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대전 유성구 한국전자통신연구원에서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감사위원들이 수감기관에 질의를 하고 있다. 이성희 기자 token77@ |
이날 오전부터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대전 본원서 열린 과방위 국감은 한국연구재단을 비롯해 KAIST(한국과학기술원) 등 4대 과기원과 출연연구기관 등 53개 기관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21대 국회 마지막 국정감사의 화두는 단연 2024년도 국가 R&D 삭감이었다. 더불어민주당 윤영찬 의원은 예산 삭감 과정이 졸속으로 진행된 부분을 지적하며 국제협력 과제를 발굴하는 과정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윤 의원은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가 출연연에 보낸 메일을 보면 금요일 저녁 7시 56분에 메일을 보냈는데 이걸 10시까지 회신 보내달라고 했다"며 "두 가지 메시지인데, 하나는 구조조정이고 하나는 국제협력과제 중심으로 추가 과제를 발굴해 달라는 두 가지였다. 두 시간 동안 할 수 있는 것이냐"고 지적했다.
윤석열 정부가 강조하는 글로벌 과제 발굴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윤 의원은 "글로벌 과제를 발굴해야만 예산을 준다고 하니 모든 출연연이 해외 연구자들과 어떤 식으로든 연줄을 찾아 애걸복걸하는 상황이 벌어졌다"며 "'슈퍼 을'이 돼서 우리와 하자고 하는데 왜 우리 연구자들이 자존심이 무너져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지인을 찾아서 연구 협업을 해야 하는데 이런 것들이 이권카르텔 아니냐"고 따졌다.
더불어민주당 조승래 의원은 대덕특구 출범 50주년이지만 R&D 삭감으로 인한 현장 분위기를 전달했다. 조 의원은 출연연과학기술인협의회총연합회(연총)가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인용하며 "R&D 삭감이 비효율을 개선하고 R&D다운 R&D를 하기 위한 구조조정이란 말에 95%가 반대하고 있다"며 "연구 중단이나 축소를 가져오고 고용을 더 어렵게 하며 이공계 기피 현상 심화와 과학기술생태계가 무너질 것이라는 데 96%가 동의했다"고 전했다. 해당 설문조사엔 4446명이 참여했다.
조 의원은 "박정희 대통령이 어려운 시대 과학기술 입국을 하겠다고 50년 전 연구단지 만들면서 해외에 있는 연구자들 애국심에 호소했다"며 "사람은 인정받을 때 일하는데 지금 과학기술 출연연, 연구계가 인정받는다고 생각하냐"고 지적했다.
R&D 삭감으로 연구현장이 겪을 여러 상황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의원은 기초과학연구원(IBS)이 강원도 정선에 두고 있는 우주입자연구시설 운영에 대해 우려를 제기했다. 이 의원은 "연구그룹이 5개에서 10개가 되고 순간 소비전력이 200㎾에서 500㎾가 되고 일일 출입인력도 15명에서 30명으로 늘어난다"며 "(기존) 7억 5000만 원이었던 걸 10억 원으로 만들었던 것 같은데 7억 1000만 원으로 삭감됐다. 전기료가 2억 6400만 원이었는데 여기서 29, 30%가 줄면 1억 8800만 원이고 365일 중 260일만 가동해야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누가 봐도 불합리하고 잘못된 삭감의 전형적인 예다. 광산안전법에 저촉될 가능성이 있고 연구시설안전법 저촉이 틀림없다"며 "어떤 예산이라도 줄여서 사고가 일어난다면 중대재해처벌법에 위배될 가능성이 높다. 돈을 더 주지 못할망정 잘못 삭감해서 범법과 위법에 방치되거나 이걸 넘어 실제로 사고 위험에 노출시켜서 되겠냐"고 지적했다.
윤영찬 의원은 "성공적인 연구를 위해서는 장비를 많이 써야 하는데 방사광가속기부터 해서 전기요금 문제가 계속 나오고 있다. KISTI의 슈퍼컴퓨터, 방사광가속기, 중이온가속기, 핵융합실험로 이런 문제가 모두 전기료 문제 때문에 가동이 일부 중단되거나 늦춰지는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며 "눈 뜨고 나니 후진국이라고 전기세 때문에 장비를 못 돌리고 그것 때문에 사람을 줄여야 하는 이런 문제는 나오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조성경 과기정통부 1차관은 "전기요금 문제는 충분히 해결할 수 있고 해결하도록 하겠다"며 "아직 벌어지지 않은 일이고 이 부분은 걱정 안 해도 된다"고 답했다.
이날 국감에선 우주항공청을 둘러싼 논란에 대한 상당한 질의도 나왔다. 추가질의를 포함해 10회 이상 거론됐다. 주요 쟁점은 우주항공청에 R&D 기능을 부여할 것인지 여부다. 직접 영향을 받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하 항우연)과 한국천문연구원(이하 천문연)은 현재 NST 산하에서 우주항공청 소관기관으로 직제를 개편하고 R&D를 수행하는 방안을 요구했다.
이상률 항우연 원장은 "우주항공청 설립에 적극 찬성하고 모든 직원도 우주항공청 설립을 원한다"며 "우주항공청이 R&D 기능을 수행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R&D를 항우연에 한 덩어리로 넣어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항우연과 천문연을 현 체계로 두면서 우주항공청이 R&D를 수행하는 방안이 아닌 항우연과 천문연을 우주항공청 산하로 두는 데 찬성한다는 것이다.
조승래 의원은 "그동안 정부와 여당이 (소관기관으로 두는 방안에 대해) 거부한 상태서 별도의 R&D 기능을 직접 수행하겠다고 하고 100명은 행정 전담 공무원, 200명은 연구를 한다고 해서 논의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자 장제원 의원이 조성경 과기정통부 1차관에게 소관기관으로 두는 것을 거부했냐고 묻자 조 차관은 "한 번도 거부한 적 없다"며 "처음엔 들어오지 않겠다는 의견을 받아서 존중해서 썼고 항우연과 천문연이 우주청 밑으로 가겠다고 표명했고 그 부분에 대해선 수용한다. 단 지금은 우주청이 설립돼 있지 않아 받을 기관이 없기 때문에 합의문에 쓰고 우주청이 설립되면 바로 이것부터 논의하겠다고 했다"고 했다. 임효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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