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과학기술계에 따르면 조성경 차관은 12월 12일 대전에서 열린 '대덕이노폴리스포럼' 발표자로 나서 R&D 카르텔 사례 8개를 공개했다.
조 차관은 '대한민국에 R&D 카르텔은 존재하는가'라는 PPT 소제목 아래 '출연연이 기업체에 사업을 주고 사업의 일부를 출연연이 지정한 교수에게 주는 편법', '출연연 등이 해당기관 출신 교수들에게 특혜 제공을 위해 과제를 주는 경우', '출연연이 수년간 내용은 거의 동일하나 제목을 바꿔가며 연구를 지속하는 경우', '기술이전과 관련해 기술가치 평가 이전 기술이전료 협상을 한 후 일부 금액을 개인적으로 지원받는 경우'라고 언급했다. 이중 출연연이 수년간 비슷한 내용으로 제목을 바꿔가며 연구를 지속한 사례에는 한국원자력연구원이라고 기관 명칭도 함께 공개했다.
조 차관은 또 '뿌려주기식 용역 확대로 연구여력이 없는 교수들에게 연구비 지급', '예타기획이나 보고서를 쓸 수 있는 역량이 미비판 중소기업 브로커가 이를 대행해 주고 성공보수와 착수보수를 받는 경우', '연구재단 등에서 과제 기획을 할 때 특정 분야 특정 기술을 연구하는 집단의 수요를 받아 과제 제안서 자체를 그 연구실만 할 수 있도록 작성하는 경우', '선정평가를 할 때 평가자와 피평가자가 입을 맞춰 평가 분위기를 한쪽으로 몰아가는 경우'가 R&D 카르텔이라고 지적했다.
조 차관은 이날 발표가 부처의 공식 의견은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과학기술계는 믿지 않거나 중요하지 않다는 분위기다. 부처 차관이 사적인 자리가 아닌 과학기술인 200명가량을 앞에 두고 한 발언이라는 점에서 부처의 공식 입장인지 여부는 본질이 아니란 해석이다.
과학기술계는 2024년 국가 R&D 삭감 사태 이후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과 조성경 1차관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R&D 과제를 관리·감독하는 부처 차원의 책임은 회피한 채 R&D 삭감의 원인을 현장 연구자들 문제로 돌리는 태도 때문이다. R&D 예산안 삭감 후 현장 반발과 야당의 R&D 회복 요구에도 불구하고 부처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데 대해서도 현장 반발이 거셌다.
20일 극적으로 2024년 본예산이 국회 문턱을 넘은 가운데 하루 전인 19일에도 전국공공연구노동조합(연구노조)은 '연구현장 외면하는 조성경 차관 사퇴가 답'이라는 성명을 냈다.
연구노조는 조 차관의 12일 카르텔 사례 발표와 관련해 "차관의 입에서 나왔다고 믿기에는 말문이 막히고 절망스러운 내용"이라며 "조 차관이 대통령 발언을 합리화하기 이해 인위적으로 만들어 제시한 카르텔의 실체에 대해서는 일일이 거론할 가치도 느끼지 못한다. 극히 일부 사례를 마치 연구현장에 만연한 것처럼 과장해 이야기하는 것도 대단히 부적절히 보인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제시한 사례들이 예산을 삭감하면 어떻게 해소될 수 있는지도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임효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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