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73-화합시대] 비빔밥 혼연일체 일순위 보건의료 직역…"전문성 살리되 유연한 협력 필수"

[창간73-화합시대] 비빔밥 혼연일체 일순위 보건의료 직역…"전문성 살리되 유연한 협력 필수"

의정갈등 6개월 넘어서며 직역 논쟁 가세
환자에게 연속적 의료제공 위해 협력 필수
모호한 업무범위 갈등 낳고 변화에 뒤처져

  • 승인 2024-09-01 12:00
  • 신문게재 2024-09-02 4면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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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기관 직역갈등을 조정하고 전문성과 유연성을 발휘하는 노력이 요구된다. 사진=중도일보DB
위급한 환자가 병원에 도착했을 때를 상상해보자. 환자 상태를 확인하고 채혈이나 검진이 이뤄지면서 필요한 의료서비스가 판단되고 그에 맞는 보건의료 인력과 장비가 다시 순차적으로 환자에게 도달한다. 일련의 과정에 하나라도 단절이 발생한다면 환자 건강 회복에 적신호가 켜진다. 여러 단계의 의료와 돌봄이 연속적으로 이뤄질 때 환자가 건강을 회복할 수 있는데, 지금 우리의 보건의료 상황은 어떤가. 의과대학 증원 정책 추진 이후 전공의들이 집단 사직하면서 표면에는 의정갈등이 드러났지만, 수면 아래에는 역할과 권한을 향한 의료계 직역갈등도 깊은 골짜기를 이루며 위태롭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보건의료 직역의 전문성은 살리면서 환자를 향해 비빔밥처럼 어우러지는 상호협력 방안을 찾아본다. <편집자 주>



의대 입학정원을 2000명 증원하는 정책에 반발해 전공의들이 집단 사직하면서 벌어진 의사단체와 정부 간의 갈등이 6개월을 넘어섰다. 지역·필수의료를 살린다는 명분으로 의대 입학정원 증원 필요성을 강조했으나, 전공의와 의과대 학생들이 증원 부당성을 주장하며 집단 사직과 휴학을 감행하면서 의료공백을 빚고 있다. 전공의들이 정부의 '증원 백지화' 등을 요구하며 돌아오지 않고 있어 당분간 공백 해소는 어려울 전망이다. 세종충남대병원은 매주 목요일 응급실 문을 닫거나, 일부 시간만 환자를 받는 실정이고, 충북대병원에서도 응급 당직근무 체제를 정상적으로 유지하지 못하고 있다. 이번 의정갈등에서 의과대학 학생들도 복귀하지 않아 내년에 배출되는 의사도 감소해 의료인력 확충에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내년 의사 국가고시(국시) 실기시험에 원서를 낸 의대생이 159명(5%)에 그쳤다. 신규 의사 배출에도 비상이 걸린 것으로 의사 공급이 끊기면, 대형병원 전공의가 줄고 전문의 배출도 늦어져 의료 공백도 커질 수 있다.

임정혁 대전시의사회장은 "정부는 최대한 전공의와 의대 휴학생들이 복귀할 수 있도록 의대증원 정책을 원점 재검토해 사태를 수습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직역간 역할 정하는 공식적 절차 필요

의료법은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의사·치과의사·한의사·조산사 및 간호사를 의료인으로 분류하고 면허로 정해진 업무만 하도록 했다. 그러나 이 법에는 각 의료인이 어떤 의료행위를 할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지 않다. 또 간호, 간호조무사, 물리치료사, 방사선사, 보건의료정보관리사, 약사, 응급구조사, 임상병리사 등 보건의료 직역에 면허자격에 대한 업무 범위부터 상호 업무조정과 협업체계 구축은 어느 것도 쉽게 풀리지 않았다. 복지부는 법원 판례와 법 유권해석을 토대로 직역별 업무 범위를 판단하면서 시간이 오래 걸리고 개별 사안마다 판단이 달라지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최근 논란 중심에 선 PA(Physician Assistant)로 활동하는 간호사의 법적 근거를 마련한 '간호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으나, 구체적 역할을 정립하는 데에 의사단체 반발 등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하다. PA간호사 업무범위와 적정한 간호 인력 기준, 구체적 교육수련은 차후에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도록 함으로써 이를 새롭게 규정하는 과정 내내 의료계 갈등은 계속 분출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와중에 일부 중소병원에서는 방사선사는 물론 간호사나 간호조무사가 심장초음파를 하고, 간호조무사가 간호사의 업무를 대신하는 경우도 전해진다. 지방에서 의사는커녕 간호사나 의료기사도 부족해지면서, 일상적이며 환자 안전에 크게 위해를 가하지 않는 업무를 간호사와 의료기사에 위임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보는 시선이 제기되는 이유다. 다만, 환자에게 효율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전문적으로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 공통점을 만들 수 있느냐가 문제가 되고 있다. 의사 지도 없이 물리치료 가능 여부 그리고 응급구조사 업무에 심전도 측정과 채혈 추가 여부는 여전한 쟁점이다.

보건의료계 관계자는 "보건의료 직역별 상호 협력을 모색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어 이를 조정하고 협력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 마련이 요구된다"라며 "협력을 통해 환자를 돌보는 보건의료 직역 간의 충돌은 환자에게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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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의대 정원에 반발한 학생들이 집단 휴학하면서 대전 서구의 한 의과대학이 적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중도일보DB)
▲환자중심 직역조정 요구 활발

의사 외 다른 직역 교육 수준과 전문성도 과거에 견줘 높아졌고, 의료법 규율 범위를 넘어선 의료기관 밖 의료수요가 늘어나는 등 상황 변화를 제때 적정하게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여론이 있다. 현실에서는 직역 간 업무를 칼로 베듯 엄밀히 나누기 어렵고, 보건의료인 수가 부족한 현실에서 상호대체가 가능할 때 병원 운영과 환자 돌봄에 효율적인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위급한 환자를 중심으로 보면, 증상에 따라 여러 단계의 의료와 돌봄이 연속적으로 이뤄져야 건강 회복이 가능한데, 분절된 직역 간 상호협력을 끌어내야 국민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의미다. 이를 위해 업무 범위를 정하는 공식적이고 투명한 절차를 마련하자는 제안이 나온다. 특히, 의료서비스가 공급자 중심으로 진행되어 온 것에 대한 반성과 더불어 공급자 중심 아니라 수요자 중심의 서비스로 개편하는 방안에 대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전문성을 확보하고 향후 늘어날 의료수요에 대처하려면 수요자 의료서비스 욕구에 맞는 전달체계가 필요하다는 것. 선진국에서는 공급체계를 개편해 보건의료 직능을 세분화하는 추세로 다만, 직능단체 등 기득권자들의 이해조정은 쉽지 않은 현실을 경험하고 있다. 의료계는 수많은 직역간의 현안을 마주하고 있어 하나의 정책을 수립할 때 다양한 직역들과의 타협이 필요한 사안이다. 서로 중첩되는 업무를 구체적으로 조정하며 진료지원의 업무를 갈등 없이 확충하는 중재 기구가 없는 상태에서 직역 단체들의 갈등으로만 치부됐다. 직역 간 갈등을 줄이고 상호협업하는 체계를 구축해 환자를 중심에 두는 의료체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과제가 주어졌다.

▲국회에 의료법안 논의 이어져

의사·간호사·약사·간호조무사 등 보건의료인력 별 면허권한에 따른 업무범위를 조정·심의하는 별도 위원회를 신설하는 내용의 법안이 추진 중이다. 보건의료인력지원법 일부개정안은 의사와 간호사, 약사, 간호조무사, 임상병리사, 물리치료사 등 보건의료인 간 면허권과 업무범위를 놓고 때때로 혼란이나 갈등이 발생했을 때 이를 해소하기 위해 보건의료인력 업무조정위원회(이하 업무조정위)를 신설하는 내용을 담았다. 업무조저위 논의 과정에서 직역 갈등이 심화될 우려가 있다는 평가와 함께 전문성·중립성이 결여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도 의료 현장에서 발생하는 갈등을 방지·해소할 수 있는 구체화 논의가 한층 진전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밖에 지역별 의료격차 해소를 위한 공공보건의료대학·지역의사 양성 법안 등 보건복지 분야 법안이 잇달아 국회에 상정돼 심의되고 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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