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73-화합시대] 안필용 "대한민국 정치, 이제는 대결에서 통합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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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73-화합시대] 안필용 "대한민국 정치, 이제는 대결에서 통합으로"

[특별기고] 안필용 CDS 정치아카데미 원장

  • 승인 2024-09-01 12:00
  • 수정 2025-09-03 13:49
  • 신문게재 2024-09-02 2면
  • 송익준 기자송익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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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필용 원장
최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발표한 '사회통합 실태진단 및 대응방안-공정성과 갈등 인식' 보고서가 충격적이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자 중 92.3%가 진보와 보수사이의 갈등이 심각하다고 보았다. 2018년 조사 때의 87.0%보다 5.3%포인트 상승했다. 응답자의 절반 이상인 58.2%가 정치 성향이 다른 사람과 연애·결혼을 할 수 없다고 했다. 정치 성향이 다르면 친구·지인과의 술자리를 할 수 없다고 답한 사람은 33.0%였다.

일반적으로 경제적 불평등이 초래하는 갈등을 더 심각하게 생각해 왔는데, 이념갈등을 더 심각하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먹고사는 문제에서 느끼는 불안과 불평보다 이념을 더 중요시 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 사회의 대결 분위가가 그 만큼 더 거세다는 것을 표현한 것이다. 더 문제는 생각이 다르면 대화하지 않는다는 것은 통합의 가능성을 떨어트린다는 점에서 더 심각한 문제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우선은 정치적 대결구조가 만들어낸 결과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정치와 선거는 국민들의 생각을 대변하는 과정이라고 이해되기 보다 대결과 복수의 구조를 갖게 되었다. 민심의 반영이라기보다 심판이 더 우선하는 것이다. 그 결과 국회는 무한 대결의 장이 되어가고 있고, 강성지지자를 만족시키기 위해 정치인들은 선명성 경쟁에 몰입하게 되고, 말과 행동이 더 거칠어 진다.

물론 국민의 요구를 대변하지 못하는 정권에 대해 투표를 통해 심판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과정일 것이다. 지난 4월 총선에서 윤석열 정권의 심판의 바람이 거세게 불었고, 그 결과 야당계열은 190석 이상을 얻었다. 정부와 여당은 게센 민심에 고개를 숙이는 듯 했지만, 잠시 뿐이었고, 변화는 없었다. 국회는 더 거칠어지고, 대결의 구조는 더 고착되고 있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지난 대선에서 0.75% 차이는 양 지지자들을 더욱 극렬하게 만들었고, 같은 당에서조차 대결과 복수의 구조를 만들었다. 윤석열 정권은 검찰권력을 통해 이재명 전 대표를 범법자 프레임으로 묶어 재미를 봐왔다. 윤석열 대통령의 선거슬로건은 '공정'이었다. 그러나 부인 김건희씨의 문제에서 대통령은 너무 '박절'하지 못했다. 공정이 무너졌다. 책임지지 않는 정부에 국민들이 화가 많이 났다. 이제 대결은 윤석열 대통령을 탄핵할 수 있는가로 집중되는 듯하다. 이 과정에서 극렬 지지자들은 각각의 진영에 정치주체의 중심이 되었다.

강성 지지자들의 결속을 다지기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순혈주의적 정통성을 부여하는 주장이 난무하고 있다. 당대표 선거를 마친 국민의 힘이나, 민주당 모두 강성지지자를 당의 중심에 놓겠다는 주장을 얼마나 강하게 하느냐가 당선의 주요 요인이 되었다. 이제 여야에서 대화와 타협을 주장하는 정치인은 '배신자' 프레임에 정치의 미래를 장담할 수 없다. 중도성향의 정치인들은 입을 다물거나 이런 문화에 편승하거나 정치를 떠날 수 밖에 없다. 이 상황을 지켜보는 국민들은 상황을 매우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 한국보건사회연구소의 보고서를 통해 나타난 것이다.

진보인지 보수인지 선택을 강요하는 사회분위기가 매우 강하게 자리잡으면서 국민들은 '누구편' 인지 물어보고 대화할지를 선택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그러나 우리 국민들은 모두 진보와 보수를 선택한 것이 아니다. 자신을 진보주의자 또는 보수주의자라고 주장하는 국민은 대략 40% 정도라고 보여진다. 진보와 보수 안에는 또 극좌와 극우로부터 온전한 진보와 보수주의자까지 스펙트럼이 다양하다. 대략 60% 정도의 국민은 중도형이다. 그렇다면 갈등은 진보와 보수의 갈등이 아니라 선택을 강요하는 구조의 문제이다.

나는 진보주의자인가? 또는 보수주의자인가? 이 문제는 간단치 않다. 사회의 모든 분야에서 일관되게 진보적 입장 또는 보수적 입장을 취할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자유는 우리 인류가 너무나도 소중한 가치로 추구해왔던 문제이다. 그러나 이 자유는 진보적 가치이면서 보수적 가치로 이용되어 왔다.

진보와 보수는 절대적 가치로서 옳고 그름의 평가 대상이 아니다. 인간은 모든 면에서 편향적 주도성을 갖을 수 없다. 즉 상대적 가치를 가지고 산다. 그런면에서 인간은 다양성을 가진 존재라고 한다. 정치는 그런 인간들이 모여 사회적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수단이다. 따라서 정치에서 기준은 옳고 그름이 아니라 다양성이어야 한다. 다양성이 발현되지 못하는 민주당과 국민의 힘 두 정당의 구조가 문제의 핵심일 수 있다. 강성지지자, 팬덤이 문제라는 것이 아니라 자기 주도 정치보다 그런 강성지지자에게 업혀가야 한자리라도 할 수 있는 구조, 그래서 그것을 강화하는 쪽으로 가려는 고민 없는 정치인이 문제이고 이들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갈등이 구조가 문제인 것이다.

어떻게 풀 것인가? 결국 답은 정치에 있다. 정치가 먼저 움직이지 않으면 해결할 수 없다. 승자독식의 단순다수투표제가 대결을 부추기는 구조이기 때문에 선거제도에 다양성을 반영하려는 시도도 필요하다. 정당은 군대조직이 아니기 때문에 성분검사를 통해 순혈주의자를 찾기 보다 다양한 국민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 있는 유연한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마침 양당이 최근 대표를 새로 뽑았다. 변화를 모색해 볼 수 있을까?

/안필용 CDS(충대세) 정치아카데미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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