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의 자비가 이렇게 크시다니 감동입니다. 저같이 보잘 것 없고 나약한 인간을 당신의 도구로 삼으신데 대해서 크게 감사드립니다. 중동성당의 종탑을 스테인드글라스로 장식해드리고 지난 7월 봉헌식을 가졌죠. 해가 떨어진 후엔 아름다운 야경작품으로 감상할 수 있으니 감사합니다. 제가 74년도에 사제서품을 받으면서 하느님께서는 다양한 방법으로 저를 부르시는구나 생각했습니다. 영육간에 건강을 주셔서 하느님께 영광을 드릴 수 있게 해주시니 감사합니다. 공주와 인연을 맺은 데 대해 매우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카이스트 석학초빙교수로 불러주시고 작업실을 내주셨던 이광형 카이스트 총장님께도 굉장히 고맙게 생각합니다.
빛섬 플러스 카이스트 갤러리 내포의 개소식은 11월13일인데 갤러리의 정식 오픈은 11월 말경이 될 것입니다.
▲본래는 제 삼위일체 작품이 있는 대전 자양동성당에서 미사를 드릴 생각이었는데 장소가 협소하다 보니 하객분들 피로연을 위해서는 공주 중동성당이 더 적합할 것 같다는 의견이 있었지요. 그리고 공주 중동서당은 127년 역사의 충남도 역사기념물 성당이고 7월21일 제 작품으로 공주중동성당 종탑 축성식을 했던 장소이기도 합니다. 이원순 마티아 주임신부님이 영광이라며 흔쾌히 미사 장소도 제공해주시고 미사 집전도 직접 해주시니 너무나 감사하고 영광입니다.
▲저는 대전고 졸업 후 서울대학과 서울대 대학원을 마친 뒤 프랑스로 유학을 갔는데요. 스위스의 도미니크수도원인 후리불 수도원에서 사제서품을 받았습니다. 신부님들이 사제서품 받고 50년이 되기 전에 돌아가시는 분들이 많은데 저는 50주년 금경축 미사를 드리게 됐으니 감개무량하고 감사할 일이지요. 저희 집안은 하느님을 모르는 집안이었는데 제가 신부가 된 이후로 부모님께 영세를 드렸고 제 동생들도 모두 가톨릭신자가 되었습니다. 그렇게 반세기가 흘렀으니 가슴이 벅차지요. 지금 빛섬갤러리 관장을 맡고 있는 김계중 누이동생과 한남대 명예교수 김억중 동생에게 첫 번째로 영세를 주고 그 다음에 부모님께 영세를 드렸죠.
동생들은 제 삶이 동생들의 삶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고 말합니다. 예술에 눈을 뜨게 해줬고, 유럽에 가서 공부할 수 있는 비전을 보여주었다고 해요. 제가 장남인데 신부가 되어 대전과 서울, 프랑스를 오가며 예술가로 활동할 수 있었던 일 자체가 기적이고 감사한 일입니다.
▲저는 지금부터 60년 전에 젊은 화가였을 뿐입니다. 가톨릭 신앙이 뭔지 몰랐습니다. 신학생을 지망하는 아이들 배움터인 소신학교에서 미술교사를 할 때 학생들의 총명하고 착한 모습을 보면서 제자들 덕분에 가톨릭 신자가 되어 유럽으로 떠나게 되었습니다. 충청도의 5남매 집안 장남인데 차마 신학교 간다는 말을 할 자신이 없었습니다. 저는 연못에서 놀지 말고 바다로 풍덩 뛰어들어 헤엄쳐가자는 마음으로 유럽으로 떠나게 된 거죠. 제가 열심히 수도생활하고 신학공부해서 사제서품을 받고 갈 수 있으려면 어머니와 집에 알리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때는 우리나라에 해외에서 전화하기가 어려울 때라 수도 생활에 굉장히 많이 도움이 됐습니다. 6년 동안 한 번도 집에 들키지 않았지요(하하하).
제가 귀국하던 날, 그 때만 해도 친지들이 환송하러 많이 나오던 시절인데요. 사제가 된 제 모습을 보면 어머니가 충격 받으실까봐 수도복을 가방에 넣고 넥타이를 매고 나타나니 저더러 결혼하라고 난리가 났죠. 5남매 중 장남인데 어머니에게 며느리를 보여드리지 못하는 불효를 저질렀죠.
그 이후 대흥동 성당 김영원 신부님 도움으로 부모님께 세례를 드리는 은총을 받았습니다.
▲예, 제 동생 건축가 김억중 한남대 명예교수와 함께 두 형제의 오랜 꿈을 담은 빛섬 갤러리 트윈을 개관했는데요. 이 갤러리는 건축, 음악, 서적 등 다양한 문화가 어우러지는 복합적인 문화 교류의 장이 될 것입니다. 빛섬갤러리 트윈은 작고 소박하지만 화가인 저와 건축가인 동생의 오랜 꿈을 이루어낸 장소입니다. 저는 동생이 지역을 대표하는 건축가로 성장할 수 있도록 이끌었고, 동생은 저로 하여금 인생의 역작을 남길 수 있도록 창작 환경 조성과 작품 관리 등 저의 매니저를 자처하며 도와주고 있습니다. 어쩌면 빈센트 반 고흐와 그의 동생 테오가 아름다운 형제애를 나누었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을 듯한데요. 저는 고흐보다 더 복이 많은 게 동생 세 명이 모두 저의 매니저입니다. 김억중 교수와 전 대전대 김항중 교수 두 동생 외에 김계중 누이동생이 빛섬갤러리 관장을 맡아 저를 도와주고 있으니 얼마나 복이 많은 건지요.
각자의 길을 올곧게 걸어왔던 저희 두 형제는 ‘아름다움이 세상을 구원하리라’는 도스토예프스키의 경구를 가슴 속에 새기며 창작에 매진해 왔습니다. 세상 속에 밝고 따뜻한 빛으로 전해졌으면 하는 ‘접화군생(接化群生: 만물과 접하면서 조화된다)’의 열망으로 이루어진 결과물입니다. 이를 기반으로 빛섬갤러리 트윈은 향후 백제권 빛섬갤러리 투어루트를 완성해 지역 문화예술과 경제에 구체적으로 기여하는 ‘지역상생프로젝트’를 선도하고자 합니다.
▲예. 제 스테인드글라스 중심 작품 초대전을 하게 되었습니다. 저와 동생들은 2월1일부터 3월31일까지 이 곳 샤또 드 샹보르에 기거하면서 전시 준비 작업을 할 것입니다. 프랑스 샹보르성은 르네상스시대에 유명했던 성입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설계한 계단이 유명하지요. 관광객이 연 15만 명 이상 찾는 곳인데요. 과거의 예술작품만 보는 것이 아니라 현대 예술작품들도 초대해 함께 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것입니다. 전시 오프닝 때는 듀오 ANU 팀인 제수씨 김미영 바이올리니스트와 김정열 기타리스트의 축하연주가 예정돼 있습니다. 공식 초청장이 300명에게 보내질 것입니다. 전시는 3월29일부터 8월31일까지 하게 됩니다.
저는 오늘 이 자리에서 꼭 약속을 드리고 싶은 5가지가 있습니다.
첫번째는 악을 멸하고 시기, 질투, 모함이 없는 사람으로 사는 것입니다.
세번째는 기도하는 것입니다. 자나 깨나 숨 쉬듯이 늘 기도하며 하느님을 기쁘게 해드리는 것입니다.
네번째는 인색하지 않고 후하게 사는 것입니다.
제가 가장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딱 한가지가 있다면 50년 동안 단 하루도 미사를 거른 일이 없다는 점입니다.
제 건강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됐죠. 만약 병원에 입원해 있었다면 미사를 매일 드리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대담, 정리 한성일 편집위원(국장) hansung007@
▲1940년 충남 부여 출생. 1960년 대전고 졸업. 1962년 국전 특선. 1963년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 졸업. 1965년 대한민국 민전 1회 대상. 1967년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대학원 졸업. 1969~1976년 스위스 후리부르 대학, 파리 가톨릭대학 수학. 1974년 도미니크수도회 사제서품. 2010년 프랑스 문화예술공로훈장 Officer 수훈. 2016년 프랑스 아카데미 가톨릭 회원 추대.
1975년부터 파리에서 거주 이후 2023년 공주시 정착. 한국 카이스트 초빙석학교수(2022년부터 현재). 스위스 ‘Le Matin’ 세계 10대 스테인드글라스 대표작가 선정. 프랑스 앙베르 <Passage KIM Enjoong>. 프랑스 이수아르 <김인중 상설전시관>. 프랑스 정부 문화예술 공로훈장 오피시에 수훈. 샤르트르 대성당 등 유럽 45곳 스테인드글라스 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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