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대 대전시의회 의원 일동. |
끝 모를 권력다툼으로 시민 대의기관으로서 신뢰도가 추락하고 스스로 의회 위상과 권위를 실추시키는 지금의 파행 사태를 의원들의 손으로 끝낼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의회는 10일 제280회 임시회 2차 본회의를 열어 후반기 의장·부의장 선거를 진행한다. 앞서 국민의힘 당내 경선에서 의장 후보로 선출된 김선광 의원에 대한 투표가 진행됐지만, 찬성과 무효표가 11 대 11 동률을 이뤄 선출이 무산된 바 있다. 역대 의회마다 되풀이된 후반기 원구성 파행이 9대 의회에서도 결국 재현된 것이다.
사실 파행은 예견된 일이었다. 의장 후보를 중심으로 국민의힘 의원단이 양분돼 격렬한 세(勢) 싸움이 불가피했고, 이 과정에서 양측이 강하게 충돌해 조율의 여지조차 남지 않은 극한 상황으로 치닫고 말았다. 의회 안팎에서 원만한 원구성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음에도 의원들은 기대와 달리 아예 새판을 짰다.
재공고 결과가 이를 증명한다. 8일 의장 후보 등록을 마감한 결과, 모두 6명(박종선·이병철·박주화·송인석·조원휘·이재경)이 신청해 의장 선거가 복마전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다. 다자간 대결은 의원들의 생각이 각자 동상이몽이고 경우의 수도 많아 가변성이 높다. 때문에 마지막까지 권력다툼에 몰두하는 모습이 민낯으로 드러날 수밖에 없다.
지금 구도에선 계파 구분도 무의미하다. 일각에선 당론파와 비당론파에서 3명씩 출마한 점을 주목하지만, 계파와 무관한 의원들의 독자 행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일단 후보별로 표가 분산돼 결선투표까지 갈 가능성이 크고 투표 과정에서 이합집산도 얼마든지 벌어질 수 있다. 그렇게 선출된 의장은 완벽한 대표성을 갖추기가 어렵다.
그럼에도 의장 선출을 더 이상 늦춰선 안 된다는 여론이 다수다. 이미 의회 신뢰도는 땅에 떨어진 상태다. 역대 의회의 원구성 악습을 답습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뒤집은 지 오래고 시민 기대에 역행하는 권력다툼으로 의회 위상과 권위를 스스로 실추시키고 있다는 비판 또한 거세다. 파행 사태가 장기화되면 9대 의회는 이미지에 치명상을 입게 된다.
빠른 수습에 더해 후반기 의회상을 보여줘야 한다는 주문도 나온다. 이번 의장 선출 과정에서 계파싸움과 각종 정치적 계산만 있었을 뿐 자질경쟁은 사실상 없었다. 의회 역량 강화를 위한 토론은 전무하고 의장 출마에 대한 공개적인 기자회견도 한 차례에 불과했다. 그런 만큼 후반기 의회 운영의 목표를 제시하고 '의회상'을 정립할 필요가 있다.
모 시의원은 "우리 의회에 대한 지역사회의 실망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며 "그저 송구스러운 마음이다. 조속히 원구성을 완료하고 의원들 간 단합과 화합을 통해 후반기 의회가 시민들을 위해 다시 전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송익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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