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70대 초등학교 당직실무원 근무 중 숨져… 열악한 처우 재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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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70대 초등학교 당직실무원 근무 중 숨져… 열악한 처우 재조명

  • 승인 2024-01-07 17:20
  • 수정 2024-01-08 08:48
  • 신문게재 2024-01-08 6면
  • 임효인 기자임효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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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5일 오후 10시께 대전의 한 초등학교 당직실에 불이 켜져 있다. 임효인 기자
대전의 한 초등학교에서 근무 중이던 70대 당직실무원이 숨지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학생들이 돌아간 뒤 빈 학교를 지키는 이들의 열악한 근무조건과 처우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7일 대전교육청 등에 따르면 대전 서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근무하던 당직실무원 A씨가 1월 3일 사망했다.

A씨는 2023년 12월 31일 주말 근무 중 인근 기관에서 실종된 장애아동을 찾기 위해 학교를 돌던 중 강당계단에서 쓰러졌다.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지만 끝내 숨졌다. A씨는 해당 학교에서 4년간 근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전교육청 당직실무원 채용공고에 따르면 해당 직종은 65세가 정년이지만 A씨는 이미 70세가 넘은 나이에 이 학교서 근무하기 시작했다. 교육청 공고에서 모집 인원이 미달돼 당직실무원 배치가 안 됐을 땐 학교장이 직접 기간제 계약직을 채용할 수 있는데 A씨가 이에 해당한다.



대전교육청은 2023년 4월 교육공무직 10개 직종을 공개 채용했다. 당시 당직실무원은 모집인원은 348명이었지만 채용한 인원은 106명이 그친다. 근무시간에 비해 턱없이 적은 임금 때문에 지원한 인원이 현저히 적었던 것이다.

교육청이 낸 모집공고에 따르면 당직실무원은 야간과 휴무일에 학교와 기관 시설물을 경비한다. 주 24시간 격일제 근무며 감시·단속적 근로로 분류된다. 감시·단속적 근로는 일반 근로자에 비해 감액 적용할 수 있고 주휴일 부여, 연장근로나 휴일근로 가산수당이 없다.

2023년 4월 공고에 안내된 당직실무원의 급여 수준은 2022년 보수표 기준인 시간당 8937원이다. 대전교육청은 해당 안내는 예시며 추후 최저임금을 소급해 지급한다고 설명했지만 최저임금을 반영해도 실제 학교에 머문 시간에 비해 실제 손에 쥐는 돈은 적은 현실이다.

통상 평일엔 학교가 끝난 오후 4시 30분쯤 근무를 시작해 다음 날 아침까지 이어지지만 16시간가량 일터에 머물러도 상당수 시간이 휴게시간으로 분류돼 돈을 받지 못한다. 2023년 12월 노사 협의를 통해 기존 근로시간 6시간·휴게시간 10시간에서 근로시간 7시간·휴게시간 9시간으로 돈을 받을 수 있는 근로시간이 소폭 늘어난 것이 그나마 개선된 부분이다.

현재 대전 공립 유·초·중·고와 특수학교·직속기관 256곳에서 당직실무원을 두고 있다. 초등학교 143곳, 중학교 66곳, 고등학교 33곳, 직속기관 9곳 등이다. 이 밖에 일부 민간투자를 통해 건립된 학교(BTL) 10곳은 개별운영하고 있으며 7곳은 무인경비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교육감과 직접 계약한 교육공무직, 학교장이 채용한 기간제 계약직, 민간업체 소속의 외부 인력 등 각각 상황이 다르다 보니 사각지대도 존재한다. 특히 민간업체가 자본을 투입해 건설한 학교는 자체적으로 당직실무원을 고용해 운영하고 있어 상황이 더 열악할 수 있다. 교육청의 관리·감독 시야에 벗어나 있기 때문이다.

실제 대전의 한 초등학교에서 근무하는 민간업체 소속 70대 당직실무원 B씨는 2교대가 이뤄지는 대부분 학교와 달리 혼자서 365일 근무하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2016년 발표한 감시·단속적 근로자의 근로시간 및 휴게시간 구분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학교 당직근로자는 공휴일에 24시간을 초과해 사업장에 체류하는 경우가 있으나 대체인력 등을 활용해 근로자의 장시간 체류를 방지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B씨는 평일 오후 4시 30분마다 출근해 다음 날 아침까지 근무하고 주말엔 하루종일 학교를 지킨다. B씨는 "학교마다 상황이 다를 텐데 이 학교는 나 혼자만 일한다"며 "평일은 집에서 밥 먹고 오면 되는데 주말은 낮에 자리를 비울 수 없으니 배우자가 밥을 나르고 있다"고 말했다.

B씨는 또 업무 강도가 높지는 않지만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이 긴 데 비해 자신이 받는 임금이 턱없이 적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직장생활을 하다 정년 후 아파트 경비로도 일했던 B씨는 "벌써 몇 년 전인데 당시엔 격일 근무를 했는데도 200만 원은 넘었다"며 "지금 여기는 근무 시간이 비해 너무 적다. 150만 원도 안 된다"고 말했다.

대전교육청 관계자는 당직실무원 처우 개선을 위한 노사 협의를 지속하고 있으며 이번에 숨진 A씨에 대해선 동종 재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대전교육청 관계자는 "사고사례를 전파하고 전 직원을 대상으로 넘어짐 사고 예방 안전수칙을 교육하겠다"며 "유가족에 산재처리와 관련해 안내했다"고 말했다.

또 "올해부터 당직실무원 가족수당을 지급하기로 했다. 기존에 없던 것인데 처우개선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임효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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