이다.

필자는 대청호 오백리길을 가다 도로변에 갈밭식당이라는 맛집이 있어 들렀다. 이 집의 메뉴는 쏘가리회와 탕을 비롯한 빠가, 메기매운탕 새우탕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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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물 새우탕. (사진= 김영복 연구가)
갈밭식당은 높은 지대에 자리를 잡고 있어 창넘어에 대청호가 보이는 전망 좋은 집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날은 맛있는 쏘가리회나 매운탕을 후일로 미루고 새우탕과 빙어도리뱅뱅이을 시켰다.

후라이팬에 튀긴 빙어에 양념을 두르고 그 위에 양배추를 채 썰어 얹었는데, 고소한 빙어튀김과 채썬 양배추의 아삭한 맛이 어우러져 식감이 아주 좋았다.

버너 위에 올려진 민물새우탕의 모양새는 비록 소박하지만, 한숟가락 뜨는 순간 뜨끈한 국물을 훌훌 마시니 감칠맛이 입안에 감돈다. 탕에 들어간 것은 민물새우, 큼직하게 깍둑썰기한 호박과 제철 무와 미나리·쑥갓 정도인데 이리도 입맛을 당기게 하는 것이 신기할 정도다. 새우를 씹으니 입안에서 얼큰히 물 찬 새우살이 톡톡 터진다. 쫄깃쫄깃 차진 수제비도 건져 먹는 재미가 아주 쏠쏠하다.

양식 새우 아니냐고 물으니 대청호에서 주인이 직접 잡은 자연산 새우라고 한다. 새뱅이는 절지동물 십각목(十脚目) 새우아목 새뱅이과에 속하며 1급수에서만 서식하는 민물 새우로 길이는 2~3cm이며 흑갈색을 띈다. 산란을 준비하고 겨울을 나기 위해 본격적으로 영양분과 살이 오르는 11월 초에서 이듬해 1월말까지가 포획기이며, 매년 3월 말에서 4월 초가 산란기이다. 그러니 지금이 알이 꽉찬 시기다.

충청도 사투리로 새뱅이는 옛날에는 임금님께 진상했던 토하(土蝦)를 말하는 것이다. 토하(土蝦)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토종새우로 토하(土蝦)가 살기 위해서는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고, 물이 깨끗하며, 흙이 좋아야 하는 세 가지 조건을 갖춰야 한다.

사실 민물새우인 '새뱅이'는 지역별로 이름이 다르고, 민물새우에도 종류가 여럿이 있다. 크기가 작은 민물새우는 '생이새우'' '새비새우'로 젓갈을 담는데, 전남지역에서는 '생이새우'만 토하(土蝦)라고 부른다.

충청도와 일부 전북지역은 생이새우·줄새우·징거미새우 등 민물새우를 통틀어 토하(土蝦)나 새뱅이라고 부른다. 탕에는 가재처럼 생긴 징거미새우가 주로 들어간다. 다만 요즘에는 대청호가 아니라 충남 일부와 전라도 금강하굿둑에서 잡힌 것을 가져다가 쓰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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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물 새우탕. (사진= 김영복 연구가)
그래서 그런지 충청도에선 대청호를 포함한 금강 유역에 전문으로 하는 식당들이 많다. 실제로 새뱅이로 담근 토하젓은 밥도둑이라고 불릴 정도로 맛이 좋아서 조선시대에는 임금의 수라상에 오를 정도로 귀한 고급식품이었다.

예전에는 논의 도랑이나 둠벙에도 많이 서식하여 '둠벙새우'로도 불렸던 새뱅이는 농약과 화학비료, 제초제, 농기계 등을 사용하는 농사법인 '관행농법'이 일반화되면서 점차 사라지게 되었다.

조선후기의 실학자 유암(流巖) 홍만선(洪萬選, 1643년-1715년)이 쓴 『산림경제(山林經濟)』에 홍사면(紅絲)이 나오는데,'날 새우[鮮蝦] 2근을 깨끗이 씻어 노그라지게 갈고, 천초(川椒) 30알, 소금 1냥, 물 5되를 한데 폭 익혀, 천초는 가려내고, 즙을 걸러 맑게 가라앉혀 메밀가루 3근 2냥, 콩가루[豆粉] 1근을 반죽하여 한동안 베로 덮어 두었다가 열어 다시 반죽하여 굵기를 적당히 썰어 삶으면 그 국수가 자연 붉은 색을 띠게 된다. 즙은 임의로 넣되 돼지고기를 써서는 안 된다. 이것은 풍기를 일으킬까 염려가 되기 때문이다. '라고 나온다.

민물새우가루를 이용한 면요리인 것이다.

새뱅이탕은 새뱅이에 풍부하게 함유된 아미노산 성분으로 인해 별도의 장국 없이 맹물에 끓여도 새우 자체에서 충분히 깊은맛이 우러나기 때문에 따로 육수를 낼 필요가 없다. 고추장과 고춧가루를 풀고 무와 대파를 넉넉히 넣고 끓인다. 일반 고추장은 들큼한 맛이 날 수 있어 매운탕에 적합한 고추장을 따로 사용한다. 손님상에 내가기 직전에 새뱅이를 듬뿍 넣고, 깻잎, 쑥갓, 미나리, 팽이버섯 등의 채소류도 푸짐하게 얹는다. 다른 민물 생선 매운탕과는 달리 맛이 금방 우러나는 새뱅이는 상에 내기 직전에 넣어 한소끔 끓여 내 가면 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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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어 도리 뱅뱅. (사진= 김영복 연구가)
새뱅이는 새뱅이튀김, 어죽(魚粥)이나 각종 민물고기매운탕, 다양한 찌개의 부재료로도 많이 사용된다.

민물새우는 고단백, 저지방 식품으로 알려져 있다

단백질의 보다 풍부한 원천 중 하나로 손꼽힌다 단백질은 우리 몸의 조직을 구성하고 성장 및 대사에 필수적인 영양소로 알려져 있다 특히 민물새우는 고단백, 저지방 식품으로서 다이어트나 근육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한편 오메가-3 지방산을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다 오메가-3 지방산은 뇌 건강을 증진시키고 심혈관 질환을 예방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중요한 영양소다 특히 민물새우는 EPA와 DHA라는 중요한 오메가-3 지방산을 함유하고 있어 심혈관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민물새우에는 다양한 비타민과 미네랄이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다 비타민 B12, 비타민 D, 철, 아연 등 다양한 영양소가 함유되어 있는 민물새우는 우리 몸의 영양 균형을 유지하고 건강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김영복 식생활문화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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