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의 악성민원으로 극단적 선택을 한 대전 초등교사 A씨의 유족들이 9월 8일 오전 A씨가 재직하던 유성구의 한 초등학교 교실에서 영정사진을 들고 있다. |
최근 악성 민원으로 인해 극단적 선택을 한 대전 초등교사가 당시 학교나 교육청의 도움을 못 받은 채 모든 재판 과정을 홀로 감내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시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11일 지난 7월 작성된 초등교사노조의 교권 침해 사례 모집에 따르면 숨진 교사 A씨는 학부모로부터 아동학대를 받은 뒤 검찰 조사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는 10개월 동안 고군분투 한 것으로 기록됐다.
악성 민원이나 무분별한 무고성 아동학대 신고 등으로 고통받는 교사를 보호할 제도가 있지만 대부분의 교사는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다.
대전교육청은 교권의 교육활동을 보호하기 위해 민간보험사와 '교육배상책임보험'을 체결하고 있으나 지원을 받은 교사는 극히 드물다.
대전 교원배상책임보험 운영 현황을 보면 약 7만 8000여 명의 교사가 보험에 가입돼 있지만 2018년부터 2023년까지 보상을 받은 인원은 단 3명뿐이다.
시·도교육청에서 지원하는 해당 보험에 대한 실효성 문제는 꾸준히 제기돼 왔다.
현재 대전과 경기, 경북, 부산 등 일부 교육청은 소송비나 상담비 및 치료비를 지원받기 위해서는 '교권보호위원회(교보위)'를 통해 교권 침해 결정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해당 체제로 인해 교사들의 교권 침해를 인정받기 위한 문턱이 너무 높다. A씨의 사례처럼 학교측에 교보위 개최를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거나, 교보위 과정에서 역으로 아동학대로 신고하는 경우가 생겨 이를 피하는 등 여러 이유로 제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대전의 한 초등교사는 "혹시 일이 커질까 겁을 먹거나 교보위를 담당하는 교사들에게 피해를 준다는 부담감 등 내부적인 분위기 요인을 받는다"라며 "이 외에도 학생이나 학부모가 교보위의 결정 사항을 이행하지 않더라도 이를 강제할 수 없어 실제 현장에서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가까스로 교보위로부터 교권 침해를 인정받더라도 보험 지원 대상자가 되지 못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해당 보험은 소송을 당한 교사를 대상으로 하고 있는데, 실제로 교권 침해의 사유는 소송 외에도 폭언과 폭행 등 다른 원인이 있는 현장의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교육계는 학교안전공제회를 통한 지원을 요구한다. 보장에 한계가 명확한 민간보험을 지양하고 교권 침해 초기부터 분쟁 조정까지 원스톱으로 교사를 도울 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는 것.
교육부는 "학교안전공제회 등에 보험 위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교원지위법 개정을 추진 중"이라 밝혔다. 대전교육청도 "내년부터 학교안전공제회를 통해 교사를 보호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지윤 기자 wldbs1206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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