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나 절차는 사람을 위해 있는 것이다. 긴급 사전조사로 갈음한 것이 신속한 피해 지원을 가능하게 했다. 실제 피해 복구가 빠른가는 물론 별개 사안인 것 같다. 2022년 11호 태풍 힌남노 때의 울산 울주 피해복구율이 66.7%(7월 기준)에 그친 게 그러한 예다. 지연된 공사가 진행 중인 곳은 그렇다 치고 여태 복구 설계 중인 곳이 있다. 응급복구만 해놓은 지역이 재차 피해를 겪어도 당연시될 정도다. 선포할 지역이 더 남아 있는지 살필 이유는 여기에도 있다.
저온피해 지역에 대한 특별재난지역 선포는 쌍수를 들어 환영할 일이다. 수해·산불·화재 등의 시설물 피해에 한정하는 관행을 깼다. 이상저온과 서리 등 냉해 피해에 적용된 것은 자연재난 구호 및 복구 비용 부담 기준과 관련한 최근의 규정 개정 덕이다. 농작물과 가축을 추가해 국고로 지원한다는 틀이 만들어져 만족스럽다. 자연재난으로 농업 기반이 타격이 입었다면 재정적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 그런 점에서 좋은 선례(先例)를 남겼다. 사상 처음이라는 수식어는 그만큼 늦었다는 뜻도 된다.
원론적인 절차만 중시하는 제도는 폐단을 부른다. 재난 예방에 긴급하다면 환경영향평가를 완화해야 타당하다. 복잡한 행정절차를 수반하는 환경영향평가가 긴급대응을 막아서는 안 된다. 재난 예방 비용을 늘려 피해를 줄이면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까지 고려해보길 권한다.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되고도 피해 복구에 미흡한 곳이 많다. 신속·충분한 지원이 아니란 방증이다. 이재민보다는 공공시설 복구에 치중된 지원 제도 역시 고쳐갈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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