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금에서 은으로 종목을 바꾸었다. 수익이 금보다 훨씬 좋았기 때문이다. 수익이 좋은 대신 '은' 가격은 요동을 쳤다. 베팅이 크다 보니 1원만 떨어져도 하루 수억 원을 날리기도 했고, 따기도 했다. 도박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18일 부여경찰서에 접수된 피해 금액 70억 원은 받지 못한 배당금, 배당금에 더해진 원금 등이 합쳐진 것이다. 실제로 투자 원금은 이보다 훨씬 적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까지가 본지가 가족을 통해 취재한 주요 내용이다. 본지는 집중 취재를 위해 수차례에 걸쳐 연락해 18일 취재 약속을 얻어냈지만, 약속 장소에 B의원 대신 가족 2명이 나와 자세한 내용을 설명했다. 아래 내용은 가족들의 말을 토대로 작성했다.
◆ R보석 A씨가 투자를 빙자해 받은 금액과 잔고는 얼마
취재에 응한 가족은 대략 60억 원 가까이 돌려주지 못했고, 남은 돈은 거의 없다고 했다. 자세하게 설명해 달라는 질문에 A씨가 지난 3년간 굴린 돈은 400억 가까이 되고, 원금과 배당금, 이자 등에 340억 원을 썼고, 60억 원은 돌려막는 용도로 사용했다고 전했다.
◆잔고가 없다면 투자자들은 원금을 날린 것이나 마찬가지
가족들은 A씨 부부가 감당하기 힘든 액수지만 책임을 통감하고 사실관계가 확인되면 처한 상황에서 모든 것은 감내하고, 책임을 회피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B군의원이 지난해 선거 때 재산 신고 금액은 13억 여 원이다. 이 금액은 공시지가로 산정돼 실거래 가격과 차이는 있지만 은행 대출 등을 감안하면, A씨가 주장하는 60억 원을 갚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본격적으로 A씨 부부를 소환해 조사하면 정확한 피해 금액이 나오겠지만, 사실상 원금은 날린 것이나 마찬가지다.
지난 18일까지 부여경찰서에 접수된 건수는 38명에 70억 원에 달한다. 적게는 190만 원에서 많게는 15억 원에 이른다. 단순하게 계산하면 1명당 1억 8400만 원이다.
70억 원이 끝이 아니다. 아직 접수되지 않은 금액과 가족 등이 투자한 금액을 합치면 피해 금액은 눈덩이처럼 늘 것으로 보인다. 익명을 요구하며 밝힌 한 공무원은 체면을 생각해 고소장을 내지 않은 공무원들도 있고, 남편 몰래 투자한 여성들도 많다고 했다.
◆왜 그리 많은 돈이 증발이 됐을까?
금테크에서 은으로 종목을 바꾸면서 투자 규모가 커졌다고 가족들은 말했다. 지난 4월 은값이 폭락하자 원금과 이자를 달라는 지인들이 많아 자금 압박이 시작됐고, 7월 또다시 폭락하자 벼랑으로 몰렸다고 대답했다. 올해 투자를 빙자해 받은 돈은 대부분 돌려막기에 사용했다고 덧붙였다. 은의 경우 1원이 떨어져도 하루 수억 원을 잃게 되고, 시간이 지날수록 살인적인 배당금이 더해지면서 피해 금액이 커졌다고 했다.
실제로 A씨는 한 달에 10부가 넘는 배당금을 약속했고 원금도 보장했다. 1억이면 한 달에 1000만 원이다. 소문이 퍼지자 일부 투자자도 생겨났고, 이 과정에 회유와 거짓말도 인정했다. 하지만 남편 B군의원의 개입은 절대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남편인 B의원은 정말 몰랐다고 취재에 응한 가족들은 재차 강조했다. 자취를 감춘 지난 14일 오전에 투자자 3명이 집으로 찾아와 원금과 배당금을 요구해 결국 동생을 통해 자신이 운영하는 R보석의 금과 은을 내줬다고 했다. 이날 일로 남편이 알게 됐다고 전했다. B의원은 오전에 일어난 일들을 아내에게 따져 물었고, 50∼60억 원을 변상해야 한다는 말에 극단적인 선택을 해야 한다며, 오후에 같이 집을 나갔다고 말했다. CCTV에 증거는 고스란히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가족들은 또 B의원의 권위와 재력을 믿고 안심 투자도 있을 수 있겠지만, 개입은 절대 없었다고 밝혔다. 경찰 수사 과정에서 조금이라도 개입된 증거가 나오면 모든 책임을 지겠다고 B의원은 전했다.
하지만 위에서 언급한 권위와 재력 등을 비춰볼 때 투자자들이나 군민들에게 설명력은 부족하다. 경찰 조사가 나와야만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언제쯤 모습을 드러내 진실을 밝힐까?
경찰이 부르면 주저 없이 나갈 예정이고, 모든 처벌을 감수하겠다고 전했다. 왜 투자자들이나 군민들 앞에 나와 사과를 않는지에 대해서는 "사죄하고 싶지만, 섣불리 나타나면 더 혼선이 빚어질 것 같아 경찰 조사를 기다리고 있다"면서 우선 도의적인 책임을 지기 위해 의원직을 내려놨다고 했다.
취재에 응한 가족들은 A씨 부부가 극단적인 선택을 할까 두렵다고 했다. 이어 A씨 부부는 잠도 안자고 자차로 여기저기 이동하고 있다며, 경찰이 잡자면 근방 체포할 수 있기 때문에 도피는 아니라고 했다. 경찰의 소환을 대비해 휴대전화기도 켜 놓았다고 했다.
하지만 지난 18일 오후 부여경찰서에서 광역수사대로 사건이 넘어갔고, A씨 부부에 대한 계좌 추적도 이뤄지지 않아 소환은 다소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시간이 지날수록 의혹과 피해 규모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18일까지 접수된 고발장과 피해금액은 70억원...휴일 지나면 더 늘 듯
지난 18일까지 부여경찰서에 접수된 고발장은 38건에 70억 원이 넘는다. 이 금액은 원금과, 배당금, 이자 등이 포함됐고, 사건은 충남 광역수사대로 넘어갔다. 휴일을 감안하고, 체면을 생각해 고발장을 접수하지 못하고 고민하고 있는 피해자를 감안할 때 그 금액은 100억 원까지 근접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아직 자취를 감춘 A씨의 계좌추적도 못한 상태에서 A씨를 섣불리 경찰이 소환할 수 없다. 넉넉잡아 일주일은 소요될 것으로 보여 윤곽은 빠르면 다음 주 후반이면 알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계좌를 추적해도 현금거래는 입증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여 이 기간 동안 부여군은 술렁일 것으로 보인다.
부여=김기태 기자 kkt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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