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희동 기상청장 |
지구는 산업혁명 이후 인구의 폭발적 증가로 식량 생산을 위한 엄청난 양의 질소비료 사용, 핵실험에 의한 방사능 축적, 동물의 가축화, 공장식 축산 등이 진행되었다. 여기에 더하여 연간 2억 톤의 플라스틱 소비 등 인간 활동의 결과물이 지층에 꾸준히 축적되고 있다. 홀로세 초기인 만여 년 전에는 척추동물 중에 야생동물이 99.9%, 인간과 가축이 0.1%에 불과했으나, 지금은 야생동물이 3%만 남아 인간이 32%, 가축이 65%를 차지하게 됐다. 지구상에서 야생은 소멸 직전에 이르렀다. 이렇게 인간 활동에 의한 기후변화와 환경 오염은 생물 다양성을 파괴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인간 활동은 결국 인류의 생존까지도 위협하고 있다.
지난 3월 승인된 IPCC 제6차 평가보고서 종합보고서에 따르면, 인간 활동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로 전지구 지표 온도가 산업화 이전 대비 1.1℃ 상승했으며, 배출이 지속되면 근미래(2021~2040년)에 1.5℃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절반으로 줄여야 2050 탄소중립 달성이 가능하고, 이를 위해서는 향후 10년간의 기후행동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시급하다. 또한, 환경부는 2019년도 온실가스 총배출량 7억 137만 톤 중 87.2%를 에너지 부문이 차지했고 세부적으로는 공공전기 및 열 생산이 전체의 35.5%였다고 발표했다. 결국, 온실가스 저감을 위해서는 산업 전반에서 에너지 분야의 획기적인 시스템 전환과 전국민적 참여를 통한 전력수요의 감축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와 관련하여 에너지 사용을 줄이면 현금처럼 쓸 수 있는 포인트로 보상해 주는 '탄소중립포인트제'가 2009년부터 시행 중이다. 전기, 수도, 도시가스 사용을 줄이면 과거와 현재의 사용량을 비교해 절감 비율에 따라 포인트를 준다. 작년부터는 녹색생활 실천 분야까지 확대하였는데, 이는 일상에서 전자영수증 발급, 리필스테이션 이용, 차량 공유업체 앱에서 무공해차 대여 등 다양한 녹색생활 실천 활동에 따라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것이다. 그리고 올해부터는 텀블러 등 다회용컵 이용, 일회용컵 반환, 폐휴대폰 반납, 투명 페트병 등 고품질 재활용품 배출 등 4가지 항목을 확대하였고, 환경부는 이를 위해 작년에 24억 5천만 원이던 지급예산을 올해 89억 원으로 대폭 늘렸다.
일상에서 에너지를 줄이는 것은 왜 어려울까? 에너지는 추상적이고, 보거나 만질 수 없다. 실제로 우리가 사용하는 것은 에너지 자체가 아니라 에너지가 제공하는 서비스나 기능이 대부분이다. 그렇기에 에너지 절감은 어떤 에너지 소비 기기를 선택하는가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한전에서는 고효율 가전제품 구매 비용을 10%까지 돌려주는 지원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에너지효율이 1등급인 가전제품을 구입하면 최대 30만 원까지 돌려받을 수 있는데, 이 사업은 5인 이상 대가족, 3자녀 이상, 출산 3년 미만, 장애인, 국가유공자 등 전기요금 복지 할인 가구를 대상으로 지원하고 있다.
우리는 눈앞에서 진행되고 있는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제대로 알 필요가 있다. 하지만 기후변화를 대하는 자세는 '자포자기'가 아닌, 나아질 수 있다는 '희망'과 '노력'이어야 할 것이다. 탄소중립을 실천하고자 하는 개인의 생활 속 기후행동은 작은 행동일 수 있지만, 그 행동들이 모이면 결코 작지 않고 국가가 탄소중립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친다. 기상청은 기후위기를 감시, 분석하고 기후변화에 관한 과학적인 정보를 생산하는 총괄기관으로서, 다양하고 상세한 과학적 근거자료를 생산하고 기후변화 감시, 예측 기능을 강화해 나감으로써 기후행동에 대한 국민적 연대와 확산을 이끌고자 노력할 것이다.
/유희동 기상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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