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수량 증가로 충청권 전체에 산사태 위험 가능성이 높은 만큼 시민 안전 교육, 안내 시스템 강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7일 소방청 자료에 따르면 7월 9일부터 17일 오전 4시까지 집중호우 피해 집계 결과, 총 325건의 토사낙석 피해가 발생했다. 그중 충청권에서는 대전 8건, 세종 35건, 충남 81건, 충북 58건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많은 양의 비가 한꺼번에 내리다 보니 산사태 취약지역이 아닌 곳에서도 인명피해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7월 14일~15일 사이 충남 논산과 청양에서는 산사태로 인한 추모공원 방문객 2명, 주택 매몰로 인한 주민 1명이 숨졌는데, 취재결과 두 지역 모두 취약지역으로 지정된 곳은 아니었다.
산사태 취약지역은 태풍이나 집중호우로부터 주민 보호를 위해 산림보호법에 따라 지정한 산사태 발생 우려 지역이다. 기초조사와 실태조사를 진행한 뒤 전문가로 구성된 산사태 취약지역 지정 심의회를 통해 지정·고시된다. 피해 발생 가능성이 높은 곳이 우선적으로 지정돼 점검과 대비가 이뤄지는데, 충청권에는 현재 대전 511곳, 세종 95곳, 충남 1655곳, 충북 1925곳이 지정돼 있다.
하지만 지난 13일부터 사흘간 충남에 500㎜ 이상의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지면서, 지반이 약해진 탓에 산사태 취약 지역 뿐만 아니라 지역 전체의 피해 가능성이 높아졌다. 피해지인 충남 청양군 정산면의 누적 강수량은 569.5㎜에 달했다.
국립산림과학원 관계자는 "충남과 경북 지역에 띠 형태의 강한 비구름이 형성돼 있다"며 "비가 집중적으로 많이 내리다 보니 현재 언제 어디서는 산사태가 나도 이상하지 않을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이상기후로 강수량 증가와 더불어 피해시기와 지역예측이 어려워지는 상황인 만큼, 재해에 대한 시민 안전교육과 안내 시스템이 보다 강화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현재 산림청은 산사태정보시스템과 모바일 앱, 재난 안내문자 등을 통해 위기경보단계, 산사태 위험지역, 대피소, 행동요령 등을 안내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산사태 예측정보를 기존 24시간에서 48시간 전까지로 확대 제공하고, 산사태 취약 지역의 경우 지역민들에게 추가적인 안내를 제공한다.
하지만 취약지역 외 지역, 외지 방문객에 대한 위험 안내와 시민 대처, 안전 의식 강화를 위한 교육은 여전히 미비한 실정이다.
서정일 공주대 산림과학과 교수는 "정부에서 경계경보문자를 보내고 있으나 산사태 발생으로 피해를 입으신 분들 중에는 지역 거주민도 있지만 외부에서 오신 분들도 있다"며 "이번 피해 현황에서도 알 수 있듯, 경계 피난 태세를 구축하는데, 새로운 시스템이 필요한 시기라고 생각한다. 재난문자가 왔을 때 시민들이 경각심을 갖는 것도 중요한데, 주지하기 위해서는 많은 교육이 이뤄져야 하고 이 부분에 있어서 정부의 투자가 중요하지만 현재 예산은 너무나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정바름 기자 niya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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