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보호한다더니, 지원 문턱 높아… 교원배상보험 '유명무실'

  • 사회/교육
  • 사건/사고

교사 보호한다더니, 지원 문턱 높아… 교원배상보험 '유명무실'

대전교육청 '교육배상책임보험' 통해 교권침해 교사 지원
가입 교사 7만 8000여명, 보상 인원은 3명… 실효성 논란
교보위로부터 교권 침해 인정 받아야… 소송 당해야만 지원

  • 승인 2023-09-11 16:53
  • 신문게재 2023-09-12 1면
  • 김지윤 기자김지윤 기자
유족
학부모의 악성민원으로 극단적 선택을 한 대전 초등교사 A씨의 유족들이 9월 8일 오전 A씨가 재직하던 유성구의 한 초등학교 교실에서 영정사진을 들고 있다.
교권 침해를 당한 교사를 보호하고 지원할 수 있는 장치가 있음에도 실제 현장에서는 제대로 작동되지 않아 교육청 교권 보호 대책이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악성 민원으로 인해 극단적 선택을 한 대전 초등교사가 당시 학교나 교육청의 도움을 못 받은 채 모든 재판 과정을 홀로 감내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시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11일 지난 7월 작성된 초등교사노조의 교권 침해 사례 모집에 따르면 숨진 교사 A씨는 학부모로부터 아동학대를 받은 뒤 검찰 조사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는 10개월 동안 고군분투 한 것으로 기록됐다.

악성 민원이나 무분별한 무고성 아동학대 신고 등으로 고통받는 교사를 보호할 제도가 있지만 대부분의 교사는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다.



대전교육청은 교권의 교육활동을 보호하기 위해 민간보험사와 '교육배상책임보험'을 체결하고 있으나 지원을 받은 교사는 극히 드물다.

대전 교원배상책임보험 운영 현황을 보면 약 7만 8000여 명의 교사가 보험에 가입돼 있지만 2018년부터 2023년까지 보상을 받은 인원은 단 3명뿐이다.

시·도교육청에서 지원하는 해당 보험에 대한 실효성 문제는 꾸준히 제기돼 왔다.

현재 대전과 경기, 경북, 부산 등 일부 교육청은 소송비나 상담비 및 치료비를 지원받기 위해서는 '교권보호위원회(교보위)'를 통해 교권 침해 결정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해당 체제로 인해 교사들의 교권 침해를 인정받기 위한 문턱이 너무 높다. A씨의 사례처럼 학교측에 교보위 개최를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거나, 교보위 과정에서 역으로 아동학대로 신고하는 경우가 생겨 이를 피하는 등 여러 이유로 제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대전의 한 초등교사는 "혹시 일이 커질까 겁을 먹거나 교보위를 담당하는 교사들에게 피해를 준다는 부담감 등 내부적인 분위기 요인을 받는다"라며 "이 외에도 학생이나 학부모가 교보위의 결정 사항을 이행하지 않더라도 이를 강제할 수 없어 실제 현장에서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가까스로 교보위로부터 교권 침해를 인정받더라도 보험 지원 대상자가 되지 못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해당 보험은 소송을 당한 교사를 대상으로 하고 있는데, 실제로 교권 침해의 사유는 소송 외에도 폭언과 폭행 등 다른 원인이 있는 현장의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교육계는 학교안전공제회를 통한 지원을 요구한다. 보장에 한계가 명확한 민간보험을 지양하고 교권 침해 초기부터 분쟁 조정까지 원스톱으로 교사를 도울 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는 것.

교육부는 "학교안전공제회 등에 보험 위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교원지위법 개정을 추진 중"이라 밝혔다. 대전교육청도 "내년부터 학교안전공제회를 통해 교사를 보호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지윤 기자 wldbs1206112@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세종시 50대 공직자 잇따라 실신...연말 과로 추정
  2. [취임 100일 인터뷰] 황창선 대전경찰청장 "대전도 경무관급 서장 필요…신종범죄 강력 대응할 것"
  3. [사설] 아산만 순환철도, ‘베이밸리 메가시티’ 청신호 켜졌다
  4. [사설] 충남대 '글로컬대 도전 전략' 치밀해야
  5. 대전중부서, 자율방범연합대 범죄예방 한마음 전진대회 개최
  1. [현장취재]한남대 재경동문회 송년의밤
  2. 대전시주민자치회와 제천시 주민자치위원장협의회 자매결연 업무협약식
  3. 조원휘 대전시의회 의장 "대전.충남 통합으로 세계 도약을"
  4. 천안시의회 김영한 의원, '천안시 국가유공자 등 우선주차구역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안' 상임위 통과
  5. 현대프리미엄아울렛 대전점, 중부권 최대 규모 크리스마스 연출

헤드라인 뉴스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자영업으로 제2의 인생에 도전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정년퇴직을 앞두거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자신만의 가게를 차리는 소상공인의 길로 접어들기도 한다. 자영업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나 메뉴 등을 주제로 해야 성공한다는 법칙이 있다. 무엇이든 한 가지에 몰두해 질리도록 파악하고 있어야 소비자에게 선택받기 때문이다. 자영업은 포화상태인 레드오션으로 불린다. 그러나 위치와 입지 등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아이템을 선정하면 성공의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에 중도일보는 자영업 시작의 첫 단추를 올바르게 끼울 수 있도록 대전의 주요 상권..

행정통합, 넘어야 할 과제 산적…주민 동의와 정부 지원 이끌어내야
행정통합, 넘어야 할 과제 산적…주민 동의와 정부 지원 이끌어내야

대전과 충남이 21일 행정통합을 위한 첫발은 내딛었지만, 앞으로 넘어야 할 산도 많다는 지적이다. 대전과 충남보다 앞서 행정통합을 위해 움직임을 보인 대구와 경북이 경우 일부 지역에서 반대 목소리가 나오면서 지역 갈등으로 번지고 있는 모양새다. 대전과 충남이 행정통합을 위한 충분한 숙의 기간이 필요해 보이는 대목이다. 대전시와 충남도는 21일 옛 충남도청사에서 대전시와 충남도를 통합한 '통합 지방자치단체'출범 추진을 위한 공동 선언문을 발표했다. 대전시와 충남도는 1989년 대전직할시 승격 이후 35년 동안 분리됐지만, 이번 행정통..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