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여행] 60- 날지 않는 새 홍성 남당항의 새조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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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여행] 60- 날지 않는 새 홍성 남당항의 새조개

김영복 식생활문화연구가

  • 승인 2025-02-03 17:10
  • 신문게재 2025-02-04 10면
  • 김지윤 기자김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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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 남당항. (사진= 김영복 연구가)
이번 여행은 광활하게 펼쳐진 천수만과 어우러진 수산물의 보고로 알려진 홍성군 남당항으로 잡았다.

이곳은 새조개를 비롯해 대하, 우럭,꽃게, 새우 등이 사시사철 싱싱하고, 주변에는 많은 횟집이 산재해 있어 여행객이나 미식가들이 홍성은 몰라도 남당항은 알 정도로 유명한 대표적인 관광 명소이다.

바다의 수면으로 비취는 잔잔한 은빛 석양이 아름다우며, 괭이갈매기 등 철새 도래지인 천수만과 대나무가 많이 자생한다고 하는 죽도와 멀리 안면도가 보여 해안 절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한겨울이면 어김없이 서해안을 덮는, 북서 계절풍이 몰고 온 추위가 맵지만 천수만은 최고의 별미인 새조개가 유명해 미식가들을 유혹한다.



이 남당리가 새조개로 유명해진 건 그리 오래되지 않았단 것이다. 1945년 해방 무렵 옛날 해방 직후 서해안 충청도 쪽에선 개량조개가 많이 잡혀 '해방조개'라는 타이틀을 얻었다면, 같은 시기 경남 해안에서 집중적으로 잡혀 중요 수입원이 됐을때에는 '해방조개'로 불렸다.

일본은 1910년 8월 29일 조선을 합병한 후인 1911년 일본 총독부는 어업령을 발표함과 동시에 한반도를 대륙 침략의 병참기지로 삼고 본국의 부족한 자원의 보조적 수단으로 식민지 수산자원을 수탈 대상으로 증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무자비한 착취를 시작했다. 이러한 무자비한 착취로 인해 새조개는 고갈 상태에 이르게 되었고, 귀해진 새조개는 '명품조개', '귀족 조개'로 불릴 만큼 귀한 대접을 받으면서 가격도 비싸졌다.

그러나 궁하면 통한다고 해방과 동시에 경남을 위시한 서해안 갯벌에 엄청난 조개가 몰려와 수년간 어업인들 얼굴에 햇살이 비쳤다고 한다.

천수만은 태안반도와 안면도로 인해 남북으로 길게 형성된 만이다. 40년 전, 천수만 깊숙한 곳에 만을 가로지르는 서산A·B지구방조제를 놓으면서 담수호와 넓은 간척지가 생겼다. 방조제 위로는 많은 철새들이 날아들어 생태관광지로 인기를 끌고 있고 방조제 아래로는 바다 생물들의 서식지가 되었다.

특히 새조개는 수심 5~30m의 진흙 갯벌에 주로 서식하는데 일설에는 천수만에 방조제가 놓이면서 더 많이 잡힌다고 한다. 새조개가 서식할 수 있는 환경이 더 잘 조성되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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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조개. (사진= 김영복 연구가)
1990년대 초부터 마을 앞바다에서 새조개가 잡히기 시작했는데 외지 배가 들어와서 이걸 잡아다 큰 돈을 버는걸 보고서야, 주민들은 여기가 새조개 산지인 걸 깨달았다. 결국 그 후 어촌계에서 어로권을 접수했고 3t 남짓한 어선에서 끄는 갈퀴가 달린 자루그물

인 형망(으로 수심 5∼10m 정도 아래의 펄을 긁어 새조개를 채취한다. 이렇게 잡은 새조개는 바다의 노다지라 할 수가 있다.

이때부터 새조개가 가장 많이 나는 곳은 서해안인데 그중 홍성군 남당항이 국내 새조개의 집하장이 되고, 남당리는 새조개의 명산지로 유명해지게 되었다.

마침 이번 주 7일(금요일)부터 4월7일(월요일)까지 제22회 홍성 남당항 새조개축제가 열린다고 한다.

작년 새조개 축제에 100만명이 찾아 왔다고 한다.

맛있는 여행을 알차게 하기 위해 우선 새조개 축제가 열리는 남당항과 가까운 관광지가 어디가 있을까 살펴보기로 하자.

버스정류장에 내려 우선 홍성 읍성을 둘러보자. 충남 홍성군 홍성읍 홍주읍성은 길이 약 1772m의 성벽 중 약 800m의 돌로 쌓은 성으로 지금은 성벽의 일부분이 남아있다.

처음 지어진 연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동문인 조양문(朝陽門)과 외삼문(外三門)인 홍주아문(洪州衙門), 동헌(東軒)인 안회당(安懷堂), 여하정(余何亭) 등의 건물이 남아있고, 남문 홍화문(洪化門)은 2013년 복원한 뒤 2023년 11월부터 보수공사를 시작해 2024년 7월에 재개방했다.

가벼운 산행을 준비하고 왔다면 용봉산(龍鳳山)을 찾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충남 홍성군 홍북읍에 위치한 용봉산(龍鳳山)은 381미터에 불과한 낮은 산이지만 산 전체가 기묘한 바위와 봉우리로 이루어져 충남의 금강산이라 불릴 정도로 아름답다.

보는 위치에 따라서 각각 다른 수묵화를 보는 듯 달라지는 풍경을 즐길 수 있다. 또한 정상에서의 예당평야와 수덕사를 품은 예산 덕숭산, 서산 가야산 조망이 시원스럽다.

용봉산이라는 이름은 용의 몸에 봉황의 머리를 얹은 형상이라는 데서 유래했다. 남쪽 중턱과 서쪽 산록에 완만한 경사가 길게 이어지고 군데군데 소나무 군락이 있다.

장군바위와 백제 고찰인 용봉사, 보물 355호인 마애석불 등 많은 문화재가 곳곳에 남아 있다.

옛 문헌에 영봉사라고 기록되어 있는 용봉사는 지금 대웅전과 요사체 2동만이 남아 있다. 하지만 고려시대에는 절 크기가 아흔아홉채에 달하고 불도를 닦는 승려수가 천여명에 이를 만큼 큰 절이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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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조개. (사진= 김영복 연구가)
또 용봉사에는 강마촉지인을 한 석가모니를 그린 탱화가 있다. 용봉산을 낀 홍성 일대는 충절의 고향답게 만해 한용운 선사, 백야 김좌진 장군, 최영 장군, 사육신 성삼문 등의 생가와 9백의총, 위인들의 삶의 흔적과 백제 부흥의 마지막 보루였던 임존성(任存城) 등 역사 유적지가 도처에 남아 있다. 임존성(任存城)은 홍성군 금마면과 예선군 광시면과, 대흥면이 만나는 봉수산(483,8m)봉우리를 중심으로 능선을 따라 크고 작은 6개의 봉우리를 에워싼 테뫼식 산성으로, 성벽은 외벽만 돌로 쌓고 안쪽은 돌과 흙을 다져 쌓았다. 임존성(任存城)은『삼국사기(三國史記)』와 『구당서(舊唐書)』등에 따르면 백제의 장수 '흑치상지'(黑齒常之, 630년~689년)가 임존성에 울타를 쌓고 당(唐)나라의 유인궤(劉仁軌602~685)에 맞서 싸운 곳으로 백제의 왕자들이 모두 항복하였으나 장수 지수신(遲受信)은 끝내 항복하지 않고 지켜냈다,

홍성군 서부면 서쪽에 있는 홍성군 유일의 유인도로 섬 주위에 대나무가 많이 자생하고 있어 참대나무가 울창하여 '대섬' 또는 죽도(竹島)라 불린다. 천수만에 한가운데 떠 있는 죽도는 작고 아름다운 섬으로 '천수만의 보물섬'이라고 부른다.

죽도는 남당항 바로 앞 약 3.7km 지점에 위치하여, 배를 타고 약 15분 정도 들어가야 하는곳이며, 올망 졸망한 8개의 섬이 달라붙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우럭, 대하, 바지락 등 풍부하고 싱싱한 해산물을 사계절 맛볼 수 있으며, 섬에서 갯벌 체험을 즐길 수 있다. 해돋이와 해넘이를 동시에 감상할 수 있고, 소중한 추억거리를 남길 수 있는 여행지라 할 것이다.

한편 죽도는 낚시꾼들에게 인기가 많은 곳이다. 한 개의 사람이 살고 있는 유인도(有人島)와 11개의 무인도(無人島)로 이루어져 있는데 해풍의 영향으로 휩쓸려 일어나는 대나무 스치는 소리가 애간장을 녹게 한다. 이 대나무 숲사이로 4㎞도 안 되는 단정한 둘레길을 음미하는 데 2시간이면 족하다.

섬 자체가 고기의 집인 어초 역할을 하고 있어, 고기들의 집이며 산란장이다. 본섬인 죽도와 근접한 새끼섬은 큰달섬, 작은달섬, 충태섬이다. 충태섬은 썰물 때면 모세의 기적이 나타나듯 길이 들어나 진입로가 생긴다.

남당항 오른편으로는 깨끗한 모래사장이 펼쳐져 있다. 하얀 모래 해변에 발자국을 남기며여유롭게 걷는 여행자들의 모습은 한폭의 그림이 된다.

남당항과 천수만 일원에서 12월부터 이듬해 4월 사이에 잡히는 새조개는 살이 매우 통통하고 커서 제철을 이루고 있다. 새조개는 쫄깃하고 담백한 감칠맛이 특징이며, 단백질과 철분, 타우린 및 필수 아미노산 등의 영양소가 풍부하며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남당항 새조개축제'는 주로 한 겨울 동안 열리고 있으며, 많은 관광객이 찾고 있다.

새조개는 조개껍질 밖으로 내민 발 모양이 새 부리를 닮았다고 하여 이름 붙여진 새조개는 생김새만 그런 것이 아니라 육질과 맛이 닭고기 맛과 비슷하여 조합(鳥蛤)이라고도 하며, 쫄깃한 식감 때문에 입맛을 즐겁게 해주기 때문에 조개 중에서 최고의 맛을 자랑한다.

수심 10~50m의 진흙모래 혹은 모래진흙 바닥에서 많이 서식하며, 암컷과 수컷이 한 몸으로 1년 정도 자라면 산란을 한다. 산란기는 6월에서 9월까지로 이 기간은 채취를 하지 않도록 금어기로 지정되어 있어서 새조개 채취는 보통 12월 이후 시작되어 5월이면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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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조개 샤브샤브. (사진= 김영복 연구가)
새조개를 한문으로 조합(鳥蛤) 또는 염취(鹽吹)라고도 하며, 작합(雀蛤)이라고도 한다. 조선 후기 실학자이며 천주교인인 손암(巽庵) 정약전(丁若銓, 1758∼1816)이 흑산도에서 유배 생활을 하는 동안 1814년(순조 14)에 저술한 『자산어보(玆山魚譜)』에는 "참새의 빛깔을 지니고 그 무늬가 참새의 털과 비슷하다 하여 '참새 작', '조개 합'자를 써서 '작합(雀蛤)'이라 하며, 새조개(雀蛤)는 큰 놈은 지름이 너댓 치 정도로 껍질이 두껍고 미끄러우며 참새빛깔에 무늬가 참새털과 비슷하여 참새가 변한 것이 아닌가 의심된다. 북쪽 땅에는 매우 흔하지만 남쪽에는 희귀하다"고 했다.

새조개를 부산, 창원에서는 '갈매기조개', 남해, 하동에서는 '오리조개', 해남에서는 '새꼬막'이라고 하고, 여수 사람들 역시 새조개를 일본말을 그대로 차용하여'도리가이(鳥蛤)'라 부른다. 일본 사람들은 새조개를 '토리가이(鳥貝, 鳥蛤トリガイ)'라 부르며 쫄

깃한 맛을 좋아하는 한국과는 달리, 부드러운 식감을 좋아해 새조개 다리에 칼집을 내어 고급초밥이나 회의 재료로 사용한다.

남당항에서 나는 새조개는 특유의 쫄깃함과 담백함, 달콤함과 감칠맛이 일품으로 맛과 영양면에 있어 다른 지역의 새조개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단백질, 미네랄과 피로 회복에 좋은 타우린, 철분 성분 등이 풍부해 콜레스테롤 수치를 조절하고 면역력을 증강시키며 혈관 속 노폐물 배출을 도와 동맥경화, 혈전 예방 등에도 좋다.

새조개로는'새조개회무침', 살짝 데친 새조개 살을 올린 '새조개초밥' '새조개 삼합구이'등을 해먹기도 하지만, 주로 이 지역에서는 '새조개샤브샤브'가 유명한데, 파, 마늘, 무, 바지락 등을 넣고 끓는 물에 살짝 익혀서 먹으면 쫄깃쫄깃한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살짝 담갔다가 먹어야 제 맛을 느낄 수 있으며, 너무 익으면 육질이 질겨진다.

김영복 식생활문화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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