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노동권익센터(센터장 홍춘기)는 14일 오후 3시 대전시 이동노동자 쉼터에서 2023-2차 대전노동정책포럼을 개최했다.
대전시노동권익센터는 2015년에 설치돼 비정규직 노동자, 감정노동자, 취약계층 노동자 등의 권리보호와 증진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
센터는 노동자 당사자, 지역 노동정책 전문가와 노동단체와 함께 2022년부터 '대전노동정책포럼'을 연 4회 개최하면서 지역의 노동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과 개선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이날 포럼에서는 조돈문 한국비정규노동센터 대표가 '불평등시대 비정규직문제에 대한 시민의식'이라는 주제로 발제했다. 송대윤 대전시의회 시의원, 이찬우 대전시민사회연구소 연구원, 이상원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대전상담소 소장, 정순원 민주노총 대전지역본부 청년부장이 토론자로 참여해 20여 명의 시민과 함께 열띤 토론을 이어 나갔다.
이날 포럼의 발제는 노회찬재단과 한국비정규노동센터가 공동으로 2월 3일부터 같은 달 20일까지 국민 2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국민의식조사를 바탕으로 진행됐다. 시민들이 불평등 실태에 대해 어떻게 파악하고 있는지를 노동을 중심으로 다뤘다.
이번 발표의 핵심 내용은 아래와 같다.
▲비정규직 문제의 핵심은 비정규직 규모와 정규직-비정규직 임금 격차다. 비정규직 문제가 1996-97 외환위기 이후 사회의제화된 이래 20여 년이 지났음에도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한 유의미한 성과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선행 조사 연구가 거의 없는 가운데, 이번 연구는 일반시민들의 비정규직 문제 인식에 대한 최초의 체계적 조사 분석이라 할 수 있다.
▲시민들은 비정규직 규모보다 정규직-비정규직 임금 등 노동조건 격차를 더 심각하게 보고 있다. 규모 감축을 위한 상시적 업무 정규직 채용 원칙보다 임금 격차 완화를 위한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에 대해 더 강하게 찬성한다.
▲사업주는 여타 종사상 지위 집단들과 비교하면 비정규직 문제 해결 정책대안들에 대한 동의 수준이 낮은데, 임금 격차 완화보다 비정규직 규모 감축에 대한 고용주의 저항감이 더 크다. 시민들은 비정규직 문제가 더 개악될 것으로 보는데, 사업주의 이윤동기가 근본 원인이라는 문제의식에서 비롯된다.
▲시민들은 향후 5년 동안 비정규직 규모는 증가하고 정규직-비정규직 임금 격차는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데, 이는 윤석열 정부가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할 의향도 역량도 부족하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노동조합의 필요성에 대해서 응답자의 절대다수인 79.6%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노동조합이 불평등 완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응답이 46.1%였고, 부정적인 영향이 있다는 응답은 21.8%였다. 연령대별로 20대 응답자가 노동조합의 불평등 완화에 대해 가장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노동자가 기업으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는 응답은 61.8%인데 비해 정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는 응답은 38.2%로 그 격차가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삼권(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을 보장받고 있는지에 대한 2023년 조사 결과는 2017년 조사에 비해 크게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바람직한 노사관계 정책 방향은 '노동자를 보호하는 방향이 되어야 한다'라는 데 54.2%가 동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다음은 '노사자율에 맡겨야 한다'가 34.3%였고, '기업 활동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규율해야 한다'라는 응답은 11.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에 비해 정부의 노동정책이 노동자를 보호하는 방향이 되어야 한다는 응답이 4.0%P 더 높게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최근 윤석열 정부가 기업 활동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노사관계도 변화해야 한다며 추진한 노동시간 유연화 등의 정책이 국민정서에 반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이며 다른 노동개혁 정책도 수정이 필요함을 보여준다.
▲학교 노동인권교육을 늘려야 한다는 응답이 51.5%로 가장 많았으며 적정하다는 응답은 42.3%로 나타났고 줄여야 한다는 응답은 6.3%에 불과하였다. '학교노동교육이 적정하다'라는 2023년 응답은 2017년에 비해 줄었으며 '학교 노동교육을 늘려야 한다'라는 응답은 2017년 조사보다(44.7%) 더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 노동조합은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는다고 평가받고 있는데, 시민들의 노동조합에 대한 비판적 평가는 노동조합이 정규직 노동자들의 이해관계만 대변하는 이익집단이라는 인식에 기초해 있다. 정규직 노동자가 비정규직 문제 실태의 심각성 인식과 정책대안에 대한 동의 수준에서 여타 종사상 지위 집단들, 특히 비정규직 노동자와 비교하면 월등히 뒤떨어져 있다. 노동조합의 정규직 이기주의 이미지는 양대노총이 일반 시민들은 물론 소속 노조원들에게조차 비호감 대상이 되게 한다.
▲ '노동조합이 노조간부나 일부 노동자의 이익을 도모하는 방향으로 운영되고 있다'라는 응답이 51.4%로 높게 나타났으며 '노동조합이 전체 노동자의 이익을 도모하는 방향으로 운영되고 있다'라는 응답은 11%로 가장 낮게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노동조합이 실제 전체 노동자의 이익을 도모하는 운동을 전개하고 있는지와 무관하게 국민들은 노동조합이 일부 이해관계자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노동조합과 국민 간 괴리가 있음을 보여준다.
▲시민들이 생각하는 노동조합의 미래 중심활동은 '비정규직 등 취약노동자를 보호하는 것'이라는 응답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33.7%). 다음이 '조합원의 근로조건 개선'(27.1%)이었으며, '고용안정'(22.2%), '사회제도개혁'(15.9%), '정치활동'(0.2%) 순으로 나타나 국민의 시각에서 바라보는 현재 노동조합의 중심 활동과 노동조합의 미래 중심 활동과는 거리가 있음을 보여주었다.
한성일 기자 hansung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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