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겸 충남대 교육학과 교수 |
여러 사고가 발생함에 따라 정부와 대학에서는 안전 확보를 위한 대비책을 마련하고 있다. 교육부는 대학생 집단연수 시 안전 확보를 위한 매뉴얼과 '대학 실험·실습실 사고통계 및 예방 가이드'를 배포하고 CCTV 증설 및 순찰을 강화했다. 대학에서는 지역 경찰서와 협력하여 대학생 순찰대를 정기적으로 운영하거나 캠퍼스 내 건물에 대한 출입통제시스템을 강화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런데도 작년 국정감사에서 제시된 한국교육시설안전원의 자료에 의하면 최근 6년간 대학 연구실에서 총 1387건의 안전사고가 발생했으며, 2019년 발표된 교육부의 대학안전관리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학교에서 발생하는 부상 등 생활사고가 매년 평균 5500여 건, 교통사고 240여 건, 식중독을 포함한 보건사고가 130여 건에 이른다고 한다. 교육부의 2021년 '대학 성희롱·성폭력 전담기구 실태조사 보고서'에선 2021년 한 해 동안 접수된 성희롱·성폭력 사건이 390여 건에 달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미국에선 1990년 '범죄의 인지 및 캠퍼스 안전에 관한 법률', 일명 '클러리법'을 제정해 학생과 학부모에게 캠퍼스의 보안 및 화재 안전 정책 등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도록 하고 있다. 2013년엔 캠퍼스 세이브법을 통해 대학 내 성범죄에 대한 적극적인 예방조치 및 인식 프로그램의 운영을 의무화하기도 했다. 영국의 옥스퍼드 대학에선 공동체 생활의 유지와 화재 예방, 건강, 보안 등을 위한 대학 전체의 안전관리 규정은 물론, 대학별 별도지침을 제공하고 있다.
해외사례가 주는 시사점은 명확하다. 첫째, 국가적 수준에서 대학 내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법이나 제도를 마련하고, 지속해서 개선해 나가야 한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연구실 안전환경 조성에 관한 법률'과 '교육시설 등의 안전 및 유지관리 등에 관한 법률'이 있지만, 우리 일상의 급격한 변화로 법률의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전동 킥보드와 같은 퍼스널 모빌리티의 경우 안전 보장을 위한 효과적인 규제가 부재한 상황이다.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요구 조사 등을 통해 이러한 제도의 사각지대를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둘째, 대학 자체적으로 안전을 보장하는 환경의 조성이 필요하다. 옥스퍼드 대학과 같은 세세한 지침을 마련하거나 캠퍼스 내 안전을 위한 시설을 확대하고, 노후화된 시설을 점검, 보수하는 것 등이 이에 해당한다. 최근 연구되고 있는 지능형 CCTV의 도입도 고려해볼 만하다. 지능형 CCTV는 인공지능을 활용해 이상 상황의 발생을 실시간으로 감지하고 이를 관리자에게 즉각적으로 안내함으로써 안전사고의 발 빠른 대처와 2차 피해 예방에 기여할 수 있다.
셋째, 대학 구성원이 지닌 안전 불감증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아무리 제도와 시설의 개선을 통해 안전이 보장되는 환경이 마련된다고 할지라도 안전에 대한 의식이 부족하다면 필연적으로 사고가 발생하게 된다. 소방청 통계 자료에 따르면 2022년 한 해 동안 대학 캠퍼스에서 발생한 화재가 총 71건인데, 이 가운데 약 20%에 달하는 15건이 부주의 때문에 발생한 것이기에 안전 불감증이 얼마나 위험한지 알 수 있다. 대학 구성원이 안전에 민감해질 수 있도록 지속적인 안전의식 교육과 캠페인 등이 필요하다.
안전은 공기와 같다. 학생들이 행복하고 편안한 대학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안전의 보장이 전제돼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곧잘 그 소중함을 잊곤 한다. 이는 바로 큰 피해로 돌아온다. '이 정도면 충분하다'는 생각이 소중한 우리 학생들을 위협할 수 있다. 안전에 대한 대비는 다다익선이다. 안전에 있어 지나친 건 없다. 우리의 대학은 정말 안전한지 매일 같이 되새겨 봐야 할 것이다.
김정겸 충남대 교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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