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교육청이 일선 학교에 배포한 공문 |
14일 대전교육계에 따르면 빈대 예방과 자체점검을 실시하라는 대전교육청의 공문이 최근 일선 학교에 뿌려졌다.
대전교육청은 11월 8일 일선 학교에 '빈대 확산에 따른 방제방법 및 자체점검 실시 안내'라는 제목의 공문을 발송했다. 해당 안내는 교육부 공문을 학교에 전달한 것으로 공문에는 최근 국내 기숙사 등 다중이용시설에 빈대가 출현하는 사례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어 자체 점검을 실시해 발견 시 즉시 보고하라는 내용이다.
이 같은 공문을 전달받은 학교는 빈대로 인한 고충보다 더 큰 혼란을 겪고 있다. 해당 업무를 누가 할 것인지를 놓고 보건교사와 교직원 간 갈등이 생기면서다.
전국보건교사노동조합(전국보건교사노조)은 빈대 점검과 예방·홍보 강화 교육이 학교 방역이나 질병 예방 교육과 연계돼야 할 일이냐며 해당 업무를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코로나19 당시 전염병이 퍼지지 않도록 하는 방역과 방충·방제는 다르다며 시설관리 측면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학교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은 보건교사들이 업무를 담당하되 소독 등 조치는 행정실이 함께하는 형태가 적합하다는 입장이다. 채정일 대전교육청공무원노동조합 노조위원장은 이날 중도일보와의 통화에서 "아이들이 빈대에 물리게 되면 보건교사가 이게 빈대인지 아닌지 학교에서 일차적으로 확인하고 그 이후 행정실이 소독 등 조치를 하는 형태로 업무를 할 텐데 현재는 (보건교사들이) 업무를 안 받겠다고 하고 있다"며 "업무 분장에 대해 답답한 부분을 교육청에 얘기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교육청이 명확하게 정리를 해 주면 되는데 학교장 권한이라고만 하니까 답답하다"고 말했다.
대전교육청공무원노조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교육청이 노노 갈등을 유발하고 있다며 명확한 업무 분장을 요구했다.
채정일 위원장은 "교육청이 모르면 교육부에 물어보고 현장에 알려줘야 하는 것 아니냐"며 "두루뭉술하게 보내 놓고 학교가 알아서 하라고 방치하면 결국 학교 내 조직원끼리 싸움 붙이는 것밖에 안 된다"고 말했다.
해당 공문을 학교에 발송한 대전교육청 체육예술건강과는 기존 공무원노조에 전달한 대로 업무 분장은 학교장 권한이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대전교육청 체육예술건강과 관계자는 "업무 분장은 학교장이 하게 돼 있다"며 "학교마다 사정도 다 다르기 때문에 일일이 이건 누가 해야 한다고 보낼 수 있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교육청이 두 노조를 중재할 계획에 대해서 묻자 "중재를 어떻게 하냐. 쉽지 않다"고도 답했다.
보건교사노조와 공무원노조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고 교육청도 사태 수습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서 학교 현장의 학생들만 빈대에 노출돼 있다. 임효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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