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대 대전시의회 의원 일동. |
내전을 방불케 한 원구성 과정에서 쌓인 앙금과 불신이 의원단 사이에 가득해서다. "이젠 누구도 믿을 수 없다"는 한숨 섞인 말까지 나올 정도로 무너진 의원들 간의 신뢰를 회복하고, 이를 넘어 단순 봉합이 아닌 대화합을 이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대전시의회는 17일 운영위원장을 끝으로 후반기 원구성을 매듭지었다. 운영위원장 선출은 그동안 원구성 과정에서 겪은 갈등에 마침표를 찍는 순간이었다. 당초 운영위원장 선거는 다시금 국민의힘 의원들이 두 쪽으로 갈린 당론파와 비당론파 간 충돌의 장이 될 뻔했다. 하지만 민경배 의원의 후보 등록 철회로 이용기 의원이 단독 출마했고, 이 의원도 의원 대다수로부터 고른 지지를 받아 운영위원장에 올랐다.
원구성 결과를 뜯어보면 나름의 구색은 갖췄다. 비당론파에서 의장(조원휘)과 산업건설(송인석), 행정자치(정명국), 교육(이금선) 위원장을, 당론파에서 운영위원장(이용기)과 제2부의장(황경아), 복지환경(이효성) 위원장을 가져가면서 양측이 어느 정도 균형을 유지했다. 제1부의장엔 더불어민주당 송대윤 의원이 선출돼 소수당 배려와 협의 상징성도 갖고 간 게 사실이다.
그러나 보이는 결과일 뿐 내부적으론 상처가 크다. 원구성 과정에서 당론파와 비당론파의 거센 충돌은 서로를 향한 증오와 적개심을 더욱 키웠다. 양보 없이 합의를 강요하고, 공개적으로 의원직 사퇴를 요구하는 등 합의점을 찾기보단 양극단만을 향해 달려갔다. 권력을 좇는 줄서기와 계파 이탈도 서슴없이 벌어져 서로가 서로를 믿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모 의원은 "9대 의회 의원이란 소속감과 연대감, 동료애가 없어졌다"고 했다.
당장 비상설 상임위원회 구성을 둘러싼 갈등이 심상치 않다. 예산결산특별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은 물론 이들 상임위 배속을 위한 의원들의 동상이몽과 계파별 수싸움이 다시 시작된 것이다. 특히 윤리위원회는 성추행 의혹으로 피소된 송활섭 의원에 대한 징계를 놓고 다시 충돌 조짐을 보이는 중이다.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복수의 의원들이 노리고 있다. 이 자리는 20석으로 의회 절대다수인 국민의힘 의원단을 대표해 내부 조율과 당과의 관계를 총괄한다. 현재 국민의힘 의원들 간의 신뢰 회복이 급선무인 만큼, 다음 원내대표의 역할이 더욱 막중한 상황이다. 때문에 사심 없이 원내대표직을 수행할 적임자를 경쟁 없이 합의 추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위태로운 의원단의 신뢰 관계는 후반기 의정 성과와 직결할 수밖에 없다. 의원 개개인이 하나의 입법기관으로서 기능한다지만, 지금과 같은 분위기가 이어진다면 결국 의원들의 의정활동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얘기다. 그렇기에 조원휘 의장이 적극적인 화합 행보에 나서 분위기 쇄신을 주도해야 한다는 주문도 늘고 있다.
또 다른 모 의원은 "치열했던 원구성은 이제 접어두고 의회와 의원 본연의 역할에 충실할 때"라며 "그러기 위해선 먼저 의원들 사이에 팽배한 불신을 걷어내는 게 우선이다. 후반기 원구성 이전 상태로 완벽하게 돌아갈 순 없겠지만, 의원 개개인의 관계는 물론 의회를 위해서라도 모두가 화합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익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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