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8월 9일 경기도 의정부시의 호원초에 고인이 된 교사를 추모하는 화환이 줄지어 놓여 있다. 연합뉴스 |
22일 교육계에 따르면 2021년 12월 사망한 의정부 호원초 이영승 교사에 대한 순직 결정이 내려졌다. 10월 18일 인사혁신처 공무원재해보상심의회는 숨진 교사가 학부모들로부터 받은 지속적인 악성 민원을 업무상 재해로 인정했다.
이 교사는 이른바 '페트병 사건'으로 알려진 악성 민원에 시달렸다. 2016년 수업 중 학생이 패트병을 자르다 다친 후 학부모는 학교안전공제회로부터 보상금을 지급받고도 교사에게 치료비를 요구했다. 교사는 8개월간 50만 원씩 사비로 치료비를 제공해야 했다.
경기도교육청 조사 결과 또 다른 악성 민원도 있었다. 자녀의 장기 결석 문제와 관련해 교사와 메시지를 주고받는 과정에서 400여 건에 달하는 메시지를 교사에게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임태희 경기교육감은 20일 자신의 SNS를 통해 "학부모들의 지속적인 민원으로 인한 업무상 재해로 인정해 준 공무원재해보상심의회의 결정에 감사하다"며 "이런 비극적인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스스로 목숨을 끊은 교사에 대한 순직이 인정된 사례는 극히 드물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임호선 의원이 인사혁신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8년 10월부터 2023년 6월까지 접수된 순직 신청 20건 중 업무상 인과관계가 인정돼 순직을 인정받은 건 3건에 그친다.
인사혁신처 공무원재해보상심의회의 이번 결정으로 그동안 악성 민원에 시달리다 숨진 교사들의 순직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대전용산초 교사사망 사건처럼 악성 민원 정황과 교사가 받은 정신적 고통이 분명할 땐 순직 인정을 기대할 수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현재 유족들은 순직 신청을 위한 준비 단계에 있다. 순직 처리 절차는 유족이 대전교육청에 신청서를 제출하면 교육청이 공무원연금공단으로 순직을 신청하고 조사를 거쳐 인사혁신처로 이송돼 공무원재해보상심의회를 열어 판단하는 순서다. 대전교육청 관계자는 "지역에선 유사 사례가 없지만 유족이 서류를 제출하면 적극적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20일 공무원재해보상심의회의 결정에 대해 환영 입장을 밝히며 이영승 교사 외에 숨진 교사들에 대해서도 순직 인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교총은 "누구보다 교육에 헌신하고 제자를 사랑했기에 그만큼 더 괴롭고 견딜 수 없었음을 당국은 깊이 살펴야 한다"며 "학생 지도와 과도한 민원, 극심한 업무 스트레스가 원인임이 분명한 만큼 반드시 순직을 인정해 달라"고 촉구했다. 임효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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