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72주년] 총선 때마다 중심잡은 충청, '중용'의 정치실현

[창간72주년] 총선 때마다 중심잡은 충청, '중용'의 정치실현

  • 승인 2023-08-31 23:02
  • 신문게재 2023-09-01 6면
  • 송익준 기자송익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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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대 국회의원 선거를 일주일 앞둔 8일 대전오월드에 투표참여를 독려하는 선거조형물이 설치돼 눈길을 끌고 있다. 이성희 기자 token77@
국회의원 총선거는 선거의 꽃이다. 국회가 대한민국을 움직이는 권력의 중추이기 때문이다. 국민의 투표로 선출되는 국회의원 300명은 저마다의 입법권을 갖고 의정활동을 펼치면서 여야(與野)로 나눠 정부를 견제 또는 지원한다. 그렇다면 2000년 이후 치러진 역대 총선에서 충청의 민심은 어땠을까? 충청은 정국의 변곡점으로 꼽히는 총선 때마다 균형을 잡았다. 때론 적극적인 투표 행위로 존재감을 드러냄과 동시에 현 정치권에 경종을 울리기도 했다. 단순 몰아주기가 아닌 견제와 균형, 중용의 정치를 실현해온 것이다.



이런 가운데 22대 총선이 다가오고 있다. 2024년 4월 10일 치러지는 22대 총선은 또 다른 변곡점이다. 전국적으론 윤석열 정부의 중간 심판 또는 국정 동력 여부가 판가름 난다. 충청 입장에선 이번 총선을 통해 지역의 민심을 바로 전할 수 있는 기회로 꼽힌다. 중용의 정치로 현대 정치사 발전에 기여한 충청의 민심이 갖는 의미는 남다르다. 그동안 치러진 총선에서 나타난 충청의 민심과 선택, 그리고 22대 총선에서의 역할 등을 짚어본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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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16대 총선=16대 총선은 지역정당인 자유민주연합(자민련)의 몰락으로 압축할 수 있다. 자민련은 15대 총선에서 충청을 석권하고 대구·경북과 강원도에서 선전하면서 50석의 제3당으로 올라섰다. 하지만 16대에선 대전 3석, 충남 6석, 충북 2석. 경기 1석, 비례 5석 등 17석을 얻는 데 그쳤다. 충청에서 나름 선방했다고 볼 수 있지만, 충청이 자민련의 정치적 기반임을 생각하면 꼭 그렇다고 할 수도 없다.

결국 충청정당을 표방한 자민련에 대한 지역민들의 실망감이 16대 총선에서 고스란히 드러난 결과로 분석된다. 반면 새천년민주당은 대전 2석, 충남 4석, 충북 2석 등 충청 상륙작전에 성공한다. 한나라당은 대전에서 1석, 충북에서 3석을 얻었다. 이때 희망의한국신당에서 충남 보령·서천 지역구를 가져갔는데, 자민련을 탈당해 신당을 만든 김용환 후보가 여기서 당선됐다.

▲2004년, 17대 총선=17대 총선은 열린우리당의 압승으로 대표된다. 대전(6석)과 충북(8석)은 지역구 의석을 모두 여당인 열린우리당에 몰아줬고 열세 지역이던 충남에선 5석을 건지는 데 성공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 소추를 밀어붙인 야당들에 대한 심판론이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동정 여론과 함께 국정운영의 연속성과 안정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충청의 판단은 선거 전체 결과로도 나타났다.

탄핵 역풍을 맞은 야당들의 성적표는 초라했다. 한나라당은 홍성·예산에서 홍문표 의원이 약 10%p 격차로 이긴 것을 제외하면 충청에서 성과가 전혀 없다. 자민련도 세(勢)가 강했던 대전을 내주고 충남서 4석을 보전했다. 17대 총선으로 열린우리당은 충청에서의 기반을 확실히 넓혀나갔고 자민련은 사실상 몰락이 가속화됐다. 특히 자민련은 비례대표 득표에서도 한나라당에 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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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대 국회의원 선거를 하루 앞둔 14일 대전 유성구 한밭대 체육관에 마련된 개표소에서 선관위 직원과 운영요원, 참관인들이 분류기 시연을 하고 있다. 이성희 기자 token77@
▲2008년, 18대 총선=18대 총선은 자유선진당의 선전으로 요약할 수 있다. 자유선진당은 자민련의 몰락으로 부재가 된 충청정당의 기치를 다시 내세워 18대 총선에 나섰다. 그 결과, 총 18석을 얻어 20석이 기준인 원내교섭단체 지위 획득에는 실패했지만, 충청에 뿌리를 내리는 데 성공했다. 자유선진당은 대전 5석, 충남 8석을 획득했으나, 충북에선 1석을 얻는 데 그쳤다.

자유선진당의 선전을 두곤 지역정당에 대한 욕구보단 선진당 소속으로 출마한 지역 유명 인사들의 지지세가 작용했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자민련의 급속한 몰락으로 지역정당 부재에 따른 문제를 느낀 지역민들의 민심이 작용한 측면이 없진 않다. 또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바로 치러진 '허니문' 선거였음에도 여당인 한나라당에 충청은 1석만 내줬다. 통합민주당도 대전과 충남서 각각 1석, 충북서 6석에 그쳤다.

▲2012년, 19대 총선=19대 총선은 거대양당의 충청 양분화가 시작된 선거다. 제2의 충청정당을 표방한 자유선진당이 충남서 3석을 얻는 데 그치면서 몰락한 반면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은 충청권 대부분을 서로 양분했다. 특히 충청에서 유독 약했던 새누리당이 19대 총선에선 대전 3석, 충남 4석, 충북 5석을 얻으면서 제대로 자리를 잡았다.

'MB 심판론'을 내세운 민주통합당은 대전 3석, 충남 3석, 충북 3석을 가져가면서 기반을 지켰고 첫 국회의원 선거가 치러진 세종에도 깃발을 꽂았다. 애초 보수정당인 새누리당과 자유선진당의 경쟁으로 보수 표심 분열이 예상돼 민주당의 선전이 전망됐으나, 지역민들은 새누리당에 압도적 지지를 보냈다. 비례대표 득표율도 새누리당 36.92%, 민주통합당 32.38%, 자유선진당 14.71%를 기록했다. 자유선진당은 이후 새누리당과 흡수·합당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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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대 국회의원 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된 15일 대전 서구선거관리위원회에서 직원들이 예비후보들의 서류를 점검하고 있다. 이성희 기자 token77@
▲2016년, 20대 총선=20대 총선은 거대양당이 충청을 확실하게 양분화한 선거였다. 새누리당은 대전 7석 중 3석에 그쳤으나, 충남 6석, 충북 5석을 얻어 선방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대전 4석, 충남 5석, 충북 3석을 획득해 약진했다. 대전의 경우 유성과 서구는 민주당, 원도심인 동구와 중구, 대덕은 새누리당이 가져가는 정치 구도가 다시 발현됐다.

충남은 더불어민주당의 선전이 눈에 띄었다. 자유선진당을 흡수한 새누리당의 강세가 예상됐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천안과 아산, 논산·계룡·금산, 당진 등에서 승리를 거둬 충남에서 지지세를 넓히는 계기를 만들었다. 대전은 4 대 3, 충남은 6 대 5로,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이 절묘한 균형추를 맞춘 셈이었다. 세종은 친노(친노무현) 좌장인 이해찬 전 의원이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증을 거머쥐었다. 이후 복당하며 세종도 더불어민주당의 세력권에 들었다.

▲2020년, 21대 총선=21대 총선은 더불어민주당의 압도적 승리로 기록된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은 동서로 양분된 대전 7개 지역구를 모두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기존 4곳의 지역구는 수성하고 미래통합당의 3곳을 뺏어온 결과였다. 민주당이 대전 전 지역구를 석권한 건 2004년 17대 총선 이후 두 번째다. 그동안 균형추를 맞춰온 대전 표심이었지만, 이번엔 현 정권에 동력을 실어줘야겠다는 국정 안정론이 발휘된 것으로 분석된다.

민주당은 2개 지역구로 나눠 치러진 세종에도 모두 깃발을 꽂았다. 다만 충남과 충북은 아슬아슬한 균형을 유지했다. 충남은 민주당 6석, 미래통합당 5석, 충북은 민주당 5석, 미래통합당 3석으로 구성됐다. 충남에선 문재인 정부 인사들이 대거 출사표를 던졌지만, 미래통합당 소속 현역 의원들에게 고배를 마셨다. 역시 보수 민심이 강세를 보였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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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본청과 의원회관 전경. 사진=국회 제공
▲2024년, 22대 총선은 충청의 숙제이자 기회=2024년 4월 10일에 치러지는 22대 총선은 지역 입장에서 숙제인 동시에 기회다. 충청은 역대 총선마다 절묘하게 정당정치의 균형을 맞췄다. 그 결과, 지역정당과 제3당의 성공 가능성을 보여주는가 하면 이들을 직접 심판해 지금의 양당정치가 자리를 잡도록 돕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현대 정치사 발전에 중대하게 기여한 것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충청의 위상은 영남과 호남에 비해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지역 출신 대통령을 배출하지 못한 데서 오는 한이 '충청대망론'으로 여전히 표출되고 있고 선거 과정 중에는 '캐스팅보트'라며 한껏 띄우지만, 총선을 치른 뒤엔 중앙 정치권의 관심 밖으로 밀려나는 일이 되풀이되고 있다. 실제 충청은 영호남과 비교했을 때 중앙으로부터 전폭적인 지원을 받지 못하는 형편이다. 고위직 인사부터 지역 현안과 예산 지원 등 상대적으로 열악하다. 충청은 다른 지역과 달리 투자 대비 효과가 떨어진다는 인식이 퍼져있는 결과다.

실제 2022년 말 방위사업청 이전예산 삭감 논란은 여야를 떠나 지역 정치권의 현주소를 여실히 드러낸 결과였다. 방사청 이전이 대전의 주요 현안이었음에도 해당 상임위 수도권 여당 의원들의 반대로 예산이 삭감된 건 지역의 수치다. 물론 나중에 예산이 부활했지만, 예산 부활의 공을 서로 가져가려는 여야의 모습은 지역 입장에선 실망일 수밖에 없다. 충청의 염원인 세종의사당 건립 역시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그런 만큼 22대 총선은 우리에게 숙제이자 기회다. 이번 총선을 충청의 위상 강화와 지역발전의 전기를 만드는 계기로 만들 수 있다. 당장 대전에 특별자치시 법적 지위를 부여하는 이른바 '대전특별법' 제정이 준비되고 있다. 21대 국회에서 통과되면 좋겠지만, 반대의 경우도 준비해야 한다. 지역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 넣어줄 2차 공공기관 이전과 도심융합특구, 세종의사당도 이번 총선과 얽힌 과제다.

그렇다고 특정 정당에 표를 몰아줘야 한다는 얘기가 아니다. 22대 총선에 각별한 관심을 두고 지역을 향한 애정을 표로 보여주자는 얘기다. 작금의 상황은 충청 정치가 꽃을 피울 조건이기도 하다. 충청 정치가 가진 견제와 균형, 중재와 조율의 능력이 발휘되기 좋은 환경이다. 실리를 쫓되, 명분을 잃지 않는 충청만의 실용적인 접근 방식도 마찬가지다.

이제는 선거마다 주입됐던 '캐스팅보트' 역할을 떠나 정국 중심에서 균형을 잡을 때다. 흔히 총선은 전국적 이슈로 치러진다는 정치권의 분석이 있다. 이와 달리 충청만은 지역을 우선시하면서 견제와 균형을 이루는 중용의 정치가 다시 한 번 실현되길 바라본다.

송익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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